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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있는 집- 대나무를 닮은 집 ‘몽죽헌’
글 : 이화숙(자유기고가) / lila3006@hanmail.net
2012.06.01 16:27:04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익산 미륵산과 용화산의 넉넉한 산자락 가운데 있는  집.  2012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 한국관 커미셔너인 건축가 김병윤 대전대 교수의 대표적 개인주택 작품이자 노출 콘크리트 건축물로도 이름이 높은 집.  익산 금마면 서고도리에 있는 ‘몽죽헌’ 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집은 ‘안에 들어가면 어떤 구조일까’ 라는 호기심으로 그렇게 서 있었다.

 

5월초에 찾은 ‘몽죽헌’에는 마당 가득 철쭉을 피워내고 곳곳에 금잔디의 화려함을 담은 채 집주인 홍성훈 교수(건양대학교 아동복지학)의 초등학교 친구들의 모임이 한창이었다.  어디선가 라디오 선율이 흐르고 건강한 중년들의 자유로운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며 또 어딘가 에서는 삼겹살 굽는 냄새가 났다.  97년에 지어진 이 집은 당시에  유행하던 도회적이고 차가운 이미지인 콘크리트 공법의 유명한 건축물중의 하나지만 그보다는 소박하고 털털한 집주인 홍교수를 닮아가며 흘러온 세월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밖에서 볼 때는 집 안쪽의 구조에 대한 호기심으로 발길을 멈추게 하지만 막상 안쪽으로 들어오면 ‘몽죽헌’은 결코 폐쇄적이거나 불통과 거부의 공간이 아니라  활짝 열린 채 외부와의 소통을 노래하고 있었다.  이층 거실 창에서 보이는 용화산과 미륵산 그리고 마을의 풍경으로 자연과 쉽게 만나고 몇 개의 기둥으로 연결된 확 트인 집의 출입구는 탁자와 의자를 놓아 지나가는 동네사람들의 소식이 바람드나들 듯 편하고 쉽게 오고갈 수 있게 하였다.

 

 

원래 이 터는 홍교수의 어린 시절 고향집이다. 마당 뒤에는 대나무가 가득하였고 홍교수네 6형제가 자란 이 터에 동네 친구들은 제 집 드나들 듯 하였다. 그런 추억을 고스란히 아름답게 간직한 홍교수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이집에 담아놓았다. 그리고 꽃이 피거나 눈이 오면 타향에 사는 고향친구들을 부르거나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들과 술 한 잔 기울이며 인생을 이야기하며 사는 것이다.

 

집은 무엇일까?  공간은 무엇일까?  공간은 그 주인을 닮아간다고들 한다.  공간은 그래서 그 사람을 대변하는 가장 의미 있는 곳일 것이다.  자신을 보이고 혹은 자신을 감추며 자신을 쉬게 하고 자신과 쉼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  개성 있는 개인주택을 짓는 것이 현대인의 화두인 이 시대에 ‘몽죽헌’은 집주인의 개성뿐만이 아니라 어떻게 지을 것 인가의 해답과  어디에 지을 것인가 까지도 의미를 두는  한 개인의 역사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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