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시골에선 고구마 캐기가 한창이겠네. 고구마 캐 봤니? 호미로 가만히 고구마 두둑을 파헤치면 고구마가 빼꼼 고개를 내밀지. 고구마가 다치지 않게 살짝 들어 올리면 빨갛고 윤기나는 고구마가 나올 거야. 넌 환하게 웃으며 소리치겠구나. 나 고구마 캤어요, 하고.
어느 해 할머니 밭에서 고구마를 캐는데 들쥐가 갉아먹은 고구마가 많았어. 상처 난 부분은 썩지 않고 고구마 껍질이 새살처럼 덮고 있었단다. 정확히 말하면 갉아먹고 드러난 하얀 부분이 얼른 겉살이 되어 고구마를 보호한 거라고 해야겠지.
나는 고구마 스스로 제 살을 치유하는 것을 보고 생각했단다. 살면서 동물이나 벌레에게 피해를 입은 고구마처럼 사람도 몸과 마음이 상하는 날이 있지. 그럴 때마다 쉽게 상처받고 좌절한다면 우리 내면이 버틸 힘을 잃게 될 거야. 고구마가 가진 치유 능력처럼 우리도 빠르고 단단하게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우리 내면에 있다고 믿으면 좋겠다. 그 힘을 더욱 굳건하게 키우는 것은 각자의 몫이겠지?
고구마꽃 얘기 하나 더 해줄게. 고구마꽃은 나팔꽃이나 메꽃과 비슷해. 십여 년 전 처음 고구마꽃을 보았을 때는 마냥 신기하기만 했단다. 내가 어렸을 때는 고구마꽃이 피지 않았어. 농부들도 백 년 만에 한번 피는 꽃이라고, 꽃이 피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기뻐했다고 해. 요즘은 아주 흔하게 볼 수 있어. 우리나라 기온이 높아진 결과라는데 꽃이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야.
맛있는 햇고구마를 먹으면서 가족끼리, 또 좋은 사람들끼리 주고받을 이야기도 따뜻했으면 좋겠다. 군고구마의 달콤한 내음은 더욱 말랑말랑하게 겨울 속으로 걸어가라고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