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쑤!”
집사람이 거의 처음으로 나 없이 홀로 여행을 갔다 돌아왔다. ‘식사랑 잠자리는 어떠했냐?’고 물어본다. ‘모처럼 잘 잤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내가 없어도 이제 잘 삶겠네,’라며 대꾸하는 집사람 얼굴표정이 그리 달갑지 않아 보인다.
며칠 전 동일한 질문을 가까이 사는 누나가 한 적이 있다. 그래서 ‘혼자 있으니 너무 마음이 편하고 잠도 잘 잔다.’고 대답을 했다. 그러자 누나가 깔깔깔 웃으며 집사람이 여행에서 돌아와서 만약 그러한 질문하게 되면 그렇게 대답하지 말고 ‘당신이 없어서 한숨도 못 잤다.’고 대답하라고 알려줬다.
그러나 또 장난기가 발동해 가르쳐 준대로 대답하지 않고 역시 일상생활에서 하듯이 ‘잘 잤노라.’고 대답을 하였고, 아니나 다를까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여기에서 집사람이 바라는 대답은 어떤 것이었을까는 생각해 볼 것도 없이 자명하다. 누나가 알려준 답을 기다렸을 것이다.
사실을 답하지 않고 상대편이 원하는 답을 해주어서 기분이 좋게 하여 주는 것, 이것이 지혜이고, 곧 마케팅 마인드이며, 우리 생활을 하는데 꼭 필요한 추임새는 아닐까? 고지식하게 답하는 것보다 추임새를 잘 넣어 어떤 상황이나 사건을 보다 유연하게 대처함으로서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촉매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들은 우리 주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가령 아침에 오랜 시간을 들여 화장을 하고 나온 각시가 ‘나 예뻐’ 하고 물을 때, ‘그런다고 나무 양푼이 쇠양푼되냐?’는 상투적인 대답보다는 ‘20년은 젊어 보이네.’ 정도의 추임새를 넣어 기분 좋고 사기를 북돋아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불가피하게 병원에 입원해야하는 직원이 사장에게 와서 병가신청을 하는데 사장이 ‘회사는 염려 말고 병 치료 잘하고 오라.’고 한다. 이러한 상투적인 인사치례보다 ‘한동안 회사가 힘들게 돌아가겠군, 자네가 없으니. 자네는 우리 회사에 너무 중요한 사람이네. 그러니 몸 건강히 만들어 돌아오게.’ 정도면 어떨까?
우리는 노래에 맛을 첨가하는 추임새를 넣듯이 일반 생활 속에서 무수한 추임새를 넣고 사나 정작 모르고, 혹은 알면서도 중요성을 자각하지 못한다. 조금만 추임새를 잘 넣으면 일상생활을 보다 맛깔나게 만들 수 있는데 말이다. 우리 모두다 오늘도 맛깔나게 소리쳐 보자. “얼쑤!”, “얼씨구!”, “좋구나!”
-임용택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