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큰 거리에 있는 교회당엔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이 환하겠네. 크리스마스를 떠올릴 시기가 됐다는 건 겨울 한가운데로 간다는 거고, 올해와 작별을 할 때가 가까워졌다는 거겠지. 크리스마스가 있다는 건 참 즐거운 일이야. 크리스마스는 어른이나 아이 모두에게 설렘을 주니까. 뭔가 선물 같은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으니까.
올해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은 어떻게 할까 잠시 생각해 보는 것도 쉬어가는 일이겠구나.
그런데 우리처럼 자연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나 봐. 부지런하게도 저희들끼리 곳곳에 예쁜 등을 숨겨놓았지 뭐야. 낮은 산속 관목 덤불 사이로 하얀 LED 등처럼 늘어져 있는 열매를 본 적이 있니? 검은콩보다는 조금 더 크고 새알보다는 작지만 마치 새알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박과의 식물, 새박이란다. 새박은 한해살이풀로 산간 마을 근처 풀밭에서 많이 볼 수 있어. 희고 작은 꽃은 거의 눈에 띄지 않지. 연두색열매도 대부분은 다른 풀들에 가려져 보이지 않아. 하지만 11월 이맘때, 이웃 풀들이 노랗게 마르고 드문드문 풀 속이 비칠 때 연두에서 하얗게 변한 열매가 보인단다.
얇은 덩굴을 따라 늘어진 모양은 화려하지 않지만 수수한 멋을 아는 자연의 품격을 느끼게 해주지. 어쩌면 새박은 새처럼 나는 꿈을 꾸었던 것일까? 새알 같은 열매를 달게 되면 열매 속에서 날개 단 어린 새들이 날아오를 것이라 믿었을까?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 열망이 해마다 우리에겐 하얀 열매로 보이는지 모르겠다. 새박을 보며 곧 올 크리스마스를 기쁘게 기다릴 것. 네게 주는 과제야. 네 맘속에 품은 알은 어떤 모양일지 생각하면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