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꽃은 오랜 기다림 끝에 우연히 만나지기도 한단다. 타래난초는 식물도감으로 먼저 만난 꽃이야. 실타래처럼 꼬아 올라가는 모양으로 꽃이 피어서 붙여진 이름이지. 타래난초가 이렇게 꽃을 피우는 이유는 작고 여린 꽃이 한 쪽으로만 피어 쏠리지 않게 균형을 잡기 위해서란다. 균형을 잡는다는 것. 이 어려운 일을 타래난초가 해내네. 6월, 군산대학교 잔디밭에 가득 피어 있는 꽃을 보고 정말 반가웠어. 한참을 들여다보며 꽃 마중을 했단다. 몸을 잔뜩 낮추고 보지 않으면 자세히 볼 수 없는 꽃이야. 관심 없는 이들에겐 꽃이 피었다 지는 줄도 모를 정도로 작아. 타래난초는 씨앗도 아주 작아서 그 씨앗이 저 스스로 발아할 영양분을 갖기도 어렵단다. 그 씨앗 안에 난균이라는 곰팡이를 들어오게 해서 그 균에 의지해 싹을 틔울 수도 있고, 그 균에게 지면 죽게 된단다. 내게 온 어떤 것이 나를 살릴 수도 있고, 나를 죽일 수도 있는 것이라면 그 선택은 내게 달려 있으면 다행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어느 쪽으로든 내가 선택한 일이니까 억울하지는 않겠지.
작년 그 자리에 다시 타래난초가 피었을까. 사람이 그리운 것처럼 때가 되면 당연히 올 꽃들이 생각나지. 만나야지 하면서 또 철을 넘기기도 하고 말이야. 아무데서나 만나지는 꽃 아니니 찾아가야겠다. 꽃을, 타래난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