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상고 총동문회 모교 ‘인문계 전환’ 추진
‘역전의 명수’ 명성 불구 신입생 모집 어려움
군산여고 학급증설 반대, 과밀화 부추겨
글/
이복 매거진 군산 회장& 대기자
군산상업고등학교(이하 군산상고) 총동문회가 군산상고의 인문계 학교 개편을 주장하며 지난 9월 ‘인문계 전환 특별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성명서를 발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군산상고의 인문계고 전환은 지난 2006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다시 추진하는 것으로 이번에는 인문계고 전환이 성사될지 두고 볼 일이다.
‘역전의 명수’라는 야구부의 명성으로 군산을 전국에 알려 나간 군상상고는 도내 최초의 상업학교로 1941년 개교했으며 전북 도내 유일한 남녀공학 상업계 학교다. 76년이라는 장구한 역사와 2만1,428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그러나 군산상고는 이러한 전국적인 명성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변화 속에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자 인문계 고등학교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높아가고 있어 주목된다.
군산상고 동문회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 신입생 모집의 어려움, 직업계고 진학 기피 및 여학생 수 감소, 취업 저조 등의 문제를 짚으며 모교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군산상고 총동문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11년 900여 명이던 학생 수가 올해 341명으로 62% 감소했으며, 올해 신입생 모집 정원은 120명이지만, 103명에 그치는 미달 사태를 겪었다”라고 밝혔다.
취업률 역시 20%대로 갈수록 낮아지고, 기초학력 부족으로 대학진학률도 낮은 등 교육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군산상고 총동문회는 군산상고가 인문계·남녀공학 군산 지역의 인문계 학교 과밀 학급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군상상고를 인문계 학교 전환할 것을 전북도교육청에 강력히 요구하고, 군산상고 구성원들과 시민들의 적극적 동참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군산상고 인문계 전환 추진 배경은?
도내 최초의 상업학교인 군산상고는 76년이라는 장구한 역사와 2만1,428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역전의 명수’라는 명성으로 군산을 드높인 야구부가 유명하다.
군산고등학교 등과 더불어 지역에서 수많은 명사를 배출한 학교이지만 시대 변화 속에 상업계 고등학교의 취업 기능이 크게 약화되면서 점점 기피 학교가 되어 왔다. 이에 학교에서는 2019년 창업경영과를, 2020년 부사관과를 개설하며 변화를 모색했지만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군산상고의 취업률과 진학률은 20% 미만으로 조사되고 있다.
모 특성화고 교사는 "오늘날은 직업계고보다는 인문계고로 전환해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한 직업전문학교나 직업훈련기관과 위탁교육을 하도록 하는 게 훨씬 교육목적에 적합하다"라며 "또한 전문대학 진학을 대비하는 방안도 있다"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학생이 교실에서 음란 동영상을 시청하다 걸리기도 하고 교사의 지적에 교실 출입문을 걷어차 부수는 등 교권 무시는 물론 교육의 질 저하가 심각하다는 의견들이 내외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군산상고는 남녀공학이기는 하지만 현재 재학 중인 여학생은 총 12명(남학생 329명)에 불과하다.
현재 군산 지역 내 여자고등학교의 과밀현상이 심각한데 군산상고를 인문계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면 여고의 과밀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도 전환 요구에 탄력을 불어넣고 있다. 전북교육청이 군산여고에 2학급을 증설하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는 미봉책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군산상고 총동문회, 인문계 전환 추진위 구성
군산상고 총동문회는 최근 인문계 전환 추진위원회(위원장 이상현, 이하 인문계추진위)를 조직하고 29일 군산상고 인문계 전환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직업계 고교를 기피하는 시대 변화 속에 신입생이 계속 감소하면서 머지않아 폐교 위험에까지 처하게 될 상황을 바라보는 동문들은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 없다”라며, “더욱이 최근 비교육적이고 반교육적인 사건들이 뉴스에 등장하는 등 학생들은 교사의 교육을 거부하고 교사도 학생들 교육하는 일을 버거워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의 자랑이자 군산의 자랑이었던 군산상고를 직업 교육 퇴락이라는 시대의 조류에서 건져내 교육을 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군산상고의 인문계고 전환 운동을 범시민적 차원에서 전개하겠다”라고 밝혔다.
군산상고 인문계 전환 가능성은?
군산상고 총동문회의 모교 인문계 전환 추진은 지난 2006년에도 시도된 바 있다. 당시에도 비교적 인문계 전환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높았으나 전북교육청에서는 실업계 과목 교사들의 반대와 이들의 재배치 문제, 실업계 학교 진학 희망 남학생들에 대한 대책 등 인문고 전환을 위한 제반여건 부족과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최종 불허한 바 있다.
인문계 추진위는 지난 9월 28일 군산상고를 방문해 인문계 전환과 관련된 사항을 학교 측과 논의했다고 밝혔다. 현재도 일부 상과 계열 교사는 전환을 반대하고 있지만, 지난번과 달리 상과 계열 교사 중 찬성하는 인원이 증가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에 인문계 추진위는 앞으로 군산상고를 남자 4학급, 여자 4학급 등 8학급으로 구성된 인문계 고교로 전면 전환할 수 있도록 시의회·교육감 면담, 교육청 앞 1인 시위 등을 진행해 이르면 내년, 늦어도 내후년에 인문계고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군산여고 학급증설 반대, 과밀화 부추겨
최근 전북도교육청이 군산여고 학급증설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해 군산상고 동문회 측은 이를 철회하고, 군산상고에 대한 인문계 개편 및 군산여상을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지난 9월 전북도교육청의 2022학년도 고등학교 신입생 학생 수와 학급당 학생 수 조정 등 입학정원 배정 방침에 따라 군산여고는 10학급에서 2개 학급을 늘린 12개 학급이 배정됐다.
도 교육청의 군산여고 2개 학급 증설배정 이유는 군산 지역 여고생들의 과밀 학급 해소다. 그러나 군산여고의 학급증설은 정원미달로 고전하고 있는 군산상고와 군산여상의 어려움을 더 부추기는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군산상고의 경우 1학년 학생 수는 20명씩 6학급으로 120명으로 진행돼야 하지만 107명에 그치고 있으며, 전교생은 19개 학급 300여 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급격한 신입생 감소가 거듭되면서 머지않아 폐교 위험에까지 처했다.
군산여상 역시 1학년 8학급으로 정원은 160이지만, 현재 114명으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군산여고 측도 학급증설에 달갑지 않은 분위기며, 전교조 군산중등지회는 군산여고 학급증설 철회를 촉구하는 등 전북도교육청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이미 과밀화하고 있는 군산여고에 대한 학급증설은 거대학교를 만들지 않겠다는 정부 방침에 역행하는 것이며, 군산 지역 성비 불균형에 의한 여고 과밀 및 남고의 정원미달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군산여고 관계자는 “과밀 학급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방안이 마련되는 기간까지는 학급증설을 수용할 수 있다”라면서 “하지만 교육시설 확충 및 교원조직의 변화 등 여러 문제점이 뒤따라 거대학교로 흘러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과밀 해소를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군산상고 총동문회는 “과밀이 지속되면 계속 학급을 증설할 것인가, 주먹구구식이 아닌 근본적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면서 “군산여고 학급증설보다는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군산상고를 인문계로 전환하고 군산여상을 남녀공학으로 개편하면 군산 지역의 인문계 과밀 학급을 해소하는 데 가장 쉽고 적절한 방안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인문계 개편을 희망하는 군산상고를 인문계로 전환하고, 군산여상을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면 실업계고 정원미달 및 실업계 진학을 원하는 남학생들의 진로 문제 해결이 가능한데다 인문계 여고생 과밀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라북도 교육청에서는 일단 인문계 전환 요구가 전달되면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군산상고의 인문계고 전환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