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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대통령은 언제 가능한가

우리 헌법은 대통령은 40세 이상,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시장·군수는 25세 이상으로 출마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그 나이가 안 되면 출마할 수 없다. 특정한 나이로 출마를 금지하는 게 합당한지 논란이다. 영화 <극한직업> 대사처럼 “지금까지 이런 법은 없었다. 대한민국 헌법”이라고 외치지 않을 수 없다. 생물학적 나이로 금지하는 건 상식적이지도 합당하지도 않다. 오히려 나이는 관성의 덫에 빠지게 한다.

조선 중기, 중국 지식인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여류시인 허난설헌. 그가 남긴 <감우(感遇)>와 <곡자(哭子)>는 지금 감성으로 읽어봐도 빼어나다. 난설헌이 27살에 숨졌으니 대부분 작품을 20대 초중반에 썼다는 뜻이다. 다방면에 걸쳐 놀라운 업적을 남긴 정약용. 그 또한 20대 초반에 초계문신으로 발탁돼 정조와 함께 한 시대를 견인했다. 예나 지금이나 20대일지라도 정신세계는 모자람 없다.

밖으로 눈을 돌려봐도 마찬가지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복자 알렉산더. 그는 20세에 왕위에 올라 서른셋에 세상을 떴다. 정복지마다 자기 이름을 딴 ‘알렉산드리아’라는 도시만 70여 곳에 세웠다. 막부 말기 일본 근대화 기틀을 마련한 요시다 쇼인(29세 사망)과 사카모토 료마(32세 사망). 쇼인은 기라성 같은 유신 3걸을 길러냈고, 료마는 메이지 유신 초석을 깔았다. 이들 모두는 20대 후반, 30대 초반에 제국을 건설하고 역사를 썼다.

1985년생, 36살 이준석 돌풍이 거세다. 세력교체를 넘어 세대교체로 치닫고 있다. 돌풍은 개헌론으로 확장됐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40세 미만 대통령 출마 제한은 차별이자 불공정이다. 대통령선거는 특정 세대 전유물이 아니다”면서 “나이가 어리다고 세상을 바꿀 꿈까지 보잘 것 없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청년 최고위원도 40세 미만 대통령 선거 출마 제한과 5년 단임제 폐지를 주장하며 개헌론에 힘을 보탰다.

유럽에서 30대 정치인이 국가를 경영하는 건 낯설지 않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35)는 31세에 총리가 됐고 지난해 1월 재집권에 성공했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36) 또한 2019년 34세에 취임했다. 이들은 10대 시절부터 정치 경험을 쌓고 중앙정치 무대에 진출했다. 쿠르츠는 17세 입당, 27세 유럽연합(EU) 최연소 외교장관을 지냈다. 산나 마린 또한 21세에 사회민주당에 가입해 교통장관을 지냈다.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샤를 미셸(46)도 39세에 벨기에 총리를 역임했다. 루이지 디마리오 이탈리아 외교장관(35)도 좌파 정당 ‘오성운동’ 대표(31)와 부총리(32)를 지냈다. 아일랜드 총리를 지낸 리오 버라드커(42)도 당시 38세였다. 우리와 같은 대통령제를 채택한 프랑스 마크롱은 40세에 취임해 30대 장관을 발탁했다. 캐나다 트뤼도 총리 역시 43세에 집권해 30세 여성 장관을 중용했다.

국가수반이 젊다 보니 정책도, 국가운영도 젊어졌다. 캐나다 트뤼도 내각(2015년 11월)은 국제사회로부터 “아름답다”는 찬사까지 받았다. 트뤼도는 다양성을 중심에 두고 내각을 꾸렸다. 남녀 15명씩 동수로 종교, 인종, 출신 성분을 따지지 않고 임명했다. 이슬람교도, 시크교도, 난민과 원주민 출신, 심지어 장애인과 성소수자 장관까지 나왔다. 모자이크 내각은 유연한 정치적 산물이다. 당연히 캐나다 국격과 국력은 높아졌다.

한국 정치는 어떤가. 국제의회연맹에 따르면 조사 대상 150개국 가운데 45세 미만 청년 의원 비율에서 한국은 6.3%로 143위다. 사실상 꼴찌다. 2030은 ‘과소대표’된 반면, 5060은 ‘과대대표’됐다. 21대 국회에서 2030 의원은 4.4%(13명)에 불과하다. 2030 유권자 33.8%와 비교하면 8배 격차다. 반면 50대 국회의원은 무려 59%로 50대 유권자(27.9%) 대비 2배 이상이다.

지금 한국정치는 노쇠한데다 상상력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서열 따지고 줄 세우는 계파정치에만 익숙하다. 대통령 선거 40세 제한은 상징적이다. 시대적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고 국제사회 흐름과도 반대다. ‘이준석 돌풍’은 판을 바꾸는 정치 변혁에 가깝다. ‘이준석’은 이런 욕구를 분출하는 통로일 뿐이다. 우리 정치도 ‘30대 대통령’까지 외연을 넓히는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이대로”만 외친다면 고루하다.

정치 참여와 학습 기회를 늘리는 방안을 적극 고민할 때다. 당장 정당 가입 연령부터 18세로 낮춰야 한다. 기득권 정치 때문에 우리 안에 있는 알렉산더, 사카모토 료마, 허난설헌 같은 젊은 인재를 죽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기성 정치가 할 일이 있다면 청년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새뮤얼 울먼은 “사람은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다”고 했다. 혹시, 아직도 나이를 고집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이상을 잃어버린 건 아닌지 자문할 일이다.

임병식 서울시립대학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