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년 전통
‘호남젓상회’
문길례 씨
글 오성렬(主幹)
군산공설시장 1층 식품매장의 젓(젓갈)판매점 중 유독 눈에 띄는 ‘호남젓상회’, 49년째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는 문길례(77)씨에 따르면 본래 친정어머님이 20여년 운영하던 가게를 이어받아 지금껏 하고 있으니 어머님 때부터 따지면 70여년 세월이란다. 그래서 언제나 변함없이 찾아주는 단골 고객도 많다.
호남젓상회에 진열된 상품들을 보니 새우젓(5젓, 6젓, 7젓, 자젓 등)과 밴댕이젓, 황석어젓, 갈치속젓, 명란젓, 창란젓, 낙지젓, 오징어젓을 비롯하여 꼴뚜기젓, 조개젓, 바지락젓. 토하젓, 어리굴젓, 멍게젓 등등 어림잡아 족히 20여종은 넘는 듯하다. 또한 나라즈께와 깻잎장아찌, 무장아찌 등 절임식품도 판매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에 접하고 연해에는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관계로 본래 어패류의 자원이 풍부하고 다양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기후변화로 인한 바다 온도 상승으로 기존 어종이 사라지고 열대성 어종이 번창하는 등 어족 생태계가 변함으로써 이로 인한 여파가 심상치 않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농경문화 이전의 우리나라는 조개류나 물고기가 기본 식량의 구실을 하였다. 물고기를 많이 잡았을 경우에는 소금에 절여 저장하였을 것이며 이것이 지금의 젓갈로 계승된다. 젓갈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삼국사기 신문왕 편에서 볼 수 있다. 신라 신문왕이 왕비 김씨를 맞이할 때 폐백품목에 쌀, 술, 기름, 꿀, 장, 메주, 포와 함께 젓갈이 들어 있다.
조선시대 젓갈 담그는 법은 소금에만 절인 것, 소금과 술에 기름과 천초 등을 섞어서 담근 것, 소금과 누룩에 담근 것, 소금·엿기름·찹쌀밥 등을 섞어서 담근 것 등 크게 네 가지로 나뉘며 어육장, 식해, 청어젓, 생굴젓, 자하젓, 게젓 등으로 다양성을 보여준다.
각 지방별 젓갈로는 서울, 경기도의 경우 비웃젓(청어), 조기젓, 오징어젓, 새우젓을, 충청도는 어리굴젓, 굴젓, 꼴뚜기젓, 해페젓(바지락), 새우젓, 소라젓, 실치젓, 짜구리젓, 밴댕이젓, 곤쟁이젓, 꽃게젓, 박하젓, 싸시랭이(꽃게 새끼)젓, 낙지젓, 민어아가미젓, 무룩(소라 새끼)젓, 까나리젓, 홍합젓, 생굴젓, 멸치젓, 조기젓 등이 번성하였다.
또한 강원도는 명태포식해, 서거리(북어 아가미)젓, 명란젓, 창란젓, 조개젓, 방게젓, 오징어젓, 북어밥식해, 도루묵식해, 명란식해, 햇떼기식혜 등을, 경상도는 멸치젓, 꽁치젓, 성게젓, 대구포젓, 대구알젓, 호리기(꼴뚜기)젓, 조기젓, 뱅어젓, 굴젓, 해삼창자젓, 밤젓(전어 내장), 갈치속젓, 꿀내기젓, 고명굴젓, 전복젓, 무멧젓, 가자미식해, 북어식해, 진주식해(갈치·조기), 밀양식해(북어·마른오징어), 볼록이젓, 장지(대구 내장)젓 등이 성행하였다.
전라도는 구젓(굴), 고흥석화젓, 돔배젓(전어 내장), 대합젓, 꼬록젓, 황석어젓, 갈치속젓, 전복창자젓, 대합젓, 벌떡게장, 콩게젓, 뱅어젓, 조기젓, 명란젓, 창란젓, 고노리젓, 화란젓, 백하젓, 밴댕이젓, 장대젓, 고개미젓, 민새우젓, 새우알젓 등이, 제주도의 경우 자리젓, 고등어젓, 깅이젓, 멸치젓, 소라젓, 게웃젓(전복 창자)등이 꼽힌다.
또한 젓갈 담그는 시기를 월별로 살펴보면 1월은 명란젓, 창란젓, 어리굴젓, 뱅어젓, 2월은 어리굴젓, 3월은 꼴뚜기젓, 어리굴젓, 곤쟁이젓을 들며 4월은 꼴뚜기젓, 조개젓, 조기젓, 황석어젓, 대합젓, 홍합젓을, 5월은 조기젓, 멸치젓, 준치젓, 소라젓, 정어리젓, 병어젓을, 6월은 갈치젓, 오징어젓, 새우젓, 7월은 오징어젓, 곤쟁이젓, 8월은 오징어젓, 대합젓, 9월은 실치젓, 10월은 토하젓, 명란젓, 장젓, 11월은 전복젓, 명란젓, 창란젓, 어리굴젓, 12월은 굴젓 뱅어젓 등을 든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자료 참조)
호남젓상회 문길례 씨에 따르면 식생활이 개선되고 먹거리 자체가 풍부하고 다양해진 지금은 예전에 비해 젓갈 수요도 줄고 있는 현실이어서 큰 수익은 없지만 평생 외길, 대를 이어 하는 일이다보니 이제는 아들(전우철 씨)이 이어받아 계속 하게 되었다며 잠시 옛날을 회상하는 듯한 표정도 보인다.
사실 필자의 소싯적만 해도 젓갈 한가지만으로도 밥 한 그릇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젓갈은 기본 반찬 중 하나였으나 식생활 자체가 서구적으로 퓨전화되고 다양해지는 지금은 가정에서나 업소에서나 젓갈이 식탁에서 사라져 가는 현실이다. 물론 가격 문제도 있겠으나 그래도 영업이 지속되는 것은 기본적인 젓갈 마니아층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전에 비해 어획량이 현저히 감소함에 따라 일부 수입에 의존하는 어종의 경우 그만큼 가격 폭이 상승되기도 한다.
판매는 소용량 500g부터 대용량 5kg까지 kg당으로 이뤄지는데 명란젓의 경우 1kg에 25,000이던 것이 최근 30,000으로 인상되었으며 제일 저렴한 밴댕이젓은 kg당 10,000원에 판매되는데 젓갈별로 가격 폭은 다양하다. 문길례 씨는 고객이 제일 많이 찾는 젓갈류로는 오징어젓, 낙지젓, 명란젓이라는 말과 함께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단골로 찾아오는 고객이 상당수 있어 젊은이들은 젓갈을 먹지 않을 거라는 편견을 무색케 한다는 말도 들려준다.
호남젓상회
군산공설시장1층
젓갈 도·소매(선물포장, 택배 가능)
T.063)445-9557
010-4577-8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