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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이 사준 텃밭 열매 덕분에 올해도 연탄 기부합니다
글 : 이진우 /
2021.08.01 11:25:04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그대들이 사준 텃밭 열매 덕분에 올해도 연탄 기부합니다

텃밭에서 나온 작물과 요리 나눔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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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모니카 오마이뉴스 자유기고가

sijiques@daum.net

 

 

"당신은 감자꽃을 피워내고, 사람들이 연탄 꽃을 피워 올겨울은 추위 걱정할 일이 없겠네. 내 각시지만 당신 참 대단하네. 재주 중에 상 재주, 인복을 베푸는 일이 최고여."

"아무리 각시 편들어주는 얘기라도 민망한데요. 나는 감자 장사한 것 밖에 없어. 감자가 당신 덕분에 상급이 많이 나와 험담은 안 듣게 돼서 다행이고, 당신이 고생했지요.“

 

지난 하지에 텃밭의 감자 두둑에서는 수미감자가 무려 100kg 이상 나왔다. 우린 진짜 농부처럼 원예농협에 가서 산 10kg짜리 감자 상자를 샀다. 감자 수확 날 상자 10개를 만들어 놓고 지인들에게 단톡 장터를 열었다. 소위 온라인 판매 20분 만에 완판했다. 줄을 서서 기다린 지인들의 행복한 원성을 들어야 할 정도였다.

 

대부분의 감자는 필사 시화엽서 나눔운동을 함께하는 봉사단들이 사주었다. 원래 장사치가 아쉬우니 직접 배달까지 해야 하는데, 일이 많다는 핑계를 대니 학원에 와서 직접 가져갔다. 미안한 마음에 감자조림 하기 좋은, 메추리알 크기의 감자들을 소분해서 서비스로 드렸다.

나도 역시, 수확한 감자를 삶아 따뜻하고 포슬포슬한 감자와 감자전을 준비했다. 가장 함께 먹고 싶은 사람들은 역시 내 가족과 일터의 선생들이다. 맛있다고, 고생하셨다고 지지해 주는 동료들의 감자 사랑에 우리 부부는 정신없이 자화자찬했다.

 

다음 날, 감자를 사간 문우들이 감자요리 사진을 보내줬다. 덕분에 감자요리 했다고, 토실토실 감자가 진짜 맛있다, 좋다, 고맙다는 칭찬 릴레이가 시작됐다. 감자 치즈구이, 감자 카레, 감자 강된장, 치즈 감자와 감자샐러드, 완두콩과 감자, 감자 카레, 감자 파스타, 감자전 등을 당신들의 식탁에 올렸다.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남편에게 보여주면서 말했다.

"이렇게만 산다면 세상이 정말 아름답지 않아요? 아마도 감자 받은 분들이 내 성격을 알아차렸나 봐. 눈으로 확인해야 안심을 하는 성격 말이에요"

지인들의 갖가지 요리를 보니, 감자가 정말 좋았구나 싶어 내 마음에 평화가 흘렀다.

감자 출하 후 며칠간 감자를 재료로 한 음식들로 이야기꽃이 만개했다. 더불어 텃밭에서 나오는 다른 작물들을 어떻게 판매하는지, 어떤 요리를 선보일 건지, 여자들의 주제는 역시 음식이 첫째였다. 텃밭 농사군 4년 차를 맞이한 우리 부부는 텃밭 운영의 원래 목적을 말했다.

 

학생들과 함께 동아리 활동을 하는데, 6년 전부터 겨울철 독거노인 돕기 사업을 고민했지요. 그 중 난방(연탄) 기부를 결정했어요. 활동 2년 차까지는 지인들이 연탄값을 현금 기부를 했지요. 첫해는 한 가구당 200장씩 3가구, 두 번째는 300장씩 3가구의 연탄을 구입해서 추운 겨울날 학생들이 직접 연탄을 수혜자 집 창고에 쌓았구요,“

 

연탄 기부 세 번째 해를 맞이한 봄에 한 지인이 텃밭을 주말농장처럼 해보자고 했어요. 그때 떠오른 생각이 바로 텃밭 운영이었죠. 작물을 키워서 판매한 기금으로 연탄을 사자고 했어요. 정말 신기한 것은 나의 아이디어를 항상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렇게 시작한 기부용 텃밭이랍니다.”

 

연탄 기부를 받는 수혜자 수가 늘어서, 이제는 4가구를 지원하고 있고 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연탄 대신 쌀(백미 10kg, 40)을 기부했다. 올해도 역시 텃밭의 작물들은 구매자들의 손과 마음을 거쳐 기부금으로 전환될 것이다.

 

감자에 이어 나온 효자 작물 중에 오이가 1등 자식이다. 오이 모종 5개를 심었는데, 내 팔뚝만 한 오이를 100여 개 이상 수확했다. 텃밭의 우렁각시는 남편이다. 남편은 오이가 구부러지지 않게 장대 사이사이에 줄 사다리를 놓고 충분히 햇빛과 바람을 받도록 하는 등 정성을 다했다. 첫 오이를 수확하기 전날에도, 사진을 찍어 와서 "첫 작품은 당신 손으로 따야지"라고 말했다.

오이를 따기 시작한 날부터 나는 스스로 약속하나를 했다. 텃밭에 갈 때마다 나눠 먹을 누군가를 생각하는 일이었다. 올해 봉사활동인 시 필사를 도와주는 지인들을 포함해서, 식구들, 성당 어르신들, 내 동네 김밥집 사장님, 문구점 사장님, 학부모님, 문인화 스승님까지 골고루 나눈다. 오이뿐만 아니라, 가지, 고추, 대파, 방울토마토, 잎채소 등을 나눈다.

 

나눔을 받은 분들은 그 대가로 내가 준 재료를 이용한 다른 요리를 가져오시는데 그 맛 또한 대단하다. 오이김치, 오이장아찌, 방울토마토 장아찌, 대파 김치, 고구마순 김치, 가지볶음, 호박된장국, 고추전, 깻잎전 보쌈, 고추김밥, 가지덮밥 등 그 가지 수를 모두 셀 수 없을 정도다.

 

생계를 업으로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면서 열매가 생길 때마다, 이거 사주세요, 거저 사주시라고 하면 얼마나 꼴이 우스운가. 모종값도 기 백 원, 땅 대여료도 한 해에 2만 원, 퇴비 한 포대에 4,000원이면 누구나 다 키울 수 있는 작은 일이다. 덕분에 잘 먹었다는 말이나 들어보자는 맘으로 시작한 먹거리 나눔이 참 좋다. 매일매일 내 텃밭은 나눔을 준비하고 있다. 나누는 기쁨의 묘미를 알게 해주는 텃밭이야말로 진정한 나의 스승이 되었다.

 

사람에서 자음 하나를 바꾸면 사랑이 되고, 모음 하나를 빼면 삶이라고 했다. 결국 사람과 사랑, 그리고 삶의 그 시작은 같은 것이다. 내 텃밭의 눈동자가 오직 사람을 향해 있도록 끊임없이 나에게 격려와 칭찬을 주는 지인들의 사랑이 눈물겹도록 고맙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사랑과 관심이 모여 연탄구멍마다 뜨거운 불이 활활 타오를 겨울이 올 때까지, 텃밭의 사랑나눔은 계속될 것이다. 아마 올겨울에도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를 것이다. 동네 어귀 굽어진 골목길에 나온 뜨거운 연탄재를 밟으며 얼음판 위를 총총히 걷던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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