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다는 착각’ (The Tyranny of Merit)
또 다시 ‘공정’이 화두다. 언론 미디어를 통해, 부유층과 빈곤층, 청년과 장년, 정치인의 입을 통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기업은 정규직ㆍ비정규직 논란에서 비롯된 ‘공정 채용’ 문제로 혼란에 빠져 있고, 정치권에선 ‘공정경제3법’과 ‘재난지원금’ 등에 대한 각기 다른 해석으로 떠들썩하다. 대통령은 “하나의 공정이 또 다른 불공정을 부르는 상황”을 언급하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렇듯 ‘공정’이라는 하나의 화두를 두고 각계각층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이후 8년 만에 쓴 신간 《공정하다는 착각》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The Tyranny of Merit: What’s Become of the Common Good?》란 원제로 미국 현지에서 2020년 9월에 출간되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직역하면 ‘능력주의의 폭정: 과연 무엇이 공동선을 만드나?’다. 샌델은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너무나도 당연히 생각해왔던, 개인의 능력을 우선시하고 보상해주는 능력주의 이상이 근본적으로 크게 잘못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능력주의가 제대로 공정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공정함=정의’란 공식은 정말 맞는 건지 진지하게 되짚어본다. (출처:인터넷 교보문고)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 이라는 슬로건을 담백하게 제시하고 정권을 이끌어 내던 문재인대통령의 슬로건에 대한, ‘평등’이라는 단어의 오류와 평등의 전제조건의 차이, ‘공정’하다는 아름다운 단어 이면에 숨어 있는 능력주의의 한계와 ‘정의’ 로울 것이라는 정의의 한계에 대한 담론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 즈음에 마이클샌들 교수의 저서는 깊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이 책에 인용된 “아버지와 자식의 소득을 비교해 보면, 1940년에 태어난 남성의 95퍼센트가 그 아버지들 보다 많이 벌었다. 그러나 1984년생 남성은 41퍼센트만이 그 아버지의 소득을 앞질렀다.”(저서 3장 각주36) 저자는 이 연구논문을 인용하면서 앞으로 2000년대 출생자 들의 운명은 어쩌면 점점 더 어려운 여건에 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공정하다는 착각’ (The Tyranny of Merit)은 7개의 chapter로 구성되어 있고 서론에서는 입시의 문제, 1장 승자와 패자, 2장 “선량하니까 위대하다”라는 능력주의 도덕이라는 짧은 역사, 3장에서는 사회적상승을 어떻게 포장하는가, 4장 최후의 면책적 편견 ‘학력주의’, 5장 성공의 윤리, 6장 ‘인재 선별기’로써의 대학, 7장 일의 존엄성 그리고 결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저자는 결론에서 “... 신의 은총인지, 어쩌다 이렇게 태어난 때문인지, 운명의 장난인지 몰라도 , 덕분에 지금 나는 서 있다.” 그런 겸손함은 우리를 갈라 놓고 있는 가혹한 성공 윤리에서 돌아설 수 있게 해준다. 그것은 능력주의의 폭정을 넘어, 보다 덜 악의적이고 보다 더 관대한 공적 삶으로 우리를 이끌어 간다.“ 라고 글을 마무리 한다.
내년 대선 그리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의와 평등, 소득과 분배 그리고 공정이라는 화두와 민주주의와 공동선, 시민의 도덕적 연대 등의 담론을 논의하기 위해 한번쯤 깊이 고민 해 볼 가치가 있는 것들이다. 누구나 고상하고도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국가가 주어야 할 ‘조건의 평등’ 그것이 민주주의의 첫 걸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