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물을 가둬놓고 맑아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남대진-
새만금 사업이 시작된 지 꼭 30년을 맞이했다.
이 사업은 87년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가 전북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던진 공약으로 농지를 조성하겠다고 시작된 국책사업이다. 한때 환경 단체의 반대로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지만, 아무튼 30년째 사업은 진행 중이다.
현재 공정률은 약 25%, 현재까지의 공사비는 15조 원, 600만 원씩을 보상비라는 이름으로 쥐여주는 푼돈을 받고 수산인 들이 쫓겨났다. 그리고 전북의 수산업은 70%가 사라졌다. 그래서 생긴 직 간접 손실액은 대략 잡아도 30조 원 이상이다.
방조제를 막기 전까지 그 바다에서 수산업으로 얻은 이익은 연간 약 4천억 원, 어머니들이 호미 한 자루로 조개 잡아서 얻은 돈은 연간 400억 원이었다.
30년을 지내 오면서 바다 위에 그린 그림은 몇 번이나 그렸다가 지워지기를 반복했다. 농지조성을 30%로 축소하면서 어떤 이는 두바이를 그렸다가 지웠고, 어떤 이는 실리콘밸리를 그렸다가 지웠고, 또 어떤 이는 한중 경협 단지를 그렸다가 지웠고, 심지어는 삼성도 다녀갔다.
그리고 이제 또다시 다른 그림을 그렸다. ‘신재생 에너지 복합단지’라는 이름의 그림이다.
대통령 후보들마다 자신이 정권을 잡으면 새만금 사업을 조기에 완공하겠다고 큰소리를 쳤고, 심지어 어떤 이는 2018년에 완공시킨다고도 했다.
그러나 새만금의 용도는 오직 정치인이 우려먹는 것 말고는 우리에게 준 것이 지금까지 아무것도 없다.
새만금의 토지 이용 면적은 409㎢(1억 3천만 평)이다. 여기에 필요한 매립토는 최소 10억~30억㎥다. 산을 깎아도 한두 개로는 부족할 형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립토 확보 방안은 세워져 있지 않다. 한때 군장 항로에서 파낸 흙을 이용하겠다는 계획은 있었다. 그래서 펄을 펌프질할 파이프라인이 설치되었고, 경포천을 운하로 만들어서 바지선으로 흙을 옮긴다는 말도 있었다. 이 계획대로 한다면 새만금 사업은 150년이 지나야 매립이 완성된다. 그런데 이런 계획조차 슬며시 사라지고 말았다.
그래서 지금 하는 짓은 새만금 호의 깊은 바다 흙을 파내서 얕은 바다를 메우고 있다. 만경강과 동진강에서 흘러드는 오염수를 가둬놓고, 호수는 점점 더 썩어서 3m 아래에는 산소조차 없는 그 바다의 흙을 파서 오염된 호소를 더 키우고 그 옆의 조금 얕은 바다를 메우고 있는 것이 지금 새만금 매립의 현주소다.
지난해 말, 담수호로는 수질 개선을 할 수 없다는 환경부의 조사 보고가 있었다. 그런데도 지난 3월 24일 전북도청에서 총리 주재로 열린 새만금 위원회에서는 ‘해수 유통’이라는 말을 넣지 않았다. 담수화를 하겠다는 말도 넣지 않았다. 다만 현재의 수문을 24시간 개방하기로 했으니 2년을 더 두고 보자고 한다.
해수가 유통되면 살아날 희망을 품은 갯벌이 두 곳이 있었다. 부안 쪽의 해창 갯벌과 군산 쪽의 수라 갯벌이다. 그런데 해창 갯벌은 세계 잼버리대회장으로 조성한다며 3m까지 높여버렸다. 이미 땅이 다 드러난 곳, 그대로 텐트 치고 야영하고, 해수가 유통되면 살아날 수 있는 갯벌을 아예 싹을 잘라버린 것이다.
군산 쪽의 수라 갯벌은 ‘생태용지’라는 이름으로 그림이 그려졌던 곳인데 어느 날 그 이름은 사라져 버리고 수상 태양광 발전 단지가 절반을 잡아먹더니, 새만금 신공항이 또 그곳을 잘라 먹으려고 한다.
본래 ‘세계 잼버리대회를’ 치르기 위해 꼭 필요하다던 신공항, 대회는 2023년도인데 공항 착공은 2025년이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국책사업인가?
바다와 갯벌을 살려서 수산업을 복원하자는 간절한 외침에는 왜 귀를 막는 것일까? 왜 그렇게 갯벌 한 뼘이라도 남겨달라는 말에 귀를 막는 것일까?
고인 물은 썩는다는 누구나 다 아는 진실을 왜 외면하는 것일까? 썩은 물을 가둬놓고 더 맑아지기를 기다려 보자는 도지사와 국무총리는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정책을 집행하는 것일까?
썩은 물 위에 또다시 다른 이름으로 그림을 그린다.
새만금 수변도시, 환경친화적인 새만금 개발, 신재생 에너지 복합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