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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종구의 독서칼럼: 책과 사람 그리고 세상 이야기 - 김효원⸱김은영⸱정두영. <듣는 마음, 말하는 기술>. 글항아리, 2024.
글 : 공종구 / kong@kunsan.ac.kr
2025.01.22 10:52:06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존중하고 경청하라! 그리고 또 공감하라!

 

2024년 갑진년 용의 해가 저물고 2025년 을사년 뱀의 해를 맞이한다. 매번 새로운 해를 맞이할 때마다 으레 반복하는 바람이지만 또 다시 반복하게 된다. 매거진 군산 가족 여러분들의 만사형통 그리고 소원성취를 비는 것으로 이번 글을 출발하고자 한다. 

 

인간사에서 가장 소중하고도 어려운 게 있다면 무엇일까? 70여 성상을 살아온 경험칙으로 말하건대, “사랑스럽기도 하고 지긋지긋하기도 한”(이진민. ‘언니네 미술관’. 한겨레엔, 2024, 327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아닐까 한다. 부부, 연인, 친구, 사제, 형제⸱자매, 동료, 친⸱인척, 거래 등등. 그로부터 예외적인 관계는 하나도 없어 보인다. 모든 관계가 다 하나같이 소중하고도 어렵기 때문이다. 소중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해서 그만 둘 수도 없는 게 타자와의 관계이다. 근본적으로 인간은 절해고도의 외딴 섬에서 홀로 외로이 잘 살아갈 수 없는, 한마디로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칼 마르크스가 인간을, 그 사람이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의 총화’로 규정하는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이다. 더불어 한 인간의 생애 서사를 ‘고독’에서 ‘고통’ 사이의 왕복 진자 운동으로 규정할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실제로 “외로움이나 사회적 고립이 신체적 생존을 위협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7년간 테러리스트의 포로였던 한 기자는 아무도 없는 것보다는 최악의 친구라도 같이 있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외로움은 수명을 단축시키며 면역력을 떨어뜨려 각종 감염성 질환, 만성 질환과 암 발병률을 높인다. 반면 타인과의 대화는 외로움 때문에 생기는 각종 신체 질환을 줄여준다. 소중한 사람에게 애정 어린 말을 더 많이 들을수록 스트레스 호르몬은 줄어든다”(69면)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를 초래할 정도로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거나 선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특히 구성원들 사이에 갈등과 경쟁이 심한 현대사회로 올수록 그러한 상황은 더욱 가중되는 것 같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대화’와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우리들은 한 순간도 빠지지 않고 소통과 대화를 하면서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과 대화에 젬병인 사람들이 적지 않다. 왜 그럴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대화와 소통을 잘 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화두이다. 김효원⸱김은영⸱정두영 세 사람의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들의 공저인 ‘듣는 마음, 말하는 기술’을 을사년 새해 첫 번째 독서 칼럼 대상 텍스트로 소환한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이다.

  

나는 한 사람의 교양의 넓이나 인품의 깊이를 판단할 때 동원하는 척도나 기준이 하나 있다.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말을 집중해서 진지하게 듣기를 잘 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자기 말만 일방적으로 전달하기에 급급해하는 사람인가?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사람이 말을 잘 한다고 할 때 대체적으로 우리들은 청산유수와 같은 달변에다 유창한 언변을 과시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것은 말의 진정한 의미에서 말을 잘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모국어를 배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5년이라면, 남의 말을 잘 듣는 데 걸리는 시간은 50년’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말을 잘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말을 진지하게 집중해서 잘 듣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잘 듣는 것이 말을 잘 하는 것이다. 따라서 말을 잘 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야만 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말을 진지하게 집중해서 잘 듣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듣는 마음, 말하는 기술’이라는 이 책의 제목이 그 정곡을 꿰고 있는 것처럼, 자신의 말을 잘 하는 것은 기술일지 몰라도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는 것은 기술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 보다 정확하게는 교양과 인품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대화와 소통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관찰하고 습득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세 사람의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들이 저술한 성과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들이 이구동성과 여출일구로 한결같이 강조하는 바의 핵심 고갱이는, ‘듣는 마음, 말하는 기술’이라는 책 제목의 순서를 통해서도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바와 같이, ‘잘 듣는 마음’이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들의 저술답게 지은이들은 이 책에서 칭찬이나 거절, 권고나 충고, 제안이나 지적 등 다양한 상황에서 설득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적절한 맞춤형 매뉴얼이나 가이드 중심의 예증을 풍부하게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와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역지사지의 상상력’과 ‘공감의 감수성’을 강조한다. 자신의 말을 할 때나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상대방의 입장이나 처지에 서 보라는 것이다. 그 다음 그 사람의 아픔이나 상처, 고민이나 불안 등을 같이 느껴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와 소통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질문의 방식을 바꾸어서 대화와 소통의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상대방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태도가 전제되지 않고서 진행되는 대화와 소통은 서로 공전을 거듭하면서 평행선을 달릴 뿐이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태도가 대화와 소통의 성패를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실제 상황에서 그 태도를 보이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러다보니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주장이나 결론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려고만 하고, 듣는 사람 또한 집중해서 듣지 않게 된다. 그러니 대화와 소통이 잘 될 턱이 있나!

 

상대방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태도 못지 않게 증요한 덕목은 ‘경청’과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듣는다는 것은 단지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말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그 내면에 있는 것,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것도 읽어내려는 과정이며.....관계를 쌓아가는 과정”(32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의사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해지지 않는 것을 듣는 것”(43면)이다라는 피터 드러커의 진술, 그리고 말기 환자와의 대화를 강조한 로버트 버크만의 “잘 듣는 것은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일이다”(김이경. ‘애도의 문장들’. 서해문집. 2020, 259면)라는 진술은 정곡을 꿰는 통찰이 아닐 수 없다. 드러커나 버크만의 진술이 지니는 설득력은 한자어 들을 ‘청’(聽)을 분석해 봐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 한자의 구성을 살펴보면, 그 순서가 귀 ‘이’(耳), 눈 ‘목’(目), 그리고 마지막에 마음 ‘심’(心)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한자를 조합한 사람의 지헤와 통찰이 놀라울 뿐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의 말을 들을 때는 단순히 귀로만 들어서는 안 된다는 지혜와 통찰이 이 한자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남의 말을 듣는 것은, 단순히 귀로만 듣는 물리적인 차원에 그쳐서는 안 되고 그것을 넘어 눈으로도 마주보고 그리고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심을 다 해서 그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하는 정신적인 차원의 행위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 번 말하고, 두 번 듣고, 세 번 맞장구쳐라”(최재천. ‘숙론’. 김영사. 2024, 198면)는 ‘경청의 1:2:3 법칙’이나 “당신이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그들도 당신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자그만치 25년 동안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토크쇼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얻은 래리 킹(Larry King)의 진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마디로 이청득심(以聽得心), 즉 귀 기울여 경청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다.(최재천. 199-200면)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대화와 소통의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말을 진지하게 집중해서 들으려고 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러기는커녕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말을 끊거나 비집고 들어가 자신의 말을 한마디라도 더 할 수 있을까 발싸심이나 안달을 부리는 데만 골몰한다. 심지어는 무례하다 싶을 정도로 불쑥 끼어든 다음 장황하게 자기 말만 일방적으로 늘어놓는 경우조차도 적지 않다. 대화와 소통이 제대로 될 리가 만무하다.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이기주. ‘말의 품격’. 황소북스, 2017, 27면)고 한다. 그리고 중국 당나라 시대의 재상 풍도(馮道)는 ‘설시’(舌詩)에서 ‘구시화지문, 설시참신도’(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라고 했다. “입은 재앙을 부르는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니 말을 아껴야 한다는 것이다.(이기주, 93면)

 

말을 잘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고 공짜로 되는 일 또한 하나도 없는 법. 다른 사람들의 말을 집중해서 진지하에 잘 듣는 데는 당연히 엄청난 노력과 훈련이 요구된다. “말은 관계를 담는 그릇이다.”(271면) 더불어 옛말 그른 것 하나 없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 갚는다’는 우리네 속담으로 새해 독서 칼럼을 매조지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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