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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클래식에 대중적인 색깔을 입히자" 군산시립합창단 주광영 지휘자
글 : 강해인 / godls468@naver.com
2024.09.01 13:13:27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4차 산업 혁명이라 불렀던 산업계의 장벽 허물기가 계속되고 있다.

물질과 디지털, 생물 세계가 융합되어 사회와 경제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 새로운 산업 시대.

융합과 분화, 그리고 새로운 가치 창조.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면서 오늘날에는 별다른 뉴스거리조차 되지 않고 있다.

문화와 예술계에서도 탈 장르의 바람이 몰아쳤다.

고전적인 의미의 장르는 명맥을 잇기 어려워졌으며 그에 따라 예술계 또한 생존하기 위한 장르간의 결합 혹은 새로운 형태로의 진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른바 탈 장르의 전성시대가 찾아온 셈이다.

지방 소도시에서의 삶의 질은 시민들이 얼마나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자치 단체의 예산으로 꾸려지는 ‘시립예술단’의 경우 생존을 위한 단원들과 지휘자의 몸부림은 상상 그 이상이다.

‘시립’을 지키기 위한, ‘시립’의 이름에 걸맞는, ‘시립’으로 바로 서려는 예술단의 마음이 시민들에게 전해지고 있을까.

지휘자의 색깔과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단원들의 음악적 역량은 돋보이게 만들어 가면서 시민들과 정서적인 유대감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주광영 지휘자가 군산시립합창단을 맡은 지 1년이 지났다. 이 지역 음악계에 있어서 선망의 대상이기도 한 시립예술단.

그 중에 목소리로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합창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려는 합창단의 여러 가지 시도는 나름의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민간 영역에서의 크고 작은 합창단이 활동하면서 ‘가성비’에 대한 평가가 매섭게 따라오기도 했다. 시립의 존립 근거는 어떤 방식으로 시민들의 삶 속에 들어가느냐이다.

이제부터 군산시립합창단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한다.

 


 

어려운 환경의 합창단 지휘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

 

지난 2023년 6월, ‘시크’한 이미지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주광영 지휘자가 지휘봉을 잡았다. 무척 부담스런 발걸음이었으리라 짐작이 간다.

시의회에서 공청회를 열고, 문화 예술의 저변을 넓히려면 지금의 ‘시립예술단’에 대하여 근본적인 운영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고 시동을 걸던 참이었다.

불과 7~8년 전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었다. 모 시의원이 문제를 제기했으며, 그런 과정에서 그 의원은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예술단은 한 노동 단체의 지부로 변신했다.

그 당시 박○○ 지휘자가 “시민들 속으로”를 부르짖으면서 기존의 ‘시립’과 완전히 다른 스타일을 접목했던 기억이 새롭다.

희끗한 세월의 흔적을 자연스런 헤어스타일로 갈무리한 주광영 지휘자의 첫 인상은 ‘수더분한 이웃’ 정도로 느껴졌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예술계의 정점에 선 지휘자에게서 풍기는 섬세함, 혹은 날카로움의 이미지는 느끼지 못한 게 필자만의 촉일까.

그러나 그를 만나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면서 첫 인상과는 전혀 다른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40명 정원의 합창단원들을 이끌고 이런 저런 논란에서 벗어나 예술적인 행위를 통해서 지지와 성원을 얻어가려고 한다. 다양한 장르의 시대에 그의 목소리가 얼마나 크게 들릴지는 아직 모른다.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무대를 만들어 가는 게 합창단 운영의 기본 틀입니다.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공연을 구상하느라 머리가 아플 지경이지요.”

그의 말에서 시민들과 호흡하려는 의지가 읽혀졌다. 그러나 시행 과정에서부터 많은 시련이 있으리라 보기에 걱정이 앞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민 속으로’라는 그의 말에 격정적인 박수를 보내고 싶다.

 


 

클래식만 해서 시민들이 눈 높이를 맞출 수 있나요?

 

주광영 지휘자에게 군산시립합창단은 늘 새로움이다.

그는 경원대학교 음악대학(성악)을 졸업한 후 UCLA 대학원 석사(성악, 합창지휘), UCLA 대학원에서 박사학위(합창지휘)를 받았다.

과천시립여성합창단, 송파구립합창단, 분당구어머니합창단 등에서 활동했으며 중앙대예술대학원, 서울예술공연학교에서 후진들을 가르쳤다.

음악계에서 인정받은 실력있는 지휘자라는 말이 그의 이름 앞에 따라다녔다. 그러나 형식적인 면을 중시하는 클래식의 범주에서만 움직이던 지휘자였다.

“군산시립에 와서는 그러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의 눈높이가 달라졌다. 전통의 클래식에 대중적인 음악을 접목시키거나 공연 레퍼토리에 정통과 유행 음악을 섞어가면서 대중적인 호응도를 이끌어내는 무대를 보여주려고 했다.

기존의 틀을 깨려고 노력하는, 좀처럼 보기 힘든 파격적인 성향의 지휘자로 변화해 가고 있는 주광영 지휘자.

일반 시민들과 시립합창단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공연기획을 짜내느라 그의 머리는 항상 고달프다.

그러나 그의 발걸음이 바빠질수록 시민들은 음악적 선물을 한아름 받아드는 셈이니 한편 기대감도 크다.

 

군산 시민들과 함께하는 하모니

 

프로의 자존심이 강한 합창단이 일반 시민들과 무대를 같이하는 건 보기보다 쉬운 게 아니다.그러나 이런 저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진행했던 ‘군산 시민들과 함께하는 하모니’라는 프로그램은 일반 시민들과 함께하는 공연으로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처음엔 어린아이들을 위하여 엄마와 함께 노래할 수 있는 4주간으로 기획된 ‘키움으뜸 아카데미’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을 이수한 아이들은 음악회 공연에 올라가 직접 무대를 경험하도록 했다.

올해 10월에 예정된 ‘하모니2’를 위하여 현재 참가 시민들을 모집 중이다. 

“작년에는 어린이 20명 정도가 함께 무대에 올라 총 198명이 대공연장 무대 위에 올랐어요. 올해에는 아이들이 빠지게 되어 140명 정도가 무대를 꾸밀 예정입니다” 

시립예술단원들 사이에서 ‘프로와 초보가 함께 무대에 오르는게 맞냐’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주광영 지휘자는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어려움을 감수하고 함께 공연을 하며 다같이 어우러지는게 맞다”라고 설득했다.

그런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아이들이 합창 활동을 통하여 노래를 하고, 지휘를 배우며 직접 무대에 오르기도하고 시립합창단 앞에서 직접 지휘하는 등 멋진 경험을 하게 만들고 싶었다.

“프로들의 노래에 일반인들의 설익은 소리가 섞이는 요소들이 있기에 단원들이 부담을 느낀 건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면서, “부담을 안고 있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군산의 이름을 남기는 합창단의 역할

 

군산을 대표하는 합창단을 맡은 만큼 그에 걸맞는 구상을 하기로 했다. 올 해 11월에 예정된 ‘특별한 공연’은 군산을 알리기 위해 군산을 노래하는 스테이지들로 기획했다. 

군산이 가진 아름다운 서정과 역동적인 역사의 한 부분을 담아낸 곡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군산 시민들은 잘 모르겠지만 큰 도시에서 살다가 군산에 내려온 제 눈에 비친 군산은 서정적인 풍경이 수도권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거든요. 작곡가에게 의뢰하여 수채화처럼 3곡을 작곡하였고, ‘진포대첩’에 관한 이야기가 군산의 역사성을 부각시키는데 좋을 것 같아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 지휘자는 이렇게 만들어진 곡을 뿌리로 하고 여기에 미디어 아트를 접목하여 ‘특별한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올 마지막 공연에는 ‘하모니2’ 프로그램에서 공연했던 군산 시민들을 모두 무대에 올리고, 뮤지컬 ‘아이다’ 속 ‘개선행진곡’처럼 웅장하고 멋진 무대가 될 수 있도록 만들겁니다”

그는 이어 “군산은 역사뿐 아니라 전국적 마케팅이 가능한 요소들이 많아요. 그로 인해 타지 사람들도 공연을 보러 군산을 찾아올 수 있는 공연을 기획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도시는 지역을 부각시키고 내세울 수 있는 요소들을 찾기가 힘든데 군산시는 기획 요소에 대한 자원도 너무 풍부하고 좋아요. 하지만 재료는 있는데 만들지를 못하는 여건이라 너무 아쉽습니다. 정성을 다해 음악적으로 만들어 나갈려고 합니다”

시민들과 함께 어우러지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 주광영 지휘자. 그가 기획한 앞으로의 공연들과 지휘자로서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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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2 21:28:53) rec(37) nrec(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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