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기대, 다양한 활동
경로당 이미지 벗고 ‘학습하는 공간’으로 변화
군산 수송제일아파트 경로당(군산시 축동안길 37) 어르신들은 경로당은 지난 7월 31일 방학을 맞은 단지 내 어린이들 23명을 경로당으로 초대해 ‘1, 3세대가 함께하는 봉숭아 꽃물들이기’를 진행했다.
행사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처음 보는 봉숭아꽃에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곧바로 손톱을 맡기며 붉은색 물을 들였고, 부모들은 어린 시절 봉숭아 꽃물의 추억에 잠겼다.
어르신들은 ‘나의 행복’을 넘어 ‘이웃들의 행복’을 몸소 실천했다. 경로당의 문을 활짝 열고 주민들에게 행복한 아파트를 만들어 가는 이웃이 되는 순간이었다.
아파트 화단에서 가꾼 봉숭아로 진행하는 ‘1, 3세대가 함께하는 봉숭아 꽃물들이기’는 해를 더할수록 인기가 높아 가족과 함께 참여하는 어린이들도 있으며, 참여한 어린이들과 어르신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사했다.
주민들이 직접 가꾸는 명품 화단
수송제일아파트 경로당 주변은 여름을 맞아 핀 다양한 계절 꽃들이 화단에 빼곡이 가득차 있다.
경로당 어르신들이 아파트 자투리 공간에 화단을 조성해 봉숭아꽃 등을 심어 연중 꽃피는 화단을 가꾸고 있는 것이다.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는 (사)대한노인회 군산시지회 소속 수송제일아파트 경로당은 어르신들의 전유물이라는 경로당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아파트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채홍석 회장은 4년 전 경로당 회장으로 취임 후 뜻을 같이하는 경로당 회원들과 함께 단지 내 유휴 자투리 공간에 화단을 조성한 후 우리와 친숙한 맨드라미, 봉숭아, 수국 등을 비롯하여 야생화 80여 종을 심어 연중 꽃피는 화단을 가꾸고 있다.
그래서일까. 날씨가 따뜻해지면 수송제일아파트 화단은 계절마다 피는 꽃들로 다채로운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신축 아파트처럼 차 없는 거리, 자체적으로 만들어 놓은 공원이 없어도 상관없다. 아파트 주민들이 단지 부지에 자발적으로 가꾸는 꽃밭이야말로 주민들의 자부심이다.
채홍석 회장(79)은 “회원들은 물론 주민들의 정서적, 심미적 건강 증진을 도모하고자 단지 내 삿갓 유휴지에 연중 꽃피는 화단을 가꾸고 있으며,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경로당 회원들이 이른 봄에 파종해 직접 가꾼 봉숭아꽃을 손주들과 함께 따고 찧어서 손톱에 꽃물을 들임으로써 정서적으로 매우 유익한 오감 만족 체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학습하는 공간’으로의 변화
“경로당 회원들은 끊임없이 배우고 있어요. 이런 활동들을 통해 회원들은 자존감이 높아지고 자아실현도 꾀하는 기회를 마련하죠. 회원들은 경로당에서 건강·행복을 체험하고 배움의 기쁨을 누리고 있어요.”
수송제일아파트 경로당은 친환경 생태조성 초록 사랑 녹색성장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아파트 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입주민들에게 다가가는 열린 경로당 운영으로 노인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이미지 개선과 회원 모두가 행복한 선진경로당 운영을 위해 특허 출원한 ‘치매예방 주산지도’, 활기찬 노후를 위한 군산시보건소 ‘어르신 건강체조교실’ 등 다양한 맞춤식 프로그램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특히, 특허 출원한 주산지도 교육이 인기가 많다.
주판은 직사각형 틀에 칸을 막은 뒤 세로로 철사나 대오리 20여 개를 내리꿰어 위칸 1~2개, 아래칸 4~5개의 구슬을 꿰어 넣은 계산 기구로, 전자계산기와 컴퓨터가 도입되기 전에는 주판을 사용해 온갖 계산을 했다.
주판에 익숙해지면 머릿속에 주산알을 상상하며 계산할 수 있게 되며, 자연스럽게 암산 능력이 향상된다.
주판을 이용해 손을 바쁘게 움직임으로써 어르신들은 치매 예방에, 어린이‧청소년들은 두뇌 개발에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문을 열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채홍석 회장은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 노인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기대하며 경로당이라는 공간이 ‘노인이 쉬었다 가기만 하는 공간’을 넘어 ‘세대 간 소통하고 배우는 곳’이 되길 기대하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덕호 전 회장은 “우리 경로당 회원들은 대부분 군산시립도서관 카드를 만들었다”면서 “도서관 이용 방법을 가르침으로써 회원들이 책을 통해 다양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유재호 총무는 “개인주의가 만연해지고 빨리빨리 문화가 팽배해진 요즘 세상 속에서 경로당이 세대와 아우르기는 쉽지 않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로당 문을 활짝 열고 꾸준히 이웃들과 소통한다면 마음의 벽이 없이 정을 나누는 살기 좋은 동네가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아파트’라는 단절된 벽을 넘어 자발적,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공동체를 만들고 있다.
이웃 간의 정이 소원해져 가고 개인주의가 견고해지는 시대 속에서 이웃에게 모범이 되는 어른, 젊은이들에게 지혜를 주는 어른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 속에서 이들은 받는 노인에서 베푸는 노인, 수동적인 노인이 아닌 존경받는 어르신으로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노력하고 있다. ‘함께 사는 행복’을 실천하기 위한 배움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빨갛게 물든 봉숭아 꽃물이 오래도록 남아 사랑이 이루어지듯이 수송제일아파트 경로당 어르신들의 이 같은 염원이 오래도록 남길 기대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