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위저수지변의 파라다이스
카페 ‘모예의 정원’
이옥진 대표
글 오성렬(主幹)
옥산에서 회현으로 넘어가는 초입 도로변에 최근 문을 연 카페 ‘모예의 정원’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모예’라는 범상치 않은 상호의 이곳 대표는 이옥진 씨로 평소 워낙 예술을 좋아했던 터여서 어느 지인이 ‘예술을 사모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모예(慕藝)‘라는 아호를 지어준 데서 이를 상호로 한 것이다. 본래 이 건물은 이옥진 대표의 부군이자 형제식품 대표인 박기구 씨가 40여 년에 걸쳐 운영 중인 식품사업장으로서 코로나 사태 이후 사업을 일부 축소함에 따라 기존 건물을 전면적으로 리뉴얼, 80평 면적의 멋스런 카페로 변신한 것이다.
부지 면적만 해도 3,000여 평에 달하는 ‘모예의 정원’은 울타리 하나 사이임에도 도로에서는 내부가 온전히 보이지 않는 탓에 간혹 지인들만 들르곤 했던 곳인데 주위 사람들로부터 정원이 아름다운만큼 카페를 열면 너무 멋질 것 같다는 권유를 많이 받게 된 것이 카페 설립의 큰 요인이 되었다. 하지만 결심을 하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했고 마음을 굳힌 뒤로도 설계를 하는 데만 2년이 걸렸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단다.
카페에서 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이동로 따라 잔디가 잘 다듬어져 있고 맨 먼저 이곳의 주연 격인 꽃무릇이 여기저기에서 군락을 이룬 채 시선을 사로잡는다. 수선화과 식물로서 일명 상사화(想思花)라는 이름도 가진 꽃무릇은 5월께 잎이 나와 7월 무렵 잎이 지고난후 9월 초에 꽃대가 솟아올라 하순에 꽃이 피는데 이토록 한 몸임에도 잎과 꽃이 평생 서로 만날 수 없는 운명이라는 의미에서 상사화라 불리는 듯하다. 월명산 산책로 군데군데 조성된 꽃무릇들도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제공한 것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듯한데 평당 군락 밀도(密度)로 따져 군산 최고라는 자부심이 컸던 만큼 이를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이 밖에도 복수초와 노루귀 등의 야생화와 천년초, 나리꽃, 복사꽃, 연꽃, 돌단풍과
알리움, 디지탈리스, 달맞이꽃, 잔다구, 맥문동, 꽃사과, 피라칸타스, 장미, 코스모스 등등 형형색색의 꽃과 열매들도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곳 정원의 수목들 중에는 한 나무에서 각각 다른 세 종류의 꽃이 피는 희귀 동백을 비롯하여 평균 50년 이상의 수령(樹齡)을 자랑하는 수목들이 대부분이거니와 현재 꽃이 만발한 채 웅장한 가지를 뽐내고 있는 배롱나무만 해도 100년이 넘은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카페 건물 외벽 쪽 파고라를 뒤덮고 있는 하얀등나무는 70년 이상의 수령으로서 그 아래에도 기다란 탁자를 설치, 운치를 더한다. 정원 안을 거닐다 보면 보기에도 수백에서 수천만 원은 할 것 같은 자연석들이 멋스럽게 배치되어 있고 그에 어울리는 미니 연못과 수목들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런가하면 조형미를 살린 소나무들과 주렁주렁 노랗게 익어가는 여러 그루의 감나무며 대추나무, 구찌뽕 외에도 커다란 탱자나무들도 시선을 끄는데 특히 탱자나무는 대개 시골에서 울타리용으로 많이 조성된 것만 보아왔던 터라 이렇게 위풍당당한 자태로 크게 자라 수많은 탱자가 달린 모습의 나무는 처음이라서 신기한 감마저 들었다.
정원의 뒷산에는 편백과 단풍, 밤나무, 개복숭아 등이 울창하게 조림되어있어 카페 내부에서 통유리 밖으로 한눈에 내다보이는 것도 이곳의 운치다. 정원의 경치는 계절마다 바뀐다. 카페는 약 80평 면적에다가 천정이 높아 여유롭고 쾌적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전체를 모두 스기나무와 편백을 소재로 해서다. 이 정원에는 사람만 오는 게 아니다. 아침 일찍 이곳을 찾는 것은 새들이다. 산까치와 산비둘기 외에도 많은 새들이 수백 마리씩 찾아와 재잘거리며 숲속의 나무열매로 식사를 하고 간다. 가히 자연의 생명력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라 할만하다.
부군인 박 대표는 식품공장을 하면서도 나무에 미쳐 살아왔다고 들려준다. 수십 년 전 팔봉컨트리클럽의 조경에 반해 이후 전국적으로 수목이 많은 곳을 찾아다니며 조경의 안목을 키우면서 풍광이 뛰어난 곳을 사진에 담았다는데 이는 훗날 자신의 정원을 만들 때 벤치마킹을 위한 것으로 일찍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던 셈이다. 약 6년 간 새마을금고 이사장을 하면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수목과 자연석을 수집했던 박 대표는 나무의 수종과 수형(樹形)이 뛰어나거나 자연석의 경우 크기와 색깔, 형태가 맘에 들 경우 돈에 관계없이 수중에 넣었다는데 이에 따른 적잖은 자금이 들었으리라는 것은 짐작만 들 뿐이다.
그래서일까, 모예의 정원은 전국의 야생화 애호가 및 사진작가들도 찾아온다. 고객도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이들 부부에 따르면 개업 이후 ‘한 번도 안 와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밖에 안 온 사람은 없다’고 들려주는데 아니나 다를까 1회 방문만으로도 그날로 단골고객이 되어 지인을 동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부군인 박 대표는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도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면서 카페 메뉴의 경우 가짓수 보다는 최고의 커피라는 찬사를 듣고 싶으며 아직 미진한 부분의 경우 차차 보완하면서 굳이 돈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적 공간이라기보다는 자신들의 삶을 즐기는 힐링 공간이라는 것에 더 의미를 두고 정성껏 가꿔나가고 싶다고 귀띔한다.
카페의 영업을 총괄하는 아내와 달리 스스로 마당쇠를 자임하며 부지런히 안팎의 청소와 쓰레기 수거 등 궂은일을 도맡아하는 박 대표, 그러면서도 표정은 언제나 밝다. 그것만으로도 이들 부부의 남다른 금슬이 절로 읽힌다. 정원에 아름다움을 더하기 위해 서울의 유명 조명 전문가와 컨설팅을 진행 중이라는 말과 함께 수준 있는 예술가들의 공연도 선보이는 공간으로 가꾸고 싶다는 박 대표의 말에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자연친화적 멋진 조명으로 아름다운 야경이 펼쳐진 ‘모예의 정원’에서 다채로운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모예의 정원’
군산시 회현면 대위부락172
T.063)466-8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