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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외발자전거를 타고 전진하는 MBTI 전문가, 오영주 씨
글 : 이소암 / lsa246@hanmail.net
2024.11.06 11:43:47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누구나 生의 출발점이 같다면 인생은 얼마나 밋밋할까. 물론 그 출발점이 비슷하거나 같다 해도 누구를 만나 누구의 영향을 입느냐에 따라 인생의 과정과 결과는 달라질 것이 자명하다. 부모 형제가 그러하고 친구가 그러하고 선생님이 그러하다. 이 중 인품 좋은, 혹은 인품이 좋지 않은 선생님의 영향으로 생의 방향이 변화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여기 말하고자 하는 오영주 씨도 그러하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다

 

그의 부모님은 부지런하고 강직한 분들이셨다. 하지만 하루 종일 농사를 짓고, 가축을 돌보며, 집안일을 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은 힘든 노동의 연속이었다. 부모님이 웃으시던 모습, 잠시 휴식하던 모습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언제나 바쁘고 부지런하게 움직이셨다. 자신들이 겪고 있는 가난과 못 배운 설움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몸부림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떼를 쓰거나 뭔가를 요청했던 기억이 없다. 그의 어머니는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집안일과 농사일을 하시며 그의 가족을 위해 헌신하셨다. 자신마저 떼를 쓰거나 어머니를 힘들게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어지간한 일은 스스로 참아내거나 필요한 것들은 혼자 해결하려고 애썼다. 

사춘기라는 말조차 그에게는 사치였다. 그는 부모님을 어떻게 행복하게 할까 하는 고민이 더 큰 문제였다. 그는 부모님을 기쁘게 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 

 

시립도서관 특강

 

 

진정한 교육은 기다림이다

 

그가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담임 선생님이 그의 어머니를 호출했다. 그때 선생님은 그를 앞에 두고 상담을 하셨는데, 

“아이가 너무 멍청하니 그냥 집에 데리고 가서 1년 더 공부시키고 학교에 보내라.”고 말씀하셨다. 그의 어머니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가르칠 생각은 안 하고 무슨 말이냐?’고 따지지 못하고 그저 빌었다. 그는 어머니 덕분에 초등학교 1학년을 유급당하지 않고 학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 강사가 되었다. 항상 학생들을 존중하고 정성을 다하는 까닭은 초등학교 때 선생님으로부터 그런 대우를 받았기에, 뒤처지는 학생들이 느낄 감정과 고통을 십분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한 송이 꽃조차 일찍 피는 꽃이 있고, 늦게 피는 꽃이 있다. 인내로 기다려 주면 될 일이다.

 

生의 리셋reset

 

그는 30대 후반, 비교적 늦게 다시 학사 과정을 시작하고 석사와 박사까지 마친 뒤, 현재 대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학업이 늦어진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었다. 외발 자전거를 타듯, 내리면 그대로 멈추거나 쓰러질 수밖에 없어 그냥 직진할 수밖에 없는 아슬아슬함의 연속이었다. 

“학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사이버대학교에서 학위를 받는 날이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과 자녀 양육 속에서 이룬 성취라서 그날의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그 뒤로 석사, 박사 졸업식날은 나를 축하해 줄 사람도 없었고, 기대도 없었고, 나를 위한 꽃도 준비하지 않은 그냥 평범한 날이었습니다. 어린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양육과 학업, 경제적 책임까지, 삶이 버거워 세상에 나 혼자라고 느껴지기도 했으나 돌아보면 그때는 젊었네요.”

 

전주교육지원청 MBTI 특강

 

 

영어를 MBTI에 접목, 꽃피우다

 

그의 부캐*는 심리 상담이다. 영어와 심리 상담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두 분야는 의외로 깊게 연결되어 있다. 그가 심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영어 듣기 공부에서 시작됐다. 특히 토익 LC(듣기)를 공부하면서 자신의 듣기 실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평소에는 네이티브와 대화를 할 때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다시 말해줘”나 “천천히 해” 같은 말을 통해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하지만 인증시험은 대화와 달리 그런 기회 없이 듣고 바로 이해해야 했기에 어려움을 느꼈다.

그는 리스닝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미드(미국 드라마)를 반복해서 듣기도 했다. 한 에피소드를 30~40번씩 듣는 노력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자신의 성격에 맞는 학습 방법을 사용하면 87배의 효과를 볼 수 있다."라는 말을 했다. 그는 이 말에 큰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그때부터 MBTI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MBTI는 사람의 성격 유형을 파악하는 도구로, 자신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함으로써 자신에게 맞는 학습 방법이나 생활 방식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영어 듣기를 어려워한 이유가 단순히 실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 그의 성격과 학습 방식에 맞지 않았던 공부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를 통해 심리학의 매력을 느꼈고, 그와 다른 사람들의 성격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방식으로 소통하고 도움을 주는 일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는 현재 MBTI전문가일 뿐 아니라 한국형 기질 검사인 사군자, 심리유형 분석(PTS), 도형심리상담 전문가 등 다양한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사람들에게 자신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누군가의 삶, 그 모델을 꿈꾸다

 

그는 학생들에게 단순히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로 머물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삶의 모델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영어라는 언어적 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 인생의 다양한 가치와 태도, 그리고 성실함과 열정 같은 덕목들을 함께 전하고 싶습니다. 학생들이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고, 도전하는 자세와 실패를 극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돕고 싶은 거죠. 나는 내 강의를 통해 학생들이 단순히 학문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나의 경험과 배움을 바탕으로 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때로는 그들의 멘토가 되어 인생의 길을 함께 고민하고 조언해 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그들이 언어 학습을 통해 더 넓은 세상과 연결되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기를 희망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그의 담임 선생님은, 옛 그 제자가 강단에 서서 지금 훌륭한 강의를 펼치고 있음을 안다면 지난날을 반성하실까. 물론 오영주 씨는 깡그리 과거를 지우고 그윽한 미소를 안경 너머로 보내고 있지만, 필자는 그 지워진 아픔의 흔적을 읽는다. 그런 그의 앞날에 서광이 있기만을 빈다.

 

*부캐-부 캐릭터. 자신이 사용하는 주요 캐릭터 외의 캐릭터를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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