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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코로나 시대, 아동 돌봄과 권리 존중

호원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교수 서영미

군산시육아종합지원센터장 / 호남․ 충청권 시군구육아종합지원센터협의회 권역 대표

시린 바람과 매서운 추위가 가고 어느덧, 봄의 문턱이다. 따스한 햇볕 아래, 설레는 봄처럼 새 학기가 되면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떠올리는 것이 이제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영국의 시인 엘리엇의 ‘황무지’ 첫 구절은 잔인한 4월이다. 제1차 세계대전 후, 황무지 같은 황폐한 모습들, 삶이 곧 죽음이 되는 역설적 상황이 찬란하고도 잔인한 봄을 만들었다. 그렇듯 COVID-19 이후, 우리 삶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COVID-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시름 하고, 이로 인해 사회적·경제적 변화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도 크게 달라졌다. 사회적 재난에는 특별한 보호를 받아야 할 가장 취약한 집단들이 실로 더 어려움을 겪는 상황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COVID-19로 인한 아동의 권리는 더욱 위협받고 있으며, 전 세계 아동과 가족의 삶을 바꿔 놓고 있다. 특히, 아동의 일상과 돌봄 등의 새로운 사회적 문제에 대한 방안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 차원에서의 노력이 최대의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재난 취약집단에 대해 촘촘하고도, 집단 유형별 맞춤형 돌봄 방안이 요구된다.

COVID-19는 사회생태학적으로 사회자원의 붕괴와 지역사회 지원 서비스, 교육, 놀이 공간 등의 접근의 제한, 가족의 분리와 사회적 지지의 감소, 보호자의 스트레스, 이로 인한 폭력과 가정폭력의 위험 증대, 특정 인종과 민족에 대한 낙인, 가족 유대·지지 약화, 질병에 두려움 등의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COVID-19와 같은 전염병은 아동의 성장 및 발달환경을 저해할 수 있다. 즉, 가족, 교우관계, 일상생활 및 광범위한 범위에서의 지역사회 혼란 등은 아동의 복지, 발달 및 보호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더불어 COVID-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된 대처 방법들이 아동들을 아동보호 위험에 노출 시킬 수 있는데, 가정, 시설 또는 지역을 거점으로 분리 및 격리하는 방법들은 아동과 아동의 가족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COVID-19는 아동들의 생활환경을 급속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 학교 폐쇄와 이동 제한 같은 격리조치는 아동들의 일상생활과 사회적인 지원을 저해하고, 부모 및 아동 보호자들은 새로운 돌봄 방법을 찾거나 (돌봄 때문에)출근 할 수 없는 스트레스 등의 부정적인 요인이 작용하기도 한다. 세이브더칠드런의 2020년 보고서에 의하면, 실제 COVID-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아동학대 빈도 발생이 2배 이상 증가 되었다. 이는 빈곤층과 여성, 장애아동 등 더 취약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폭력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작년, 인천에서 COVID-19로 초등생 두 형제가 비대면 수업 동안 보호자 없이 방치되어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가 발생해, 아동 한 명이 사망하고 한 명은 크게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COVID-19로 인한 돌봄 공백 및 아동방임 등의 아동 보호 문제와 학대 등 심각한 우려가 현실이 된 안타까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COVID-19 상황에서 아동의 안전과 건강한 성장발달을 위해 현재 정부의 다양한 노력과 방역 지침 등의 대처들이 있지만, 아동의 최초 보호자는 부모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20년 UN은 'COVID-19가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The Impact of COVID-19 on children)'를 통해, COVID-19 대응의 전례 없는 조치가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지를 발표했다. COVID-19는 아동권리를 위협하는 보건 위기로 COVID-19가 아동의 빈곤, 생존과 건강, 교육, 안전에 미치는 영향은 광범위하며, 모든 국가의 전 연령에서 전체 아동이 COVID-19에 영향을 받고 있지만, 그중 몇몇 아동들의 삶은 되돌리기 힘든 상황임을 밝혔다. COVID-19으로 인한 아동 영향 관련 UN 정책 권고 사항(Policy Brief: The Impact of COVID-19 on children, 2020)은 아동에 대한 빈곤, 학습, 위협, 안전과 이에 대해서 사회 보호 프로그램 등을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관계적 가치와 실천적 의미에서의 아동 돌봄으로, 생명의 취약성에 대한 염려로부터 시작된다. 복지정책으로의 서비스 중심이 아닌, 관심과 염려, 책임, 상호신뢰가 ‘돌봄’과 ‘권리’ 존중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돌봄의 가치를 인간의 존엄성에 두어야 할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라고 하는 보편적인 진리처럼, COVID-19라는 유례없는 위기 상황을 기회로 극복하여 아동 돌봄과 권리 존중의 의미를 되새기고, 가치와 책무를 다하는 우리 사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