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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백雪冬柏이 밝힌 길 위에서, 여전히 生의 붉은 꽃으로 피고 있는 라.복.임 씨를 만나다
글 : 이소암 / lsa246@hanmail.net
2024.11.21 11:50:58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한 사람이 생을 이루어가는 데 있어서 사람이 아닌 그 무언가에 이끌려 그 길을 좇아가며 스스로 발광체가 되는 이가 있다. 어린시절 뒤뜰 눈 속에 핀 동백꽃이 내민 손길을 따라 묵묵히 걸어온 라복임 씨를 말하고자 함이다.

 

동백꽃이 밝힌 길

 

“제 고향 나주 집 뒤뜰엔 대나무와 탱자나무, 동백나무들이 많았습니다. 춘설이 하얗게 내리던 어느 봄날 무심히 뒤뜰에 나가보니 하얀 눈 사이로 빨간 동백꽃이 어찌나 예쁘게 빛나던지, 저는 그 동백꽃 앞에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그때의 그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게 제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가 여고 3학년 특활시간에 꽃꽂이 반이 개설되었다. 제일 먼저 신청을 하고 꽃꽂이 첫 수업을 시작했는데 첫 수업에 마주했던 다래덩쿨과 노란 금잔화가 가슴을 설레게 했다. 까만 직사각형 수반에 꽂아진 작품은 마치 고향의 품속에 안겨 오랜 동무들을 만난 듯 편안함을 주었다.

 


 

낯선 군산에 뿌리를 내리다

 

그는 1979년 서울에서 여고를 졸업한 뒤 꽃꽂이 학원에 등록하여 동양식 꽃꽂이를 배우기 시작했다. 교회 꽃꽂이 봉사를 하며 지내다가 1985년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군산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의 큰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작은아이가 유치원생이 되던 해, 1992년 우연한 기회로 현재 우체통거리에서 장미꽃집 간판을 걸고 꽃집을 오픈하게 되었다. 두 아이들에게 엄마의 손길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에 꽃집 운영을 하다보니 어려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어느 가을 소풍날에 행사 예약 주문을 받아놓은 관계로 김밥과 과자와 음료수를 가방에 넣어주고 버스 시간을 알려주며 등교하라고 일러주고 그는 먼저 출근했다. 꽃을 손질하고 있는데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지인이 전화를 걸어와 ‘꽃집 아들들이 아파트 안에서 자전거 타고 놀고 있다며 학교 쉬는 날이냐’고 물었다. 그는 너무 놀라 정신없이 꽃집 문을 닫고 집에 갔더니 거실에 김밥 음료수, 과자 부스러기 등을 다 늘어놓고 집에서 소풍을 하고 있었다. 그는 너무 화가 나서 큰 소리로 왜 학교 안 갔느냐고 혼을 냈더니 버스를 놓쳤다고 했다.

 


 

변화는 늘 변화를 꿈꾼다

 

2,000년도 들어서 모든 분야의 문화 트렌드가 변하듯 꽃 문화 양상도 기존의 상업적인 방향에서 유러피안 스타일로 변화하고 있었다. 당시 유러피안 스타일은 독일상공부와 한국 방식 꽃 예술원과의 협력 체계가 이루어져 독일 국가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독일을 오고가며 2001년 플로리스트 자격증, 2003 플로리스 마이스터 자격증을 취득하여 군산대학교 평생 교육원에서 플라워디자인 과목을 개설하여 강의를 하게 되었다. 

 또한 2005년 우리나라에도 화훼장식 기능사 제도가 도입되어 EBS+2에서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화훼장식 기능사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그 후로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꽃 문화는 엄청난 발전을 하게 되었다.

 


 

끝없는 배움의 길

 

그는 2008년 원광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하여 2010년 ‘형대 찻자리 화훼조형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고 라복임플로리스트 학원을 오픈하여 화훼장식 기능사 수업은 물론 취미과정 전문과정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2012년 그의 나이 52세 늦은 나이에 박사과정에 도전하여 2017년 2월에 중국 당나라 시기에 활동했던 ‘사공도의 이십사시품을 응용한 화훼조형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게 되었고, 2018년 ‘쉽게 배우는 플라워디자인’ 학습교재를 두 명의 제자들과 함께 공동 집필하여 출간을 했다.

 

꽃 문화에 인문학을 입히다

 

“지금까지 꽃 문화와 관련해서 인문학적인 접근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것은 제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후 저는 SAY FLORY 잡지에 ‘이십사시품 꽃 속에서 노닐다‘ 주제로 2년 동안 연재, ’한국 꽃 예술 인문학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다시 2년을 연재하였습니다. 그 후 (사)한국예총 화예협의회와 (사)한국플라워디자인협회등에서 ‘한국 꽃 예술 인문학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격랑의 시간

 

활발히 활동했던 그는 2018년 5월 건강검진을 받았다. 그런데 간수치가 너무 높다며 재검요구를 받고 서울삼성병원에서 CT, PET, MRI 등 각종 검사를 다 해본 결과 담도암이라는 판정을 받게 되었다.

그는 11월 18일 수술 날짜가 잡혀 간 3분의 2를 떼어내는 8시간의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조직 검사 결과가 안 나온다며 미루더니 퇴원을 하는 날에야 담도암은 아니고 담도 입구에 이상이 있다는 어이없는 결과를 받아야 했다. 그의 간은 이미 잘려져 버렸고 암이 아닌 사실에 그저 만족하며 퇴원을 했다.

 

다시 돌아다보는 행복

 

“저에게 있어 꽃집 운영을 하는 것은 일 자체를 떠나서 너무 축복받은 일입니다. 유년시절 춘설 사이에 핀 빨간 동백꽃을 만나 가슴 설렜던 것처럼 여러 가지 힘든일도 많았지만 매일의 일상을 향기나는 꽃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그는 30여년 꽃집과 학원운영을 해오다 보니 2022년 군산시 전통명가 선정, 2023년 전라북도 천년명가 선정, 같은 해 중소기업벤처부 백년가게 선정과 군산시 화훼장식 명장 1호가 될 수 있었다.

 


 

영예의 대통령상을 수상하다

 

“2024년 10월 31일에는 중소기업벤처부가 주관하는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 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지역 화훼산업 발전과 소상공인 후학 양성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지요. 이 모든 것, 저를 늘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남편과 아들들, 그리고 친지와 가족 그리고 제자들과 주변에 계신 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 다른 내일을 향한 도전

 

“이제,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한국꽃예술과 관련된 인문학 서적을 집필하여 후진들의 기술적이고 조형적인 꽃예술 작품에 내면의 미학이 담겨질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군산시 화훼장식명장을 발판삼아 대한민국 화훼장식 명장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국가 명장의 문턱은 정말 넘기 어렵다고들 주변 분들이 많은 말씀을 하시는데 지금까지 꾸준하게 길을 걸어왔던 것처럼 조금 더 약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 해보고자 합니다.”

그의 열정은 동백꽃의 붉음을 닮았을까. 그가 어렸을 때 만났던 동백의 눈길이 그만큼 뜨거웠던 것일까. 그는 여전히 동백이 가리키는 길에 서서 生의 붉은 꽃을 피우고 있다.

 

*군산시 우체통거리 1길 12 (라복임플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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