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그림과 커피가 있는
‘낭낭창작소’
한이타 작가
글 오성렬(主幹)
옥산에서 회현으로 넘어가는 대위저수지변 고갯길, 도로변에 3층으로 건축된 여섯 채의 전원주택 중 올봄 문을 연 ‘낭낭창작소’가 있다. 낭낭창작소는 미술 전공자인 한이타 작가가 개업한 책방으로, 많은 책들이 비치되어 있고 자신의 그림 전시와 함께 품격 있는 커피까지 맛볼 수 있는 곳으로서 건물 뒤쪽으로는 한 폭의 그림 같은 푸르른 소나무 숲이 펼쳐져있다.
낭낭창작소라는 이름은 ‘낙랑(樂浪)파라’에서 따온 것이다. 낙랑파라는 일제 강점기, 동경미술학교를 졸업한 화가 이순석 씨가 지금의 인사동 부근에 개업했던 다방 겸 아틀리에로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찾아들면서 매주 금요일에 신곡을 발표하고 연주회와 전시회 등을 가졌던, 당시로서는 모더니즘의 상징인 공간이었다. 한 작가는 자신의 업소 분위기와 정체성을 그 낙랑파라와 유사하게 가꾸고 싶어 비슷한 발음의 ‘낭낭’이라 지었단다.
따라서 낭낭창작소는 그녀 자신 화가이자 바리스타, 미술치료사, 퍼스널컬러 자격증 취득자로서 그 모두를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녀는 고객 개개인에게 저마다 어울리는 고유한 색의 연출을 표현할 수 있도록 퍼스널컬러 진단을 한다. 따라서 다양한 고객들을 초청, 홈 갤러리를 오픈하여 자신의 집과 같은 편안함 속에서 예술품을 감상하는 또 다른 시각 형태의 공간예술을 제공함으로써 일상 속에서 문화예술을 체험하는 작은 갤러리의 감동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본래 목포 출신으로 어릴 적 왜소한 체구만큼이나 잔병치레가 심했던 한 작가는 언니가 책가방을 들어줘야 학교에 갈 수 있을 만큼 엄마의 걱정거리였다. 그러다보니 또래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해 외톨이가 되어 혼자서 땅바닥에 낙서하듯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고교 시절에는 책보다 더 재미있는 게 그림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혼자만의 시간이면 그림 그리는 것으로 외로움을 달랬다.
고교 졸업 후 미술 전공 꿈을 키운 그녀와 달리 부모님은 취업이 잘 되는 일반대학 진학을 고집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는 방황의 시간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미술에 대한 갈망이 워낙 강렬했던 탓에 조금은 늦은 나이임에도 미대에 진학, 소망이었던 전공의 길을 걸으며 비로소 행복감을 맛보게 된다.
그녀에게 그림이란 그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구구한 설명 필요 없이 작품을 통해 진솔한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것이다. 대상을 실물 그대로 옮기는 것은 중요치 않고 작가의 생각과 이야기를 어떻게 꾸밈없이 담아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면서 본질적으로
‘나는 누구이며 왜 이곳에 있는지’ 등 스스로에게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던지며 작업하다보면 그 사유의 편린들이 고스란히 작품에 구현된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자화상들에서는 외로움이 짙게 배어난다. 조용히 존재감을 외치며 세상을 향해 뭔가 말하려는 외로움 같기도 하다.
언제부턴가 한 작가는 지역 곳곳을 탐방하며 작은 종이에 펜화로 ‘세상과의 소통’ 작업을 하고 있다. 수년 전 군산시 시간여행축제의 일환으로 기획된 ‘우체통 손편지축제’에서 만든 엽서들은 모두 군산우체국 인근 건물들을 그녀 특유의 펜화로 제작한 것들이다. 펜으로 꼼꼼히 작업한 그 그림들은 너무도 섬세해서 사진과는 또 다른 정겨움과 멋스러움을 자아낸다. 현재 낭낭창작소 안에 전시된 인물화들은 틈틈이 그녀가 그린 펜화들로서 방문객의 시선을 끈다.
낭낭창작소를 열면서 다양한 색과 향을 지닌 커피문화를 커피큐레이션을 통해 고객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한 작가는 대체로 누구나 저마다의 취향대로 커피를 즐기고 있다면 낭낭에서 제공되는 커피는 바리스타가 연출하는 다양한 원두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함으로써 보다 깊은 커피의 풍미를 체험할 수 있다고 들려준다. 이는 여러 지역의 바리스타와 연결된 미디어매체를 통해 더욱 친밀한 유대관계 형성에 도움을 주고자하는 의도에서다.
이에 대해 ‘낭낭큐레이션의 역할’이라고 의미 부여를 하는 그녀는 여러 커피음료 판매사업자와 일반 대중과의 소비 행태에 있어 시간적, 거리적 간소화와 함께 더욱 다양화되고 전문화된 유수한 바리스타의 개성이 담긴 원두를 경험할 수 있으며, 특정 커피를 직접 찾아가서 마시는 번거로움을 줄이고 한 곳에서 여러 형태의 원두의 맛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고 들려준다.
따라서 낭낭창작소는 많은 책들과 함께 전시된 한 작가 특유의 펜화를 감상할 수 있으며 그녀가 설명하며 내려주는 맛 좋은 커피는 물론 덤으로 제공되는 여유로운 경치까지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이색 공간이랄 수 있다.
한이타 작가 전시경력
-교하아트센터 개인전
-파리국제미술교류전
-여성작가초대전
-한일현대미술작가교류전
-비츄느와르 개인전
-여성작가교류 동행전
-와유(臥遊)전(이당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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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낭창작소’
군산시 회현면 대위로 261(1F)
*입장료 5,000원(커피 무료)
영업시간11시~19시(월요일은 닫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