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 깊고 높은 가야산 산행을 했다. 가야산은 합천 해인사가 자리한 곳으로 유명한 산이다. 그 산행 속에서 만난 많은 꽃 중, 우아함이 충만한 함박꽃나무를 소개한다. 산목련이라 불리기도 하는 함박꽃나무는 이맘때 흰 꽃잎 속 붉은 꽃밥이 돋보이며, 은은한 향기로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러나 홀로 돋보이는 것이 쑥스러워서일까, 꽃은 아래를 향해 피어 있다. 푸른 잎 사이에서 꽃들끼리도 적당한 거리를 두고 피어 있는 모습은 마치 안분지족을 실천하는 듯하다.
이름은 함박꽃이라 불리는 작약을 닮아 붙여졌다. 환하게 피어 있는 모습이 함박 웃음을 연상케 한다. 함박꽃나무는 북한의 국화로서, 북한에서는 나무에 피는 란(蘭)‘목란(木蘭)’이라 불린다. 김일성이 그 아름다움에 취해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어디에서든 함박꽃나무를 쉽게 볼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산행 중, 애벌레가 뚫고 들어간 구멍이 보이는 함박꽃나무 꽃봉오리를 발견했다. 이 봉오리도 꽃을 피울까? 어떤 모습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걷다 보니, 다른 나무에서 마침 그런 봉우리가 핀 꽃을 보았다. 꽃잎마다 동그라미를 가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무렇지 않은 듯 활짝 피어 있는 그 꽃을 보며 “애벌레를 먹여 살리느라 애썼네.” 하고 사진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