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의 숨은 ‘봉사 여왕’ 김영림
“내가 행복해지니까 남에게도 행복을 줄 수 있는 것”
희망을 나누는 일에 멈추지 않는다
글 / 이영미
다큐TV 기자
매거진군산 편집위원
군산지역의 소외된 어르신들과 지역 청소년 센터의 아이들, 가족이 없는 재소자들을 챙기며 30년이 넘도록 사회 그늘진 곳에서 묵묵히 봉사활동을 해 온 군산의 숨은 ‘봉사 여왕’ 김영림.
지난 2월 6일 토요일 오전부터 옥구에 위치한 떡 공장 냉동 창고 안에서 웃음소리가 분주하다. 들어가 보니 여사님 10여 분이 떡을 포장하고 계셨다. 떡 개수를 세는 팀, 포장하는 팀, 박스에 넣어 이동하는 팀으로 나누어서 반나절을 그렇게 작업했나 보다.
희망 틔움과 시민포럼 단체가 명절에 식사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준비한 지원사업이었다.
역전 무료 급식소는 매년 일 년에 두 번 추석과 설 명절에는 급식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가 기승이기도 했고 설 연휴 내내 급식이 멈춘다는 소식에 단체가 나선 것이다. 다행히 단체가 거들어 연휴 전 급식 일에 빵과 떡국 떡 그리고 냉동 찰떡을 어르신 300여 명에게 전달했다. 추운 겨울 연휴를 나기에 충분한 양은 아니지만, 함께 나누고자 하는 이들이 있어 배고픔은 지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전달이 되기까지는 숨은 노력의 손길과 마음이 있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희망틔움과 시민포럼에서 활동하며 자원봉사자로서 소명을 다해 살고 있는 김영림. 그녀의 체구에서 뿜어 나오는 열정을 만나기 위해 그녀가 운영하는 문구점으로 찾아가 보았다.
문구점을 운영하시면서 사회활동으로 많은 공헌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30년 전에 개인 사정으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무기력했던 때가 있었어요. 속절없이 시간만 흐르며 얼어붙은 나의 가슴은 멈춰진 시간 속에 갇혀버린 듯했어요. 힘겨운 나날을 하염없이 보내고 있을 때 친구의 손에 이끌려 난생처음 재활원에 찾아가 봉사라는 것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힘들고 지칠 때 오히려 남을 돌아보게 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내가 살기 위해서 봉사를 하는 거예요. 내가 행복해지니까 남에게도 행복을 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절대 내가 가진 게 많고 부자라서 봉사 하는 게 아니라 그 속에서 부대끼며 배우며 깨달음을 얻어요. 내가 살아 있음을 감사하게 만듭니다.
봉사하시면서 수많은 상을 수상하셨던데….
가장 힘들 때 시작한 봉사가 제 삶에 큰 위안이 되어 주었어요.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의도치 않게 큰 상들을 받게 되니 더욱 열심히 활동하게 되었고 그럴수록 저에게 큰 위로와 격려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수상내역
자원봉사 국무 총리상. 초아대상. 법무부 장관상 수상. 도지사상 수상. 살기 좋은세상 선행상. 교육감상.군산시민 모범상등 다수 수상
“나는 아픈 곳도 없었고 가진 게 많은 사람인데 왜 이렇게 허무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싶은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힘든 거라고 하면 봉사가 힘들었던 게 절대 아니에요.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들이 저를 가장 힘들게 했어요. 문구점은 내 박쳐놓고 밖으로만 다닌다는 억지소리도 많았고요. 한때는 문구점에 아르바이트까지 두면서까지 밖에 나와 활동을 했으니 오해받을 만도 했나 봐요.
오래된 이야기인데 예수재활원에서 봉사를 했을 때에요. 정신없이 아이들을 목욕시키고 옷을 입히는데 뒤늦게 알았어요. 아이의 양팔이 없다는 것을…. 저는 그 당시 몸을 움직이고는 있지만, 저에게 처한 상황들로 인해 정신이 온전히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기였거든요. 옷을 다 입혀주자 아이가 발가락을 열심히 흔드는데 알고 보니 엄지 대신 ‘최고’를 말하는 거래요. 나는 단지 목욕만 시켜줬을 뿐인데 아이가 표현하기를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고 당신이 제일 예쁘다’라고 하는 거라더군요. 손이 없으니 발로 표현하는데 어찌나 감사하고 또 미안하던지…. 나는 아픈 곳도 없었고 가진 게 많은 사람인데 왜 이렇게 허무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싶은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2017년에는 해외 자원봉사단을 꾸려 캄보디아에 갔었어요. 저는 봉사를 나갈 때면 봉사자들과 함께 먹고 싶어서 반찬과 장류들을 준비해 가고는 합니다. 캄보디아에 갔을 때도 현지에서 입맛 때문에 고생할 봉사자들 생각에 손수 담은 장아찌들을 가져갔는데 캄보디아의 학교 교장 선생님께서 한번 맛을 보시더니 남은 거라도 챙겨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넉넉지 않은 탓에 반찬들을 조금씩만 내어드렸는데 어찌나 해맑은 표정으로 기뻐하시던지 그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요즘 들어 코로나 블루로 인해서인지 부쩍 살기 어렵다, 힘들다. 등등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요즘 사회적인 분위기 탓인지 외롭다. 우울하다. 힘들다 등등의 말들을 많이 듣습니다. 마음의 문을 열고 나와 보는 건 어떨까요. 주위에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이 있어요.
봉사와 나눔이 무너진 자신을 바로 세워주고 현실의 고단함을 잊게 해주는 삶의 원동력이 되어 줄 수 있을 거예요. 함께해요. 우리.
오직 나누는 마음 하나로 자신의 삶을 지탱했던 자원봉사자 김영림. 그녀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따뜻한 온기를 선물했을지 무게로 가늠할 수는 없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가며 희망을 나누는 일을 멈추지 않도록 건강하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