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를 통해 국악인의 길로 들어서다
한결같은 열정으로 문화예술공간 ‘아우라 운영’
지난 11월 23일 동우아트홀, 김사랑 명창은 판소리 다섯 바탕 중 하나인 수궁가 완창 공연을 진행했다. 수궁가는 용왕이 병을 치유하기 위해 토끼의 간을 구하려고 자라를 시켜 토끼를 꾀어내지만, 영리한 토끼가 용왕을 속이고 위기를 벗어나는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지혜와 재치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주제를 통해 권력 남용의 한계를 드러내고,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로 당시 사회를 반영하며 교훈을 전달하는 점에서 큰 매력이 있다.
“제가 수궁가를 선택한 이유는 그 속에 담긴 해학과 교훈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현대 관객들에게는 전통 판소리가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데, 수궁가는 그 속에 담긴 유머와 풍자를 통해 보다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김사랑 명창은 전통 판소리의 깊이와 매력을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다양한 방식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를 넘어 앞으로도 전통이 지닌 가치를 새롭게 해석하며 더 많은 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조’를 통해 국악의 길로 들어서다
김사랑 명창은 처음부터 판소리로 국악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본격적으로 우리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에서의 ‘시조’ 클래스였다.
어릴 적부터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기에, 시조가 노래의 한 형태라는 이야기를 듣고 흥미를 느꼈고, 당시 시조 선생님이 목소리를 들어보더니 “잘 한다”고 칭찬하며 “앞으로도 잘할 것 같다”는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고, 그 덕분에 처음으로 국악이라는 세계를 접할 수 있었다.
“제가 국악인의 길을 걷게 된 여정을 돌이켜보면, 시조를 배우며 얻은 여러 성취와 그 과정에서 쌓인 자신감이 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시조를 통해 다양한 대회에서 큰 상을 받으며 우리 음악에 대한 애정이 점점 깊어졌고, 중학교 시절에는 자연스레 판소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판소리를 배울 수 있는 학원이나 시스템이 거의 없었고, 판소리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조통달 선생과의 인연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판소리를 배우고 싶었던 그녀는 아버지께 도움을 요청드렸다. 당시 인터넷이나 광고 매체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대였기에 아버지는 전화를 통해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114에 전화를 걸어 “전북에서 판소리를 가장 잘 하는 사람의 연락처를 알려 달라”고 요청하셨다. 114 직원은 당황하면서도 조통달 선생과 연결해 주었다. 마침 그 당시 MBC에서 국악방송 얼쑤 우리가락이 방영되고 있었고, 이를 통해 연결될 수 있었던 것이다.
김사랑 명창은 당시 상황을 생각하며 “지금도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일”이라고 말했다.
물론 조통달 선생님께 바로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초보자를 받지 않았던 조통달 선생은 그녀의 가능성을 보시기 위해 시조 시험을 제안하였고, 시험을 통과한 후에야 판소리를 본격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김사랑 명창은 그렇게 시조와 판소리를 병행하며 국악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국악을 사랑하는 청소년 발굴·육성
김사랑 명창은 현재 문화예술공간 ‘아우라’를 운영하며, 국악을 사랑하는 꿈나무 청소년들을 발굴하고, 그들이 재능을 꽃피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우리 국악을 단순히 전통의 틀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하여 재미와 감동을 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국악이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교육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는 것이 국악인으로서 갖고 있는 그녀의 마음가짐이자 행보이다.
“제 꿈은 단순히 국악을 전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악의 전통적 가치를 지키면서도 이를 현대적으로 발전시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입니다. 전통이 지닌 깊은 울림과 감동을 현대적 표현과 접목해 우리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국악이 단지 특정 세대나 지역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전 세대가 공감하고 사랑할 수 있는 문화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국악인이고파
그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며 성장하는 국악인을 지향한다. 자랑스러운 소리꾼으로서, 우리 음악의 진정성과 아름다움을 알리는 무대를 만들어 나가며, 관객들과 진심 어린 소통을 이어가고 싶어 한다.
현재 운영하는 문화예술공간 ‘아우라’가 그러한 소통과 성장의 중심이 되길 바라며, 이 공간이 젊은 국악인들에게는 도전의 장이 되고, 관객들에게는 우리 전통을 새롭게 만나는 기쁨을 선사할 수 있기를 꿈꾸고 있다.
“앞으로도 저는 국악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예술가로 성장하며, 우리 전통의 가치를 이어가는 동시에 시대를 넘어 사랑받는 음악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김사랑 명창은 지난 11월 23일 동우아트홀에서 열린 수궁가 완창 공연을 통해 단순한 완창을 넘어, 관객들이 판소리를 더욱 재미있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더했다. 약 3시간 30분에 이르는 공연 동안, 익살스러운 이야기 전개와 함께 샌드아트와 짧은 연극 요소를 접목시켰다.
샌드아트를 통해 어려운 판소리 가사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며, 연극배우들의 활약을 더해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새로운 공연을 만든 그녀의 무대를 향한 한 땀 한땀 노력에서 그토록 지향해 온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국악인’의 모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