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고문보다는 희망이 필요한 때다.
군산의 산업단지 역사는 197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해안 시대 공업기지 건설을 통한 공업화 촉진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1978년 전용 공업단지로 지정, 1992년 준공된 곳이 바로 현재의 소룡동 일대의 군산지방산업단지다.
군산국가산업단지는 현재의 오식도, 내초도 등 구 군산1,2산업단지를 통합된 산업단지로 1988년 지역간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준공되어 1996년 대우자동차 군산공장이 본격 생산에 들어가면서 그야말로 산업의 황금기가 시작되었다.
1990년~2000년대까지 지방산업단지에는 한국유리, 두산유리, 기아특수강, 동양화학, 롯데주류 등 식료품, 철강, 기계산업을 중심으로, 국가산업단지에는 대우자동차, 현대중공업, 세아베스틸 등 자동차, 조선을 중심으로 군산 산업역사의 성장과 중흥기를 이끌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었던 것일까. 2010년대부터 군산 산업의 먹구름이 짙어져 갔다.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한국지엠이 유럽시장 철수 등 여러 경영난으로 인해 군산공장 생산량이 해를 거듭할 수 있도록 감소하였고 결국 2018년 5월, 23년의 영욕의 역사를 뒤로한 채 공장문이 닫혔다.
이보다 앞선 2017년 6월, 세계 최대규모의 도크와 골리앗 크레인으로 그 위용을 드높였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2010년 가동 이후 만 6년여 만에 가동을 중단했다.
군산시민에게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한국지엠과 현대중공업의 사태(?)는 더는 기억하기 싫은 상처가 되었지만, 그것만이 끝이 아니었다.
자동차-조선산업의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그나마 산업단지 경기를 이끌었던 타타대우상용차와 두산인프라코어, OCI, 세아베스틸 등 건설기계, 상용차, 철강, 화학 등 주요 기업들도 잇따라 구조조정과 사업영역 축소, 매각 등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속이다.
반면 희망적인 소식도 잇따랐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을 명신이 인수하여 ‘중국의 테슬라’라 불리는 바이톤사의 투자로 전기차 생산을 추진하고 있으며, 대통령께서 직접 군산을 방문하여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을 통한 태양광 발전산업 육성, 한국판그린뉴딜을 통한 서남해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SK컨소시엄의 ‘새만금 산업투자형 발전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GS글로벌이 특장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등 새만금・군산의 잇따른 대기업 투자 소식이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기대감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 지점에서 함께 냉철하게 들여다볼 점이 있다. 산업의 변화는 있었으나, 과거와 유사한 형태를 보이는 점이 바로 대기업 중심의 투자와 산업 육성 전략이다. 군산-새만금 산업단지 내 특성화된 산업 발전계획이 아닌, 대기업 투자 계획에 맞춘 산업 육성이다 보니, “정말 하기나 할까”하는 불편한 의심을 품고 있지만, 누구도 쉽게 묻지 못하는 속앓이를 앓고 있다.
코로나19로 한국 등 세계는 대변혁의 시대를 맞고 있다.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을 다시 고쳐야 할 때’고 ‘위기는 기회’가 되는 시대다.
군산-새만금의 신산업 육성과 중장기 발전계획이 선행되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고, 한국판 뉴딜정책에 맞는 융복합 산업을 집중하여 육성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내・외 산업별 전문가로 구성된 그룹을 구성하고, 산학연관 긴밀한 협의가 이뤄질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국내외 산업단지 재생 성공 사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한 군산형 산업단지 재생전략을 모색과 함께 미래 산업을 이끌 신산업을 육성하여, 우리의 희망을 우리가 만들어 함께 키워가길 기대해본다.
김희진
전북새만금산학융합원 실장
고창군로컬잡센터 센터장
hjinstor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