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스에서 일본인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 씨가 일본 정자은행을 통해 비혼으로 건강한 아들을 출산하였다는 것이다. 이 기사 내용보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읽으며 놀라움과 공감과 다양한 감정이 들었다. 댓글들을 읽어보니 이제 우리사회 가족의 형태는 혼인으로 결합된 남녀와 그 자녀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에게 다시 한 번 환기시켜 주었다.
통계청이 우리나라 13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0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답변은 30.7%로 나타나 2년 전보다 0.4% 포인트 증가했다. 이 비율은 2012년 22.4%, 2014년 22.5%, 2016년 24.2%, 2018년 30.3%, 2020년 30.7%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특히 20대와 30대 청년세대에서는 비혼 출산에 동의하는 비중이 크고, 증가 폭도 더 크고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2030세대 여성들이 비혼 출산에 동의하는 배경에는 결혼과 출산 자체보다는 일과 개인적인 삶의 조화를 추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청년기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업으로 2030 남성과 여성 모두 '일'이 우선순위에 있으며 여성들에게 있어 출산과 육아가 원하는 삶을 유지하는 데 자신의 성공적인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기존과 같은 가족제도가 동의를 받지 못하고 있고, 새로운 삶의 양식에 대해서는 청년들의 바라는 새로운 삶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 우리사회는 제도적으로 정책적으로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사유리 씨처럼 비혼 상태로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하는 것은 불법이든 아니든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한국사회는 여전히 법적·제도적으로 전통적 개념의 가족이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정부의 실질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고들 한다. 예를 들면 현행 법령상 소득수준을 따져 지원하도록 돼 있다. 성인은 올해 기준으로 월 소득이 155만5830원(중위소득 52%) 이하여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동양육비, 부양·가사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정부의 한부모 지원 제도역시 '출산 이후' 경제적 곤란을 겪는 사각지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출산 이전부터 혼자 임신, 출산할 권리를 고민하는 여성들은 법 테두리 밖이다.
“40년 이후 인구 반 토막, 코로나보다 무서운 인구재앙” 이라는 지난 기사의 헤드라인처럼 뻔 한 결과에 이제는 그동안의 방법이 무엇이 문제였는지 파악하고 다양한 형태의 삶을 살기를 원하는 2030세대의 현실과 정부 정책 간에 분명하고 상당한 간극이 존재하는 만큼 정책 재설계가 필요하한 시점이다.
사유리 씨가 혼자서 아이를 키우겠다는 결심을 하기까지 물질적 기반이 되고 삶의 결정을 지지하고 함께 지켜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