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산업 재도약의 계기, 시대 흐름에 맞는 산업정책 필요
요즘은 일반인도 프로그램 사용법만 알면 강철을 깎아 공장에서 만든 것만큼 튼튼한 부품을 만들 수 있게 됐으며, 제조 기술이 디지털화되면서 컴퓨터로 그린 도면을 웹사이트에 공유하면 제작 기술과 결과물의 품질을 서로 협력하여 발전시킬 수 있으며, 메이커스페이스(Maker Spaces)에서 약간의 비용만 내고 전문 장비를 맘껏 이용하고 서로 조언하며 제작 자금을 모으기도 한다. 또한 지금은 꼭 공장을 가져야 제조업을 하는 것도 아니다. 생산 가능한 공장들을 물색하고, 도면을 보내고 신용카드로 제작비를 결제하면 집에 앉아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 즉 개인도 기업만큼 전문적인 생산력 동원이 가능한 때이다. 이제 제조업의 문턱이 낮아졌고 소프트웨어, 콘텐츠, 융합의 시대에 서 있다.
그러나 군산 경제의 실정은 어떤가? 처음 군산에 와서 얼마 되지 않을 무렵 군산의 주력산업은 목재나 화학회사가 주류를 이루었다. 1996년쯤 대우자동차가 입주할 즈음에는‘자동차 도시’군산을 외쳤고, 현대중공업이 도크를 만들면서는‘자동차와 조선산업의 메카’로 자부심을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순식간에 GM 군산공장이 철수하고, 현대중공업은 가동을 중단하면서 군산의 자동차, 조선산업은 폐허가 되고 전국에서 가장 어려운 도시로 전락하였다. 지금은 또 전기차 클러스터를 지향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외형만 그럴듯한 대규모 정치산업, 두뇌가 없는 하드웨어 중심의 산업육성에 치중하는 과거의 잘못을 다시 반복해선 안 될 것이다. 시대의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투자유치 환경을 잘 조성하여 인위적인 투자유치보다는 투자하고 싶은 분위기 조성에 정책의 초점을 맞춤으로써 미래지향적인 유연한 산업구조로 전환하여야 할 중요한 전환점에 있다.
군산의 산업위기는 어쩌면 중장기적인 산업발전 측면에서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 ‘위기는 기회다’, 슘페터의‘창조적 파괴’라는 말이 떠오른다. 연구개발이나 신제품 개발 등 콘텐츠는 없고 단순 조립, 생산만 하는 기업들, 거기에 먹이사슬처럼 엮인 중소기업들만 계속 있었더라며 오히려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의 큰 흐름을 받아들이기에 역부족이었을지 모른다. 시대의 변화는 콘텐츠와 융합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러한 활동을 잘 할 수 있는 토양이 준비된 지역만이 미래가 있을 것이다. 공유경제의 시대“운전자가 이렇게 많은데 왜 택시 잡기가 힘들까”라는 단순한 아이디어가 우버를 창립했고, 이러한 흐름은 숙박, 의류 등 모든 분야에서 공유경제라는 도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업을 움직이는 주력은 이제 하드웨어보다는 구글, 아마존, 카카오 등 소프트웨어 기업이 중심이 되고 있다.
군산은 세계 속의 일부, 한국 속의 일부 또한 전북 속의 일 부분인 소규모, 개방경제이다. 시대의 흐름을 독자적으로 거스르기는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산업위기는 우리 군산 경제가 시대 흐름에 맞는 유연한 산업구조로 이행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드웨어 중심의 대규모 조립업체들이 자연스럽게 정리되고 있는 가운데 데이터센터 유치와 창업을 통한 클러스터 구축이라는 시대변화에는 부응하는 투자유치 소식도 들려온다. 우리의 산업구조를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제 우리 지역은 대규모 기업유치라는 충격요법보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기업 하기 좋은 도시, 아이템 발굴이 활발하고 이를 창업으로 잘 연결해 줄 수 있는 도시를 조성함으로써 산업 간 연관효과가 높은 다양한 산업생태계 조성을 산업정책의 주요 목표로 삼아야 할 시점이라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