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군산 사랑!
을사년 1월, 어김없는 동장군의 한파와 어두운 과거사에 깊이 박제되었을 ‘비상계엄’의 망령이 나라를 짓누르는 나날이었다. 그러나 필자가 ‘희희호호 아트센터’를 방문한 날은 하늘이 푸르고 맑고 깨끗한 기운으로 가득차서 오늘은 대단히 기분 좋은 소식을 만나지 않을까? 자연스레 기대감이 컸다.
‘새금강문화협동조합(새금강)’이 드디어 발대식을 갖고 힘찬 걸음을 시작했다. 반가웠다. 새금강은 발대식과 함께 ‘제1회 SGG전시회’를 개최해 조합원으로 참여한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으로 관람객을 맞이했다. 널찍한 공간에 다가가는 시선이 바쁘고 흐뭇하게 움직였다.
군산시 미성동에서 아들(이온유)과 함께 체험장은 찾은 아버지(이동권)는 “갤러리가 오픈했을 때부터 왔다. 코로나19 사태로 그동안 전시가 뜸해서인지 오늘 행사가 더 반갑다. 아이도 재미있게 참여하고 즐기는 모습이 좋아 앞으로도 계속 방문하고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희희호호아트센터 대표이자 새금강의 첫 수장을 맡은 이은지 대표를 먼저 만났다. 이 대표는 “군산의 젖줄이자 역사와 문화의 생명수가 흐르는 금강을 양분 삼아 새로운 변화와 발전을 꾀하고자 ‘새금강문화협동조합’을 과감하게(!) 만들었습니다.”
“2019년 11월에 아트센터를 시작했는데 바로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뭐 하나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정상적인 운영을 못했어요. 이후 지역의 플리마켓에 참여하며 (작가, 판매자, 자영업자로) 서로 공감한 부분이 많았어요. 자연스레 정보와 상황을 나누고 공유하며 여기까지 왔네요. 쉬운 건 없었어요.”
“군산과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작가 일곱 분을 중심으로 소상공인, 지역 주민들과 함께 문화콘텐츠를 창출하고 오랫동안 주민과 고객에게 사랑받는 문화상품 개발”이 목표라고 밝힌다.
이 대표와 작가들의 생각과 실천이 그동안 지역사회에 만연된 관성과 구태함을 거부하고 스스로 새로워지는 노력과 전문적인 작품 개발로 이어져 군산의 공예와 문화의 브랜드 거점으로 성장하겠다는 옹골찬 다짐인 것 같아서 울림이 강했다.
따로 또 같이, 일곱 별들의 조합
이은지 대표는 아트디자인, 문화예술교육사, 로컬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군산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한때 간호조무사 등 다양한 경력의 작가이다. “새금강의 거점 공간인 희희호호아트센터에서 군산역사를 공유하며 작가들의 협업을 강화하고 자연스러운 변화를 통해 서로 동반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겠다.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공간 구성도 보여드릴 계획이다.”
왕인례 작가는 전통한지공예가이며 자수공예가이다. ‘소전공방’을 운영한다.
전국한지공예대전 특선, 한국공예가협회의 금상, 은상, 장려상 등을 수상했다. 만만치 않은 내공을 직감했다. 필자 개인적으로 종이를 좋아하고 관심이 많던 터라, 작가님과 친해질 욕심을 냈다.
전은희 작가는 ‘군산예;인(인)마을카페’ 운영한다. 퀼트공예와 전시, 문화예술 관련 강의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도시문화와 예술에 관한 지역사회 프로젝트 기획에 참여하고 있다.
“난 뜨개쟁이다(흐흐). 인생을 새로운 세상을 여행하듯 살아가고 싶다. 우리는 함께, 따뜻하게, 시원하게 각자 뭔가를 만들고 즐거움을 나누고자 귀하게 모였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은하 작가는 “노래하는 인형 작가예요. 제가 만든 인형들이 누군가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길 바라고, 단순한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고 사람의 정서와 감정을 담은 예술로서 다가가고자 합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작지만 편안하고 밀도있는 감동을 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현재 문화예술교육사, 인형공예스토리메이커, 닥종이공예, 리본공예 드림걸즈 운영자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왕경희 작가는 토털공예지도사, 업싸이클커피클레이전문가, 재활용양말공예가로 작업하며 천연 자개의 아름다움을 만들고 담아낸다. 갑오미술대전 우수상 수상. ‘무무공방’ 운영하고 있다,
“단 하나의 자개 작품은 당신만의 특별함을 완성한다. 자연이 선사하는 유일무이한 아름다움을 소장해 보세요.” 환한 미소로 전시한 작품 설명과 소감을 전한다.
채경화 작가(천연염색, 토털공예)는 ‘채물드림’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2023년 빛고을 작가대전 장려상을 수상했다. “작업은 내게 먼저 힐링과 행복감을 내주는 것 같아요. 여러 작업과정을 힘들게 치르면서도 순간순간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은 선한 욕심이 솟구치게 한다.” 채 작가는 자신의 작품으로 고객과 만나기 위해 대야와 김제의 전통 5일 장을 쉼 없이 발 빠르게 찾아간다. 활동 성과도 꽤 괜찮다고 자평한다.
박정미 작가(철릭한복 디자이너)는 현재 ‘꼬맴’공방 운영자이다. 공방은 철릭한복 제작과 전시, 상설매장 공간으로, 현재 군산시 동네문화카페에 등록된 곳이다.
군장대학교 패션주얼리학과 졸업. 문화관광부 전국공예공모대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개인 전시회, 철릭 패션쇼, 각종 대회와 공모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철릭 한복을 널리 알리고 있다. “철릭(綴翼, 고려말 무신이 착용했던 한복)의 역사적 의미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철릭 한복이 현재의 일상 속으로 새롭게 스며들길 바랍니다.”
새금강을 상징하는 로고는 전은희 작가의 자녀인 신윤재 씨가 디자인했다. 홍익대학교 디자인컨버런스학부에 재학 중인 신 씨는 ‘새금강’의 첫 자음을 형상화했다. 디자인을 조합에 기부하며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고 상생하는 조합을 기대한다.”며 엄마인 전은희 작가를 응원했다.
새금강은 최연성 군산대학교 부총장, 신상철 추억의마케팅연구센터 대표이자 군산시우체통거리경관협정운영회 부회장, 윤영일 군장대학교패션산업과 교수 등을 고문으로 위촉했다. 김영일(전 군산시의회 의장) 시의원이 참석하고 축사했다,
새금강 - 로컬 비즈니스 기대와 성장
최근 문화기획 분야의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로컬 비즈니스 관점에서 새금강을 볼 수 있다. ‘지방소멸 시대’라 한다. 선거 때면 일자리가 없어 청년층이 유출된다고 대기업 유치 등이 공약으로 반복된다. 지역의 자원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이들을 로컬 크리에이터, 로컬 기획자라고 불린다.
인천의 로컬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창길 씨는 자신의 제주, 인천의 경험을 묶어 <로컬의 신> 책을 펴냈다. 책 표지 상단에 ‘서울을 따라 하지 않는다’라고 적어놓았다. 그는 “철학과 시간은 카피되지 않는다. 철학과 시간이 합해진 결과물이 노포다.”라고 말한다. 이어 “대기업이 가진 거대한 자본과 인재로도 해결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기존의 문제 해결 방식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는 사회, 판이 바뀌고 있다는 증거다”라고 말한다. 로컬의 반란이자 군산의 시작이다.
다시 새금강을 보자. 이 대표는 “군산의 문화적 가치는 근대문화유산의 중심지로서 금강과 서해의 독특한 지역문화를 형성, 문화관광도시로서의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지자체와의 문화정책 협의, 문화행사 공동 주최, 예산지원과 협력을 바탕으로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지역 기업 및 단체들의 기업문화 마케팅을 지원하고 취약계층 대상으로 문화 CRS프로그램 운영을 하고 싶다.”
새금강은 “궁극적으로 지역 시민들과 함께 다양한 문화상품 개발 및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다.”고 당당히 밝힌다.
새금강은 군산사(史)에 기초한 지역학, 인문학과 문화예술이 버무려진 군산 로컬 비즈니스의 작은 서막을 열고 있다. 이를 위해 다소 낯선 기후환경, 노동, 재해, 젠더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주체가 요구하고 필요한 가치를 포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여러 세대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다양하고도 보편적인 지역의 가치가 창조적으로 계승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당 회전수(RPM)가 떨어지지 않는 새금강의 엔진은 언제나 힘차게 움직일 거라 확신한다.
희희호호아트센터
군산시 서래내길 37-14
063-443-0815/010-3900-3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