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거수(오래되고 큰 나무)를 통해 보는 군산이야기
열 번째 – 서수면 관원리(官元里) 은행나무
글ㅣ김태휘(스코트라 미래기획실)
macwon@naver.com
봄이 왔습니다. 우리 몸을 움츠려들게 만들었던 겨울을 지나 들에는 새싹이 돋고 산에는 푸르름이 움트고 있습니다. 생각도 넓어지고 마음도 푸근해지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좋은 날씨와 더불어 독자 분들의 가정에도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며 우리 곁에서 묵묵히 역사를 바라봤던 노거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군산의 동북쪽에 위치해 있는 서수면의 은행나무 이야기입니다. 은행나무 보호수가 있는 관원리(官元里)는 서수면 주민 센터의 북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고려 시대 임피 고을의 관(官)에서 백성들을 임의로 동원하여 일을 시켰다는 데서 ‘관원(官院)’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 있는데요, 조선 시대에는 임피현 동이면 지역이었습니다. 1914년 행정 구역을 개편하면서 옛 지명인 관원을 행정 구역 명칭으로 정하게 되었는데, 1995년 군산시와 옥구군이 통합되면서 군산시 서수면 관원리로 편제되었습니다.
서수면 관원리는 망해산과 취성산에서 갈라져 내려온 동남쪽 방향의 구릉성 산줄기가 대부분의 지형을 이루고 있으며 산줄기 사이의 계곡 지형에 경작지와 취락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은행나무라 쓰고 가로수라 읽었던 나무.
가을철 길을 걷다보면 꾸리꾸리한 은행 냄새 때문에 인상을 찌푸리셨던 기억이 있으실 텐데요. 가을이 되면 은행나무는 각종 민원의 대상이 되곤 하죠.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열매 냄새... 맡아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그런데 냄새도 많이 나는 은행나무를 도대체 왜! 가로수에 심는 것인지 못마땅해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오늘은 그 해답을 드리고자 합니다.
가로수는 길을 따라 선형으로 만든 녹지입니다. 가로수의 가장 큰 이점은 환경 개선인데요. 여름철에는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겨울철에는 기온 저하를 완화하며, 특히 도심 열섬 현상과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가로수를 심으면 여름철 기온이 가로수가 없는 곳 보다 약 3~7도가 낮고, 습도는 9~23% 낮아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게 됩니다. 또한 가로수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같은 물질을 제거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대기오염 정화에 큰 도움을 주며, 방음벽 역할을 해 소음 저감 효과도 있습니다. 특히 군산처럼 바람이 많은 해안가에 심어진 가로수는 바람을 막고 해일 피해를 줄여주는 울타리 역할을 하며, 수풀이 우거진 경우 나무가 머금고 있는 수분으로 인해 화재 가능성을 줄여주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가로수는 무더운 여름날 쉬어갈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주고, 도시경관을 아름답게 해주며, 사람들의 감정과 정신건강에 도움을 줍니다. 최근에는 가로수를 탄소 흡수율이 높은 수종으로 바꿔 심어 도시 온도를 낮추는 등 지구온난화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고려되면서 가로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데요. 스스로 환경오염 물질을 정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니 공기청정기 부럽지 않습니다. 수나무 은행나무가 집에 한그루씩 있다면 공기청정기가 필요 없을 것 같네요. 암나무는 냄새나지만 열매가 맛있고, 수나무는 거리에 심어져 저희에게 소리 없는 도움을 주고 있으니 정말 고마운 나무임에 틀림없습니다.
2005년 산림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가로수 통계에 의하면, 전국에 약 400만 그루의 가로수가 자라고 있으며, 그 중에 25%는 벚나무. 24%는 은행나무. 플라타너스는 8%, 그리고 느티나무가 7%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크게 달라졌는데요. 15년이 지난 2020년에는 두 배가 넘는 850만 그루가 식재되어 있습니다. 수종별로는 벚나무, 은행나무, 이팝나무, 느티나무, 무궁화 순으로 식재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2005년 이후 새로운 도로가 많이 생겨나면서 각 지역을 상징하고 풍토에 알맞은 수종을 선택하여 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이 됩니다.
벚나무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는 있지만 가로수에 두 번째로 많이 심어져 있는 은행나무의 장점! 지금부터 은행나무 심는 이유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은행나무의 경우 우리나라의 기후와 토질에 잘 성장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키가 크게 자라기 때문에 넓은 그늘을 제공해 준답니다. 그리고 여름에 벌레들! 은행나무는 해충들이 싫어하는 물질을 내뿜어 벌레들이 가까이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은행나무가 많은 곳에는 해충이 없죠.
은행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구분되어 있는 자웅이체 식물입니다. 열매가 나는 은행나무가 암나무. 열매가 없는 것이 수나무인데요, 2011년 이전에는 은행나무의 암수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은행나무가 성장 해 15년 정도 후 열매가 생기는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확인을 해야지만 암수 구분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2011년 산림청에서 은행나무 성 감별 DNA 분석법을 개발한 덕분에 최근에는 어린 묘목 단계에서부터 성별(암수)을 구분해 냄새가 나지 않는 수나무만 가로수에 심고 있다고 하네요.
공자 가라사대.....
은행나무는 학교에서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어떤 학교에서는 은행나무를 학교의 상징인 교목으로 삼기도 하지요. 은행나무를 학교의 상징으로 삼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는 옛날 중국의 공자가 제자들을 모아 가르침을 베푼 이야기와 관련된 이유도 있습니다. 특별히 학교와 같은 건물을 갖지 않았던 공자는 은행나무 그늘에 제자들을 모아놓고 가르침을 베풀었다고 하거든요. 그래서인지 서원, 향교, 절 등 수행 처에 은행나무가 많았고 부패하지 않은 정사를 바라는 의미로 관가, 관청 주변에도 많이 심었다 합니다.
혹시 은행나무에 맺힌 열매를 살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나무에 조롱조롱 매달렸을 때의 모습 말입니다. 은행은 마치 살구나무의 열매인 살구와 닮았습니다. 살구보다는 좀 작긴 해도 영락없는 살구입니다. 다만 살구보다는 조금 밝은 빛이 난다는 것을 차이라고 하면 차이가 될 겁니다. 그래서 살구는 살구이되, ‘은빛 나는 살구’라는 뜻에서 ‘은행’이라고 이름 붙인 거랍니다.
열매 이야기가 나왔으니, 은행나무의 특징 한 가지만 더 짚어보겠습니다. 은행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는 나무라는 건 말씀드렸습니다. 세상의 모든 생명체에는 암수가 따로 있습니다. 동물이나 식물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자손을 번식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니까요. 식물도 번식을 목적으로 하는 생명체이니 당연히 암수가 따로 있습니다.
식물의 암수는 꽃으로 구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동물에 비해 식물의 암수는 조금 복잡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식물은 하나의 꽃에 암술과 수술이 모여 피어나기도 하고, 어떤 식물은 한 꽃에서 암술만 나오고, 다른 꽃에서는 수술만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암술만 돋아나는 꽃은 암꽃, 수술만 돋는 꽃은 수꽃이라고 하면 되겠지요. 이 암꽃과 수꽃이 한 그루의 나무에서 함께 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암꽃이 피는 나무에서는 암꽃만 피고, 수꽃만 피는 나무에서는 수꽃만 돋아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식물을 암수딴그루, 어려운 말로는 자웅이주(雌雄異株)라고 합니다. 그래서 암꽃만 피어나는 나무를 암나무, 수꽃만 피어나는 나무를 수나무라고 부르는 거지요. 평소에는 잘 알 수 없겠지만, 가을 되어 열매를 맺는 나무는 암나무,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수나무로 보면 됩니다.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는 나무로는 비자나무와 주목을 비롯해 뽕나무, 미루나무, 버드나무, 호랑가시나무, 이팝나무 등이 있는데요, 그 중에 대표적인 나무가 바로 은행나무입니다. 식물의 암수 구분에 대해서 상세히 이야기하려면 매우 복잡하지만 은행나무를 놓고 볼 때, 열매를 맺는 나무가 암나무라는 것만 알아두면 됩니다.
조선시대 농서인 <사시찬요초>에 따르면, 암나무와 수나무가 가까이 마주 보아야 열매를 많이 맺기에 우리 조상들은 은행나무를 금슬 좋은 "사랑나무"라 믿었습니다. 그 믿음으로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에는 마음에 두었던 남녀가 지난 가을 구해 두었던 은행 알을 나누어 먹고 은행나무 주변을 돌며 사랑을 다짐하였다 합니다. 조선시대부터 우리만의 "사랑 데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은행나무 열매는 겨울철 구황작물이기도 했고 혈액순환, 가래제거의 효능이 있으면서도 가열해도 없어지지 않는 독성이 있어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안 됩니다.(성인 기준 하루 10알정도) 그래서 독성의 효과로 벌레퇴치에 활용되기도 하고 어린 나무를 키울 때에는 은행나무 껍질을 덮어주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잎이 오리발을 닮아 “압각수”라고도 불렀습니다.
관원리 은행나무 이야기
은행나무는 군산시의 시목으로서 군산시를 상징하는 나무입니다. 잎과 열매를 약재로 쓸 수 있어 사람들에게 유익함을 준다는 점, 충해가 없고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된 수종이라는 점 등이 시목의 의미에 부여되었습니다. 군산시에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는 보호수 중에서 은행나무는 이 나무가 유일한데요, 서수면 관원리 원관원 마을 산자락에 있는 이 은행나무는 높이 35m 나무 폭 직경 1.8m, 나무 둘레 4m로 군산에서는 키가 가장 큰 나무로 군산 기네스에도 등재되어 있는 나무입니다. 오래 전 이 마을에 찾아온 현감이 관원리 은행나무를 보고 감탄하고 머물다 가니, 관원리 은행나무가 보통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애써 돌보아서 지금까지 자라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나무의 가지를 끊으면 불길한 병이 걸린다는 이야기도 있으며, 나무 위에서 떨어져도 다치지 않게 나무가 사람을 보호한다는 설이 있습니다. 아쉽게도 나무와 관련하여 더 많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지는 않지만 관원리 은행나무는 1982년 군산시의 보호수로 지정되어 시의 관리를 받고 있는 나무입니다. 전라북도 군산시 서수면 관원리 140번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는 행정 구역상 원관원 마을에 해당됩니다.
중국이 원산인 은행나무는 유교와 불교를 따라 우리나라에 들어 와서 전국 도처에 심어졌기 때문에 현존하는 거목이 많이 있습니다. 은행나무는 수명이 긴 나무이므로 전설도 많습니다. 전설에는 과학적인 신뢰성은 찾아볼 수 없지만 나무에 영(靈)이 있다는 것이 많은데 지난날 수목(樹木) 숭배의 풍속과 관련됩니다. 은행나무의 열매는 식용으로 쓰이며 궁중 음식인 신선로 요리에도 들어가는 재료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잎에는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는 ‘징코민’이라는 성분이 있어 건강에 이롭습니다. 또한 은행나무 목재는 충격을 흡수하는 탄력이 있어서 바둑판으로 이용하기 좋습니다이진우님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