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왜 사냐고 묻거든”
시인 송창재의 삶과 꿈
수필 등단이어 시 등단, 소설에도 도전
글/
이복 회장&대기자
bok9353@hanmail.net
“교지에 실린 아는 이들의 이름을 보며, 나도 저렇게 폼 나게 이름이 올려 지면 여학생들한테 자랑할 텐데... 하고 욕심을 내보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때 예뻤던 두 갈래머리의 여자애들은 이제 할머니들이 되어서 노인복지관에 다니지만, 이제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친다.
이렇게 나는 폼 나는 꿈을 잃었었다. 그 잃었던 꿈들이 아무리 예뻤고, 그래서 더 슬프더라도., 내가 어찌 숨 쉬며 살아 왔는지 발자취를 찍다보니, 절룩이며 찍힌 자국들이 희미하다.
이제 그 희미한 자국만이라도 들여다보려고 내 앞에 선, 잘 닦인 거울을 닮은, 한 권의 책을 엮고자 한다.
<세상이 왜 사냐고 묻거든, 머리말 중에서>
생후 9개월부터 소아마비 장애로 인해 힘든 고난의 삶을 살아야 했던 하얀 수염의 할아버지. 어느덧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20대 청춘 못지않은 열정으로 하루하루를 글쓰기와 사랑으로 인생 제2막을 살아가는 송창재 시인(67세).
송창재 시인은 어느 순간 어린 시절 “글 쓰면 배고프다”라며 호된 질책을 하셨던 아버님의 말씀을 거역한 아들이 됐다. 지난 2017년 문학광장 수필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한데 이어 1년 뒤인 2018년에는 지필문학 시조부문에 당당히 당선되어 시인으로도 등단했다.
그의 첫 번째 수필집 <세상이 왜 사냐고 묻거든>을 지난 2019년 출간한데 이어, 그의 첫 시집 <그리운 것들은 그리워하자>를 2021년 7월에 출간했다. 현재는 문학광장 편집위원과 심사위원을 겸하고도 있다.
송창재 시인의 감수성과 열정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단편 소설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 중편 한 편과 단편 한 편을 마무리한 상태로 보완작업을 통해 가까운 시일 내에 소설부문에 응모할 예정이다.
이처럼 송창재 시인의 글에 대한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의 열정은 어린 시절로 올라간다.
송 시인은 안타깝게도 생후 9개월 만에 양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소아마비 장애를 앓았다. 이런 이유로 그의 어린 시절은 암담한 시절이었다. 60년대 만해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장애인에 대한 배려나 편의시설은 부족할 수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더욱이 송 시인의 가정형편은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 양 다리를 사용할 수 없었기에 자신을 업고 다녀야만 했던 어머니 덕에 초중고를 다닐 수 있었다. 초등학교는 오룡동 집에서 가까워 그나마 어머니의 수고가 덜 했지만 중학교를 진학하면서부터 어려움이 뒤따랐다.
똑똑한 아이였던 송 시인은 장애가 있기에 집에서 가까운 신설 중학교에 진학하자는 아버지와 그래도 명문 중학교에 진학해야 한다는 어머니와의 갈등 속에 결국 집에서 한참을 걸어야 하는 군산중학교에 진학했다.
이때부터 어머니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매일 그를 업고 등하교를 책임져야 하는 어머니로써는 하루하루가 힘들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부터인가는 학교 수위실에서 어머니를 기다리다 못해 아예 눌러앉아 수위실이 하숙집이 되기도 했다. 1년여 동안 수위실에서의 생활도 학교 측의 반대로 떠나야 했다.
이처럼 어린 시절 자신에게 모든 것을 쏟아야 했던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기억때문인지는 몰라도 70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송 시인의 글에는 ‘어머니’라는 표현보다는 ‘엄마’라는 존칭 표현이 더 많다. 그만큼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그의 온몸에 배어 있음을 반증한다.
어린 시절 글짓기 백일장에 나가 상도 타 보고, 어린이 신문에 이름이 실리기도 했던 전력이 있지만 글을 쓰면 배가 고프고 생활에 도움이 안 된다며 글쓰기를 금지시키고 차라리 숙제를 하라고 재촉하시던 아버지.
이 일로 글쓰기를 멀리하고 수십 년이 지났는데 언감생신(焉敢生心) 형식으로 쓰다 보니 어느새 한 권의 책이 되고, 그의 글 솜씨는 작가의 수준이 되어갔다.
어느 날 다른 사람들은 원로의 간판을 달고 있는 나이에 송 시인과 비슷한 동년배인 분들에게 자신의 글을 심사해 달라고 맡겨서 수필가가 되었고, 시인으로 등단하기도 했다. 이렇게 송 인은 오래전 아버지의 씀을 거역한 아들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송창재 시인은 “어느 날 부터인가 내안에 꿈틀거리는 허연 뱀은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내게 말을 시피기 시작했다. 토해내지 않으면 안으로, 안으로 뭉쳐져 도저히 힘들어 살 수 없는 이야기들을 조금씩 한숨씩 토해내기 시작했는데, 친구들과 소통하는 밴드, 블로그, 페이스북 등 SNS 상에서 슬픔, 기쁨, 분노, 희망, 외로움, 그리움 등등에 대해 하나씩 써 나가기 시작했다. 남들이야 욕을 하든 비웃든 혹시나 공해를 일으키고 있지나 않나 하면서도 거침없이 자신의 글을 써 나갔다”고 한다.
그러면서 송 시인은 “아버지! 어차피 글을 쓰지 않아도 배고픈 것은 마찬가지이고, 제가 조금씩 양을 줄이면 될 것입니다.”라고 돌아가신 아버지께 용서를 구한다.
지난달 첫 시집 <그리운 것들은 그리워하자>을 출간하고는 치기인지 만용인지 망설여지지만 부족한 글일망정 자신이 쓴 글이라서 자랑스럽다며 앞으로도 계속해 글을 써 가겠노라며 자신의 글 욕심에 대한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2년 전에 수필집 한 권을 치기로 출간하고 나서 창피하고 미안해서 많이 망설였지만 그래도 애달픈 나의 존재했음의 흔적들을 얼굴을 붉히며 이렇게 내어 놓았습니다. 이제 하나씩 발가벗겨지며 뒤틀린 나의 나신일망정 이렇게 생각하며, 그래서 살아왔노라고 부끄럼 없는 치부를 용감하게 내놓습니다. 이제 기회와 힘이 닿는 데로 저를 탈피하여 저 깊은 속까지 천천히 보이렵니다.“ 라고 말한다.
송 시인은 “이제 나머지 얼마 동안이라도 또 그동안 쌓이는 이야기들이, 사랑의 기쁨으로, 이별의 슬픔으로, 나에 대한 번민으로, 그리움으로! 다시 누적되어 쓰여질 것이다. 내가 쓸 수 있는 동안은…….”이라고 말한다.
아직은 글을 쑬 수 있는 시간과 여력이 있기에 앞으로의 삶에서 계속해서 글을 써 나갈 것이라고.
백발의 긴 수염을 하고 다니시던 송창재 시인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는 긴 수염을 깎았다. 어찌된 영문인지 여쭤보니 늦깎이 사랑에 빠졌다.
나이 70 평생을 총각으로 살다 최근에 사랑을 만났다. 깔끔하게 깎아보라는 그 분의 권유에 수년간 기르셨던 수염을 깍은 것이다.
송 시인의 글에 대한 열정 못지않게 뒤늦게 시작한 인생의 벗과 함께 사랑과 좋은 글들이 피어나길 기대해 본다.
한편 송창재 시인은 2017년 문학광장 67기 수필부문에 당선돼 수필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8년에는 지필문학 77기 시조부문에 당선돼 시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첫 번째 수필집 <세상이 왜 사냐고 묻거든>을 지난 2019년 출간한데 이어, 그의 첫 시집 <그리운 것들은 그리워하자>를 2021년 7월에 출간했다.
현재 문학광장 수필부문 심사위원과 문예지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