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 때 우연히 들은 피아노 연주에 매료되어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우고 피아노 학원에서 꾸준히 공부해왔지만, 결혼과 출산, 육아로 인해 10년 동안 피아노를 쉬어야 했던 조윤아. 하지만 마흔 살이 되면 독주회를 열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10년 만에 화려한 무대로 꿈을 다시 설계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피아노와의 인연
제가 피아노라는 악기를 처음 접한 것은 어린시절 어느 공연장에서였습니다.
여덟살때 우연히 그 곳에서 들은 피아노 연주가 너무나 인상 깊었고 무대에서 피아노를 치는 연주자의 모습이 막연히 멋있게 느껴졌습니다. 연주자의 이름도, 곡명도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피아노를 한번도 쳐 본적이 없던 저의 꿈은 그 순간부터 뭔가에 홀린듯 피아니스트가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였습니다. 엄마를 졸라 동네 피아노학원에서 피아노를 처음 배우게 되었고 그 꿈은 지금까지도 한번도 변한적이 없습니다. 늘 무대 위에서의 나를 상상하곤 했습니다. 작곡가가 곡을 써 내려가면서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들을 나의 연주를 통해 청중들에게 소리로 전달 할수 있고 큰 박수소리로 화답받을 때 뿌듯함을 느낍니다.
10년간의 공백, 그 이유와 어려움
피아노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저에게도 10년이라는 공백기가 있었습니다.
결혼과 출산, 육아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피아노보다는 가정과 육아에 열중하게 되었습니다.서른 살에 남편과 서로의 꿈에 대해 스치듯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저는 마흔 살에는 독주회를 열어야겠다라고 이야기 했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이 이야기는 10년동안 육아를 함에 있어 정말 아이들에게만 올인하며 열심히 가정을 보살필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고 피아노를 잠시 쉬고 있음에도 저를 안심하게 해 주었습니다. 왜냐하면 마흔 살에는 피아노를 다시 시작하면 될테니까요.
그렇게 거짓말처럼 10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고 정말로 약속된 그 시기가 되었을때 저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워낙 오래 쉬어서 두려움도 컸지만 이 순간을 놓쳐버리면 다시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 이 약속만은 반드시 지키고 싶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꿈 꾸라고 말만 하는 엄마가 아닌 진짜로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어디에서 연주를 하면 좋을까 공연장을 고민하던 중 우연히 어느 학부모께서 우리 아이가 요즘 빠져있는 음악이 있는데 누가 연주 좀 해 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순간 그래! 학교다! 우리 아이들이 있는 학교... 당시 코로나 때문에 공연 문화도 침체되어 있었고 어린 아이들은 나이 제한이 있어 공연장에 출입이 불가능하여 클래식공연을 즐기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연주를 들려주는 일은 굉장히 의미있는 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음은 먹었으나 시작은 쉽지 않았습니다. 당시 회현초등학교에는 피아노가 없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연주는 불가능했습니다.그래도 부딪혀보자는 마음으로 교장실 문을 두드렸습니다. 교장선생님께 저의 꿈에 대해 말씀드리고 저희 집에 있는 그랜드피아노를 학교 도서관으로 옮겨 피아노 독주회를 열자는 제안을 드렸습니다. 저의 진심을 알아봐주시고 흔쾌히 허락해주셨습니다. 3일에 걸쳐 점심시간에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음악과 평상시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클래식 곡을 연주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낯설어 하던 아이들도 날이 거듭할수록 호응도 많아지고 음악에도 집중해주었습니다. 반짝거리는 눈망울로 제 연주를 듣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지금도 학교에 가면 "피아노 선생님이다!"라고 소리치며 달려와 또 연주해주면 안되냐고 물어보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이 일을 하길 참 잘했구나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에 회현초등학교에도 피아노가 생겼고 쉬는 시간에 피아노 소리와 함께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록 크고 좋은 공연장은 아니였지만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했던 연주 중에 가장 의미 있고 행복했던 연주였습니다.
다시 음악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
2022년 영어스터디 모임에서 우연히 (사)이음예술문화원 원장님과 알게 되었고 이것이 이음예술문화원과 인연이 되어 이음피아노 연주자 협회 회원이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육아를 하면서 기회만 보던중 문화원 원장님이 피아노 협회를 만든다고 하시면서 함께 해보자고 제안을 하셨어요. 가슴이 뛰면서 마음이 복잡해졌지만 이때가 기회인가하는 생각에 2022년 12월 마지막날에 입회 신청을 했습니다.
2023년 7월에 이음예술문화원 산하 이음피아노연주자협회의 창단연주회를 시작으로 피아노 연주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고, 또 다른 산하 단체인 이음오케스트라에서는 아마추어 바이올리니스트로도 활동하며 지난 12월에 창단 음악회를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또한, 이음 하우스콘서트를 통해 대중들에게 친밀하게 다가가고자 하였고, 전시공간 공감선유에서 "2023 Last Concert of Winter"의 이름으로 새로운 형식의 음악회를 진행함으로써 일반 관객들과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함께 소통하는 무대를 갖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바램
올해 6월 22일에는 이음피아노연주자협회 정기 연주회가 군산 예술의 전당에서 예정되어 있으며 그 외 다양한 공연을 통해 많은 대중과 만날 계획입니다.
회현초에서 제가 아이들을 통해 얻은 기쁨처럼, 제 연주를 들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무슨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를 알고 그 꿈을 향해 주저하기보다는 작은 용기를 내서 도전할 수 있는 아이들로 커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현재 어릴적 꿈인 피아니스트로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저의 마음은 아직도 뭔가를 꿈꾸며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다뤄보지 못한 다양한 곡들을 학문적으로 더 연구하며 미술이나 그림책, 무용 등을 피아노와 접목해 새로운 형태의 융합예술 공연문화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나아가 기존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다채로운 공간과 형태의 공연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할 수 있고 위로가 될 수있는 연주를 꿈 꿔 봅니다.
‘나의 연주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꿈꾸는 통로가 되길’
조윤아씨는 피아노에 대한 열정과 꿈을 향한 도전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있다. 그녀의 연주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꿈을 향한 통로가 되기를 함께 기대해본다.
------ 경력 ------
한양대 음악대학 피아노과 학사 졸업
한양대 일반대학원 음악학과 피아노전공 석사 졸업
논문 [F. Liszt 후기 작품 경향에 대한 연구]
Italy Tivoli 국제음악제 참가 및 연주
Zenon Fishbein Master Class 수료
제13회/4회 한국음악협회 콩쿠르 1등
제5회 한국피아노학회 콩쿠르 등 다수 입상
(주)YBM서울음악 인센스 2집 [잃어버린 정원] 앨범
제작 참여
EPH(The Ensemble for Praise and Hymn)소속 반주자
안양시 동안구 여성 합창단 소속 반주자
서울시 금천구 어린이 합창단 소속 반주자
피아노 독주회 2회, 피아노앙상블 다수 연주
현)이음피아노연주자협회 정회원
현)개인레슨, 성악 기악 앙상블 협연 등
피아노 연주자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