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아직 보리밭이 있다는 것은
이 땅에 아직 보리피리를 찬란하게 불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안도현의 시 ‘보리밭’ 중에서」
5월이다. 미성동 집에서 5분쯤 걸어가면 온통 초록색 보리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보리들은 파도를 타며 초록지평선을 만들어 살랑거린다. 지난겨울 한파를 물리치고 힘겹게 뿌리를 내리며 봄을 기다린 보리 새싹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다. 따스한 햇볕이 선물처럼 내리쬐고 바람이 그 허리를 감아 곧추 세우던 날, 보리밭의 향연이 시작된 것이다.
미성동 라인댄스팀
‘우리! 보리밭에서 꽁당꽁당해!
제 19회를 맞이하는 꽁당보리 축제는 ‘우리! 보리밭에서 꽁당꽁당해! 주제로 시작되었다. 화창한 날씨도 초록 보리밭을 일렁이며 축제의 현장으로 안내하였다. 강임준 시장은 개막식 축사에서 ’올해로 19회를 맞는 꽁당보리축제장에서 건강과 힐링을 만끽하고 색다른 체험과 재미로 다시 찾고 싶은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씀하셨다.
입구에 들어서니 ‘꽁당보리 네 컷과 느린 엽서’ 코너가 손님을 반긴다. 보리밥을 먹던 시절 지나간 추억을 떠올리며 손글씨로 엽서를 만들어 참여했다. 완성된 엽서를 친구에게 보냈다. 엽서를 받아 든 친구는 먼 기억 한 조각 끄집어내어 고향의 보리밭에서 그을음 맡으며 손바닥이 까매지도록 구워 먹던 청보리의 추억을 떠올릴 것이다.
홍보부스에서는 발효식품연구회, 양봉연구회 등을 운영하고 있었다.
미성동 특산물 판매장에는 보리국수, 보리식혜, 군산수제맥주, 보리밥, 보리개떡, 보리막걸리 등 여러 종류가 선보이고 있었다.
체험부스에서는 소방체험, 새싹보리 화분 만들기, 보리강정 초콜릿 만들기, 카네이션 머리띠 만들기 등이 눈길을 끌고 있었다. 또한 생태환경 공룡 체험, 오카리나 만들기, 꽁당 어린이 사생대회도 진행되었다. 재잘재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 만에 들어보는 아이들 웃음소리인가, 오랜만에 만나는 유치원 아이들 모습이 반가워 한참 동안 그 주변을 떠나지 못했다.
축제장 일정에는
첫째 날은 식전 공연과 함께 미성동 풍물팀의 구수한 우리 가락 소리에 저절로 어깨춤이 들썩였다. 노래자랑 예선에서는 열창하는 후보들이 몰려 경쟁이 치열했다는 후문이 들려왔다.
둘째 날은 미성동 북 난타 팀의 우레와 같은 북소리가 울려 퍼졌고, 설장구, 낭낭한 목소리의 시 낭송이 이어졌다. 이 지역 출신의 탤런트 겸 가수 김성환씨가 등장하자 여기저기에서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미성화합 한마당에 노래하는 이도, 참여하는 주민들도 하나가 되어 합창을 했다. 이어서 신나는 예술버스(마술, 버블쇼, 솜사탕 공연) 프로그램이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셋째 날은 미성동 라인댄스 팀의 화려한 군무가 이어졌다. 평균 연령이 75세인 회원들의 춤사위는 30대 젊은 아낙들처럼 박자에 맞춰 춤을 추었다. 그 외에도 더 플라잉, 룰루랄라 장구 공연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노래자랑 본선대회가 진행되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참여한 가수들의 열창이 이어졌다. 대상은 시원한 성량으로 뿜어 낸 국악풍의 이연정 가수에게 돌아갔다.
꽁당보리축제 제19회 조경희 위원장과 이웅희 운영국장
농가에서 자발적으로 시작한 축제
꽁당보리축제 창단에 대하여 궁금한 것이 많았다. 우선, 발단 동기를 살펴보면 ‘2002년 정부에서는 10년 후에는 보리수매를 중단한다’는 발표에 따라 미성 보리 농가에서는 그 타격을 우려하여 대책마련에 나섰다. 그때만 해도 보리농사를 100% 정부 수매에 의존하는 현실로 그 소식을 들은 보리농가 70여명이 모여 타계책으로 ‘흰찰쌀보리 개발’에 머리를 맞댔다.
당시 대야, 임피, 나포 등에서 흰찰쌀보리를 개발하여 상품화 시킨 단계에서 ‘석탑산업훈장’을 수여 하던 시절이었으니 앞서 나갔다고 말할 수 있다. 미성농가 농민들은 찰보리쌀을 이용한 보리술, 보리떡 등의 제품 개발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던 중 축제이야기가 나왔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은 많은 용기와 단합된 힘이 필요했다. 농민들은 희망도 없이 죽어가는 농가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초기 이태만 위원장을 위시하여 농민단체, 노인회관, 농가들이 솔선수범 주머니를 털었다. 4,800만원이라는 성금이 모아지자 여인네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미성동 출신 김성환씨도 ‘본인도 보리밭에서 자란 사람으로 농가를 살리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고 뛰어들었다. 거금을 들여 축제 홍보대사를 자처하여 도·농 교류 차원에서 서울 부녀회장단 등 버스 20대 인원을 동원하기도 하였다.
흰찰쌀보리, 꽁당보리식혜
군산보리 ‘지리적 표시 49호 등록’하는 쾌거를 이뤄내다.
이렇게 시작한 제1회 축제가 성공적으로 마쳤고 제 3회가 지나면서 군산시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농가들은 축제 후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향토사업 30억 공모사업에 참여하여 2012년 우수(3억), 2013년 최우수사업단 선정(5억)을 수상하며 군산보리의 우수성을 알리기 시작하였다.
농민들은 “조선시대 진상품인 옥구보리는 타 지역보다 보리 영양가가 우수하다. 군산보리는 저온성 식물로 1월에서 5월 사이 바다와 금강을 끼고 있어 해풍(海風)은 보리가 자라는 데 최고, 최적의 기후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열변을 토해 군산보리를 이해시켰다. 이를 통해 얻어낸 결과는 ‘군산보리 지리적 표시 49호’로 등록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보리는 현대인들에게 건강음식으로 부상 한 지 오래다. 우선, 성인 질환을 예방하는 음식으로 각광을 받다보니 이젠 배고픈 시절의 한 끼 요기를 위한 음식이 아닌 건강한 음식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3일간의 축제를 마치며
19회를 맞는 축제 3일간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각 부스마다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주민들이 앞장서 허리 펼 새 없이 고된 일정이 지나갔다.
조경희 위원장과 이웅희 운영국장, 생활개선회, 새마을부녀회, 통장협의회, 한여농회 등 회원들의 자발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잘 마무리 될 수 있었다. 마치고 나면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내년에도, 그 다음 해에도 계속 만들어 갈 축제를 위해서 주최 측과 참여한 여러 주민들이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축제의 끝에는 보리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 개발과 홍보가 요구된다. 예를 들어 보리빵은 건강한 빵으로 인식되어 있으며 그 맛도 매우 좋다. 경주에 가면 ‘경주빵’을 사 오듯이 군산하면 ‘보리빵’을 떠올릴 수 있도록 다양한 개발과 홍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군산시민이라면 누구나 와서 보리밭 사잇길을 걸을 수 있는 축제가 되었으면 한다. 보리밭 속에서 추억거리, 볼거리, 체험거리, 먹을거리를 충분히 경험하고 돌아가는 ‘꽁당보리축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