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천연기념물’ 지정
보존을 위한 시민들의 염원 담다
지나 온 600년, 살아 갈 600년
군산시 옥서면 선연리 하제마을 ‘팽나무’.
이 나무가 2024년 10월 31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받고 새 생명을 얻었다. 사라질뻔 했던 나무가 하제 마을과 같이 존재하게 된 데에는 누구보다 송미숙 시의원의 역할이 컸다.
송미숙 의원이 팽나무의 존제를 알게 된 계기는 지난 2018년 시의원이 된 이후부터였다. 한 신문을 읽다가 양광희(당시 도로공사 직원) 씨가 ‘하제 팽나무’를 다룬 사설을 읽게 됐고, 홀로 하제마을로 발걸음을 향했다.
“홀로 우뚝 선 팽나무를 두 눈으로 보니 가슴이 쓰리고 아파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어요. 사람들이 떠난 마을을 외롭게 지키는 나무를 보며 ‘대체 이 나무가 왜 여기 혼자 서 있는 거지?’ 라는 생각과 ‘이 나무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며 의원으로서 팽나무 보존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했어요.”
송미숙 의원은 우리땅찾기 운동본부 구중서 사무국장에게 제안했다. 함께 시민들을 만나 서명운동을 해 보자고. 그렇게 모인 시민들의 서명을 방송과 언론에 홍보해 팽나무의 존재를 알렸다.
하제까지 지인들을 모시고 직접 운전해 “이 나무에 관심을 가져 달라”, “함께 노력해서 이 나무를 지키자”고 목청을 높였다.
당시에는 팽나무도, 나무를 둘러싼 땅도, 마을도 전부 국방부 소유였다. 국방부 측이 팽나무를 베어도 지킬 명분이 없었던 것.
송 의원은 그 넓은 땅이 우리 군산의 땅이 아닌 게 너무 속상해서 아는 의원들, 시청 직원들에게 팽나무 지키기에 동참하자고 제안했다.
송미숙 군산시의원(행정복지위원장), 팽나무 살리기에 ‘올인’
2002년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협정)에 의해 군산미군기지 탄약고 주변의 201.9만㎡가 군산 미 공군 탄약고 안전지역권으로 설정되면서 한국 국방부가 토지를 매수, 약 644세대의 주민들이 고향을 떠난 아픈 과거가 있는 지역이다.
오래 전 사람의 발길이 떠난 이곳은 600여 년 수령의 팽나무와 200여 년 수령의 소나무가 사람들 대신 마을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의 ‘탄약고 안전거리 확보 사업’으로 인해 이곳의 팽나무는 자칫 사라질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나무를 지켜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이 모여서였을까. 국가유산청은 지난 10월 31일 옥서면 선연리 산205번지에 위치한 600년 팽나무를 ‘국가지정 자연유산 천연기념물 군산하제마을 팽나무’로 지정했다.
송미숙 군산시의원(행정복지위원장)은 미군 공여지에 홀로 남겨질 나무를 지키기 위해 ‘군산 미군기지 우리땅 찾기 시민모임’ 등 시민단체 등과 뜻을 함께해 ‘팽나무 알리미’ 활동에 앞장서 왔다.
뜻을 같이하는 여러 시민과 함께 해 온 팽나무 살리기 운동이 천연기념물 지정으로 그 결실을 맺은 셈이다.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팽나무
지난 2005년부터 2007년 7월까지 하제마을 등 약 269세대의 주민들이 고향을 떠나 이주했다.
그러나 뜻 있는 시민들은 미군에 넘겨질 위기에 처한 하제마을 팽나무를 지키기 위해 팔 걷고 나섰다.
지난 2018년 11월 ‘안녕하제’ 전시를 개최, 창작문화공간 여인숙 이재각 사진작가의 팽나무 사진을 통해 하제마을 팽나무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으며, 2019년 10월 ‘천년하제’ 전시를 통해 팽나무와 하제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2020년 3월 국방부의 경계 펜스 설치와 하제마을 출입 통제 시도에 맞서 자유로운 통행권 확보를 요구한 것도 군산시민들의 몫이었다.
같은해 군산미군기지우리땅찾기시민모임(사무국장 구중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제마을 팽나무 보존 동참’을 위해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오프라인은 6월 22일부터, 온라인은 7월 1일부터 시작했으며 7월 6일 기준 오프라인 1,300여 명, 온라인 1,900여 명 등 총 3,200여 명이 참여했다.
군산시의회는 2020년 6월 ‘하제마을 등 주변 탄약고 안전지역권 국방부 직접 관리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2020년 10월 ‘팽팽문화제 조직위원회’가 결성됐고, 10월 25일 팽나무를 지키는 시민들이 모인 ‘제1회 팽팽문화제’가 그 시작을 알렸다.
군산시는 팽나무를 ‘전라북도 지정 문화재’로 신청해 정밀조사 등을 통해 더욱 체계적인 보전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했다.
결국, 미군에 의해 없어질 마을의 팽나무를 지키려는 시민들의 염원이 지난 6월 전북도 기념물 지정 예고로 현실이 됐다.
문정현 신부님과
군산의 자연유산을 보여 주는 문화재로 인정받다
미군 공여지로 없어질 위기의 팽나무를 지키려는 송미숙 의원과 각계각층 시민들의 염원이 지난 2021년 ‘전라북도 기념물 지정 예고’로 현실이 됐다.
군산시는 600여 년을 살아 온 하제마을 팽나무가 마을이 만들어지고 사라진 역사를 보여주고 있어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여겨 지난 2021년 3월 전라북도 기념물로 지정 신청했다.
“마을 주변 약 47만여 평이 미군에 공여되면서 주민들의 삶터는 없어졌지만, 마을의 역사를 간직한 팽나무를 지키려는 구중서 사무국장님의 ‘군산미군기지우리땅찾기 시민모임’이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을 실시하면서 가치가 새롭게 조명됐어요.”
시민들의 노력도 빛났다. 시민들은 2020년 10월 25일 ‘제1회 팽팽문화제’를 개최하며 팽나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온 몸으로 증명했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 구중서 사무국장이 자비로 개최한 ‘팽팽문화제’에 송미숙 의원도 함께했다. 팽팽문화제는 이곳 600년 팽나무를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주최한 행사로, ‘평화의 바람’의 저자 문정현 신부님이 대부 역할을 하고 계신다.
‘팽나무 지키기’ 송미숙 시의원의 의정 활동
송미숙 의원은 지난해 2월 열린 제253회 임시회 2차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전국적으로 수령이 600년 가까운 팽나무는 겨우 16그루로, 이중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팽나무는 경북 예천 용궁면 금남리, 전북 고창 부안면 수동리, 그리고 이번에 지정된 경남 창원 대산면 북부리 팽나무 세 그루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제마을 팽나무는 다른 지역에서 문화재로 지정된 팽나무에 비해 크기와 모양새가 좋고 생육을 위한 입지적 특성이 우수하고 식물학적·경관적 가치가 높아 마을주민에 의해 신성시되고 있을 정도로 역사적·민족학적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당시 송 의원은 “하제마을은 과거 3,000여 명이 살았던 마을로 현재는 군산 미군기지 탄약고 안전거리 확보사업이라는 명분으로 마을주민이 모두 이주했지만 마을을 그리워하는 주민들이 매월 셋째 주 토요일 팽팽문화제를 열 정도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문화재는 현재의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전해주어야 하는 우리의 문화적 소산”이라며 “우리의 이야기와 우리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군산 하제마을 팽나무가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수 있도록 군산시와 시민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마침내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 지난 10월 31일 ‘국가지정 자연유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하제 팽나무.
지난 2021년 6월 전북특별자치도 기념물로 지정됐으며, 2024년 8월에는 오래된 자연물인 노거수가 갖는 역사적 가치와 우리나라 고유의 생활과 깊은 연관성, 우수한 규모와 아름다운 모양, 마을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자연유산이라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됐다.
이후 30일간의 예고기간 동안 의견을 수렴한 후 자연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 지정 자연유산 천연기념물로 지정 의결됐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10월 31일 오후 2시 ‘군산 하제마을 팽나무’를 국가 지정 자연유산 천연기념물 지정 및 대국민 홍보를 위해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지정기념식을 개최했다.
송 의원은 축사를 통해 “하제마을 팽나무 천연기념물 지정은 시민들과 끊임없이 함께 한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군산 하제마을 팽나무가 천연기념물 지정에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매우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시민 소리에 귀 기울여 늘 함께하는 의정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지나 온 600년을 넘어 앞으로 600년을 살아갈 ‘팽나무’
천연기념물 지정 이후 수많은 시민들은 환호했다. 미군 측에 토지를 양보하는 일을 막기 위해 ‘지키자 팽나무, 미군기지 확장 반대’를 내걸고 ‘팽팽문화제 조직위원회’를 결성해 팽나무를 널리 알려 온 이들과, 팽나무 보존 서명운동에 동참한 무명의 시민들은 ‘하제마을의 역사와 평화의 상징’ 팽나무에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국가유산청의 이번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은 군산시민들과 팽나무를 지키고 보존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요구가 행정에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송 의원은 “하제마을 팽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까지의 긴 여정은 시민들의 마음이 한데 모여 이룬 성과다”며 “앞으로는 팽나무의 보호와 관리에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이 지켜 낸 하제마을 팽나무. 송미숙 의원은 시민들의 마음을 모아 천연기념물 팽나무를 보존할 각오를 다졌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떠났지만 마음은 언제나 고향을 사랑해요. 그런 분들을 위해서 팽나무 보존과 관리에 더욱 힘쓰는 게 제가 할 일이죠.”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 파란만장한 20세기를 지나 현대의 군산의 삶과 역사를 함께한 하제마을 팽나무.
이 ‘팽나무’가 지나 온 600년을 넘어 앞으로 600년을 살아가기 위한 행보를 이제 시작했다. 그 출발을 송 의원이 연 셈이니 여성 정치인으로써 앞으로의 의정활동 또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