광복 80주년을 맞아 세관카페 ‘정담’에서 군산의 역사와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내는 특별한 무대가 열렸다. 사단법인 이음예술문화원(이사장/최연길 노블한방병원장) 산하 이음피아노연주자협회가 주관하고, 이영미 원장이 직접 기획한 〈광복 80주년 기념 피아노 토크 콘서트〉는 단순한 기념 공연을 넘어, 군산이 지닌 근대사의 상처와 기억을 예술로 되새기며 음악과 인문학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이영미 원장은 이번 공연의 주제를 “어둠에서 빛으로”로 정하고 광복은 단순한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억압에서 자유로,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간 역사적 순간임을 강조하면서 이번 무대가 그 여정을 음악으로 기억하고 함께 성찰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부연했다.
포스터에 담긴 기억의 상징
공연 포스터에는 서울 은평구 소재 진관사(津寬寺) 태극기가 담겼다. 2009년 대웅전 수리 중 발견된 이 태극기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태극기 중 하나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정신을 지키기 위해 은밀히 숨겨 두었던 유물이다. 사회자 김정배 교수는 이 태극기의 의미를 설명하며 군산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억압 속에서도 꺼지지 않은 빛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포스터에는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독립운동가 신채호 선생의 가르침으로 알려진 이 구절은 공연의 주제를 압축한 상징적 메시지였다. 이 문구는 최연길 이사장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광복은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를 지탱하는 뿌리로서 이를 예술로 기억하고 전하는 것이 사명이라며 포스터 또한 공연의 일부가 되도록 기획했다.
언론의 관심과 공연의 의미
이번 공연은 열리기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8월 13일 KBS ‘투데이전북’ 방송을 통해 광복 80주년 기념 공연으로 소개된 가운데 군산 시민은 물론 전북 지역 시청자들에게도 기념비적인 연주회로 평가받았으며 공연 시작 전부터 사회적 의미와 역사적 무게를 지닌 무대로 이목을 끌었다.
역사와 예술을 잇는 안내자
공연의 사회는 원광대학교 김정배 교수가 맡았다. 그는 단순한 곡 해설을 넘어 군산의 역사와 지리적 맥락을 음악과 연결하며 풀어냈다. 군산이 항구도시이자 곡창지대였지만 일제강점기에는 쌀 수탈의 아픔을 겪으며 식민지 경제의 전초기지였음을 짚었고, 이번 무대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되새기는 자리임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곡목 사이사이에 역사 퀴즈를 던져 관객과 소통했다. 객석에서는 손을 들고 답하며 웃음과 공감을 나누었고, 공연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 참여형 인문학 콘서트로 확장되었다.
제1막 ― 서막을 열다 연주: 정다운 & 공소연
Maksim 〈Croatian Rhapsody〉 / Fauré 〈Pavane〉
제2막 ― 민족의 선율로 공감하다 연주: 조수민 & 박효진
이지수 〈Arirang Rhapsody〉
제3막 ― 바람과 개여울 연주: 한용호(대금) & 이영미(피아노)
강성오 〈바람을 그리다〉 / 이희목 〈개여울〉(김소월 시)
연주자들은 각자의 해석을 통해 광복이라는 주제를 음악에 담아냈다. 아리랑 선율이 지닌 민족적 울림, 대금과 피아노의 협연이 전하는 깊은 공명, 민속적 리듬 속에 깃든 해방의 열정은 청중에게 강렬하면서도 따뜻한 감동을 전했다.
제4막 ― 슬라브의 열정 연주: 원신제 & 이다현
Dvořák 〈Slavonic Dances Op.72 No.1 & No.2〉
제5막 ― 북유럽의 행진 연주: 한주연 & 최수미
Grieg 〈Norwegian Dances Op.35〉,
〈Allegro moderato alla Marcia, G major〉
이음피아노협회 회원들
세관카페 정담의 객석은 90분 동안 숨죽이며 몰입했고, 연주가 끝날 때마다 큰 박수가 이어졌다. 역사 퀴즈에는 웃음과 답이 오갔으며 공연이 끝난 뒤 단체 사진 속 환한 미소는 연주자와 사회자, 관객이 함께 만들어낸 무대였음을 보여주었다. 무대에 오른 연주자들은 모두 이음예술문화원 산하 이음피아노협회 소속으로, 협회는 단순한 무대 활동을 넘어 연구와 학습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연주 공동체로서 오는 10월 18일 예술의전당 정기연주회를 준비 중에 있다.
〈광복 80주년 기념 피아노 토크 콘서트〉는 “어둠에서 빛으로”라는 주제처럼 과거의 기억을 밝히고 미래를 준비하는 무대였다. 군산의 역사, 연주자의 헌신, 사회자의 해설, 관객의 공감이 함께 어우러진 이번 시간은, 예술이 기억을 잇는 가장 따뜻한 방식임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큰 반향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