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 14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르네상스는 15~16세기에 이르러 스페인으로 이동하였다.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고전적 가치에 중심을 뒀던 특별한 영감들은 스페인의 상황에 맞춰 미술과 문학, 과학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당시는 스페인은 유럽의 강자로 떠오르던 시기였으며, 스페인 르네상스 미술의 특징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본주의로 가까워졌던 르네상스가 스페인으로 들어가며 다시 ‘종교적 중심성’을 갖게 되었다. 성화, 성인, 순교 장면과 같은 종교화가 압도적으로 많으며, 스페인 특유의 신비주의적 경향을 띄었다. 이러한 화화는 감상을 넘어 포교와 교육에도 사용하는 계기가 되었다.
둘째, 8월호에 소개된 ‘플랑드르 화풍’의 영향이다. 이는 북유럽에서 꽃을 피운 기법으로써 사실적 묘사가 강화된 화법이며, 섬세한 세부 표현과 강한 명암 대비를 선호함과 동시에 금박등 장식적 요소도 많이 사용 되었다.
스페인 르네상스에 갑자기 플랑드르 화풍이 등장한 것이 아니라, 이는 역사적으로 당시 스페인이 네덜란드의 남쪽 플랑드르 지역을 지배했기 때문에 나타난 문화적 희석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탯줄처럼 이어지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영향’이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에서 보여준 원근법, 인체 해부학적 표현, 균형 잡힌 구도 등을 적극 수용하며 이러한 방법들이 미술의 전반적인 영역에 나타나게 되었다.
그러나 스페인에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것은, 화려함보다는 종교적인 목적에 더 집중이 되어있다는 점이다.
이렇듯 ‘종교적 중심성’, ‘플랑드르 화풍’ 그리고 ‘이탈리아 르네상스 영향’의 세 가지 특징을 포함하는 스페인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미술가는 엘 그레코(El Greco), 루이스 데 모랄레스(Luis de Morales), 후안 데 후아네스(Juan de Juanes) 화가이다.
‘엘 그레코(El Greco)’ 그의 본명은 ‘도메니코스’이다. 크레타 출신이지만 스페인 ‘톨레도’에서 활동하며 대표적 르네상스에서 바로크로 넘어가는 독특한 양식을 개척한 화가이다.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은 엘 그레코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하단에 죽음을 맞이한 백작을 두고 천상과 지상으로 나누어진 세계를 하나의 화폭에 연출하여 신비적 세계를 시각화 하였다. 길게 왜곡된 인체와 빛과 어두움의 극적 대비를 통해 신비적 분위기를 표현하려고 한 것을 특징으로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루이스 데 모랄레스(Luis de Morales)’이다. 그는 ‘종교화, 신비주의 화가’라 불린다. 대부분 성모 마리아와 예수 그리스도 모습을 주제로 삼는다. 이 성인들의 고결함과 경건 그리고 고통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또한 성모의 신성과 동시에 인간적 모성애의 부분도 동시에 묘사하고 있다. 모랄레스의 색채감은 무거우면서도 신비감을 강조하며, 모두 강렬한 감정적 표현을 나타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후안 데 후아네스(Juan de Juanes)’ 이다. ‘스페인의 라파엘로’라고 불린다. 후아네스 역시 거의 모든 작품이 카돌릭 신앙과 관련된 성화를 주제로 그리고 있다. 스페인의 반 종교개혁 분위기를 반영하여 신학과 진지한 교리적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라파엘로의 영향을 받은 점으로는 부드러운 얼굴과 조화로운 구도에 비하여 해부학적 구조는 다소 정확성이 떨어지나 라파엘로의 그림을 보듯 따뜻한 색채는 온화함을 느끼게 한다.
이제 종합적인 정리를 해보자면 미술의 역사는 신들의 세계(그리스/로마 신화, 카돌릭, 기독교) 중심에서 다시 인본주의의 관점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신의 세계로 돌아갔다가 또 다시 인본주의로 돌아오는 회전의 연속성을 띈다.
초기 미술의 시기는 이러한 흐름이 공간적으로 거대하게 이루어 졌으나, 문화가 다변하며 복잡해짐에 따라서 ‘스페인의 르네상스’와 같이 국소적으로 지역적 특징에서 발전 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윤회하듯 발전의 발전을 거듭하는 동안 북유럽 사실주의 표현과 이탈리아 플랑드르 기법의 융합은 스페인의 르네상스 미술을 통과 하면서 바로크(17세기)의 강렬한 현실주의(벨라스케스, 수르바란, 무리요)로 발전하는 기초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