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산뜰에서 본 통매산
군산 시가지의 외곽 들녘 끝으로 보이는 작은 동산, 함라산 자락 금강을 따라 뻗어와 들녘 끝에 찍어 놓은 에필로그 같은 푸른 점 하나가 있다. 바로 통매산(通梅山)이다. 이름은 근사하게 매화란 이름을 담고 있지만 통매란 이름은 전국 곳곳에 흔하게 남아 있는 이름의 작은 산이다. 들녘에 마치 똥을 쌓아놓은 것처럼 볼록하게 솟아 오른 작은 산을 이름하는 똥뫼가 그 어원이다. 똥매, 동매, 통매 등 다양하게 불리우는데 어떤 학자는 우리가 흔하게 부르는 동산이란 이름도 똥뫼와 어원이 같다고 말한다. 마을 인근의 작고 친근한 산 동산처럼 똥뫼는 예로부터 사람들에게 흔하게 불리워진 이름의 산이다.
인디언 움집과 숲체험시설
송정 써미트가 바라다보이는 삼거리 쪽에서 통매산을 오르는 길 입구에 서면 통매산유아숲 체험원 안내표지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나의 모든 문학은 숲에서 비롯되었다.”는 대문호 톨스토이의 고백처럼 어릴 때 숲에서 뛰어놀았던 체험은 평생 잊혀지지 않는 상상력과 추억의 원동력이 된다. 숲에서 만난 인디언 움집이나 나무 동굴터널, 밧줄놀이 기구와 함께 한껏 웃고 밤과 감이 익어가는 숲 속에서 아이들이 숲을 체험한다고 생각하니 통매산 가는 날을 손꼽았을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이미 장년이 된 어른들이 어릴적 숲에서 타잔놀이를 하며 뛰놀던 추억처럼 도심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도 숲을 추억하는 일은 평생 소중하게 간직될 것이다.
통매산에서 바라본 들녘
통매산에 오르면 개정과 회현, 옥산으로 이어지는 너른 들녘을 적시는 물길 하나가 보인다. 이것이 바로 경포천 줄기다. 밤이 익어가는 가을의 한 가운데 작은 동산에 오르면 가슴이 탁 트이는 풍경을 만나게 된다. 지나온 세월의 물길처럼 삶을 적시는 생명의 물길이 풍요로운 황금들녘을 지나고 있다. 콤바인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벼가 베어지며 들녘의 풍경이 바뀌어가는 계절이다.
수문 옆 마을 사람들
통매산을 넘어가면 나타나는 마을이 삼수리다. 물길이 만나는 삼거리인 셈이다. 세 물길이 이어지는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삼수리다. 그 삼수마을 주변으로 평사리, 회안리가 자리해 있다. 물길이 만나는 수문다리가 있는 곳에 이르면 군산 호수의 수위조절 방류구가 있는 곳이 보인다. 이곳에서 사는 아주머니들이 채소를 다듬으며 말한다.
“이곳은 비가 많이 오면 물난리가 날까봐 걱정이 많은 곳이에요. 작년 여름에는 장마철에 물이 넘쳐 애를 먹었는데, 올해는 턱밑에서 멈춰 그나마 다행이에요.”
물이 모여 경포천으로 빠져나가야 하는데 만조가 겹치면 경포천 물이 넘쳐 수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통매산 앞 회안정(回雁亭)
인근 회안정에서 만난 80세의 고씨 노인도 덧붙인다.
“물난리가 나지 않게 하려고 지금 물길을 내고 있잖어. 옥회천인가. 넘치는 물을 저 만경강 쪽으로 빼내려고 하는거 아녀?” 젊은 사람들은 거의 없고 노인들만 남은 농촌마을, 고노인은 조금 이른 수확을 하려고 한다면서 전한다.
“벼는 말이여, 다 익기 조금 전에 베어내야 쌀맛이 좋은 벱이여. 90% 익은 벼가 다 익은 벼보다 나중에 밥맛이 좋아. 이제 나이 들어서 얼마나 더 농사를 지을지는 모르지만 세상이 빠르게 변해는 걸 실감해, 쌀값이 오르지 않으니께 서운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수확을 할 때면 마음만은 부자가 된 것 같어.”
주름진 어르신의 얼굴을 보며 기러기가 돌아간다는 회안정을 지나는 길, 가을 햇살이 내려앉는 들녘이 황금빛으로 출렁였다. 그 들녘에 봉긋이 솟아 있는 통매산이 경포천의 물길과 함께 말없이 들녘을 지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