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목공예의 진수
‘월령(月嶺)공방’
두기환 대표
글 오성렬(主幹)
뒷산 고개 위에 솟아오르는 달의 운치로 월령(月嶺)이라는 이름을 가진 공방, 나무뿌리와 목재에 예술혼을 담는 심미적 기법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두기환 대표는 30년이 넘는 세월을 목공예에 천착해온 이 분야 장인(匠人)이다. 개정면 발산리 야산 아래 최호 장군 유적지에 둥지를 튼 지 어느덧 20여년, 이제는 아들이자 제자인 장혁 씨와 공방을 운영하며 열정적 작품 구상과 제작에 몰두하고 있는 두 대표는 공방 앞 체험관에 학생들이 직접 목공예 기초를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목공예의 예술성과 저변 확대에도 일조를 하고 있는데 찾아오는 방문객을 맞으며 하루해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란다.
본래 두기환 대표는 수산대학 기관학과 졸업 후 원양어선과 국내선 선박 기관사로 오랜 경력을 쌓은 선원 출신이다. 원양어선 근무 시에는 한번 출항하면 몇 달을 머나먼 바다 위에서 생활해야 했기에 그만큼 무료한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지루함을 달래려 취미삼아
시작한 일이 목재 다듬기였는데 계속 하다 보니 소질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점점 기량이 늘면서 공예로 진전, 재미에 빠지게 되었다.
선원 생활을 그만둔 뒤 두 대표는 88올림픽 이후 전국의 관광지를 돌며 수많은 목공예 작품들을 보면서 심취, 모방과 창작을 반복하며 본격적으로 기량을 습득했다. 특히 뿌리공예에 관심이 컸던 그는 수백 년 된 기이한 형상의 뿌리를 원형 그대로 살린 탁자, 장식대, 옷걸이 등의 제작에 몰두하는 한편 괴목(槐木)으로 소파 다리를 제작, 전국의 소파공장에 납품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남아 등 외국의 수입품들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로써 국산의 설자리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보다 현대화된 다양한 장비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1996년도 목공예로 사업자등록을 한 두 대표는 99년도에 지금의 위치에 월령이라는 이름으로 공방을 냈다. 약 50여 평 면적의 작업실 겸 전시장이다. 공방 안에는 온갖 연장들과 대형 컴퓨터 자동공작기를 비롯하여 그간 제작했던 크고 작은 다양한 공예품들이 시선을 끈다.
한국 특산 수종인 느티나무, 벚나무, 참죽나무, 소나무, 대추나무 등의 화려한 질감과 무늬를 그대로 살린 탁자, 멋스런 스탠드 형 옷걸이, 다기와 다반, 호리술병과 잔을 비롯하여 용, 사자, 독수리 등 온갖 동물의 형상이며 실내에 멋을 더하는 인테리어 공예품까지 이게 과연 사람의 손으로 제작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작품들로서 특히 호리술병의 경우 식품용기라는 점에서 실험을 거쳐 제작되었으며 다른 제품과 비교하여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다.
이밖에도 자연목을 이용한 뿌리공예품, 필기구 통, 바둑알 통과 먹방이 캐릭터 상품인 탁상용 시계, 휴지통, 달력, 과반, 스마트폰 스피커를 비롯하여 조선은행, 군산세관, 일본인가옥, 나가사키18은행, 초원사진관 등의 군산관광지 소형 캐릭터 등 다양한 관광 기념품도 예쁘게 제작돼 있다. 특히 강아지나 고양이 밥그릇, 스마트폰 거치대, 과반, 스피커 등은 인터넷 주문도 늘고 있고, 각 학교에 공예 출장지도 및 재료의 납품과 더불어 학생들이 공방 체험관을 방문해서 제작 체험 기회도 갖게 하는 실습수업도 병행,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두 대표가 밝히는 뿌리공예의 비결은 수백 년 된 나무뿌리를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 동안 자연건조 시킨 뒤 이를 소재로 한다는 것인데 원형 그대로를 살리는 작품 구상이 끝나면 재단과 조각으로 자연스럽게 결을 살려 가공한 후 마지막으로 칠을 함으로써 마감을 짓는다. 한 작품을 탄생시키는데 수천 번 이상의 정성어린 손길이 가기 때문에 그만큼 내구성과 미적인 효과가 크다고 들려주는 두 대표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의 여러 차례 전시를 비롯하여 전주와 군산예술회관 등에서의 전시, ‘전국은 지금’ 등 방송에서도 소개될 정도로 전문예술인의 입지를 굳혀오는 한편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15개 동호회단체인 군산관광연구회에 들어 목공예, 한과, 다육 등과 관련된 활동에도 열중하고 있다.
또한 공방 안 내실에 들어서면 은은한 차향과 함께 수많은 찻잔과 커피 용구들이 고풍스럽게 진열되어 눈길을 끄는데 이 중에는 코엑스 전시 때 차 탁자를 선물한 서울의 모 대형교회 목사로부터 답례품으로 받은 송나라 때의 찻잔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는 군산대 평생교육원에서 전통 다도(茶道)를 공부한 이후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싶어 원광대 차문화경영학과에 입학, 깊이 있는 공부로 내공을 다지고, 커피 공부를 위해 동남아를 다니며 코끼리와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에서 얻은 희귀 커피까지 섭렵할 정도로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20년 경력의 제자인 아들 장혁 씨에게 본인의 경험과 기량을 전수하며 오붓한 부자의 정을 보여주는 두기환 대표. 장혁 씨는 “부친께서 연세가 있으시다 보니 아들인 저에게 공방 운영을 전수하고 싶어 하시고 그래서 저도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앞으로 월령공방이
군산은 물론 국내에서 손꼽히는 목공예관으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다.
달이 솟아오르는 고즈넉한 풍광 속의 월령공방, 많은 시민들과 학생들이 찾아 목공예의 뛰어난 멋스러움을 관람하고 생활 속에서 목공예 소품들의 다양한 쓰임새가 확산될 수 있도록 시민의 애정 어린 관심이 뒤따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월령공방은 개인의 사업체이지만 군산의 문화예술적 자산의 가치를 지녔다는 생각에서다.
월령공방
군산시 개정면 발산리
(최호 장군 사당 옆)
T.063)451-5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