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 문화빈(본명:문정숙), 시인 등단
문예지 <미네르바> 신인상 수상
‘시낭송 공연’ 기획 연출하며 실력 키워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새내기 시인
글 /
이복 회장 & 대기자
“시(詩)의 문 앞에서 오래 서성거렸습니다. 누군가 시는 신이 내려주는 대화라고 했습니다. 신과 마주앉아 대화하는 일이 부끄러웠습니다.
시는 종교와 같아서 그동안 지인들의 시를 읽으며 공감하고 위로 받았습니다. 이제 귀가 없어 듣지 못하는 풀들이나 입이 없어 말하지 못하는 생물들의 목소리를 받아 적는 책무가 제게 주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신들림, 신내림처럼 시를 미친 듯이 써보고 싶은 욕망이 제게 생긴다면 그것 또한 제 일이 아님을 잘 압니다. 제가 이 세상에 온 이유쯤이라고 생각할 테니까요.”
문화빈 시인은 등단 소감에서 말하고 있듯이 듣지 못하는 풀들이나 입이 없어 말하지 못하는 생물들의 목소리를 받아 적고 싶어 하는 아직은 때묻지 않은 소녀 같은 시인이다.
전업주부에서 시인을 꿈꾸기까지
평범한 전업주부가 시인으로 등단했다. 2020년, 문예지 <미네르바> 가을 호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문화빈(본명:문정숙) 시인. 바쁜 일상 속에서도 틈틈이 써온 詩 20여 편을 응모해 그중 세 편의 시가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그녀의 변신은 도서관과 함께 한데서 비롯된다.
시를 쓰기 전까지는 독서가 취미인 평범한 전업주부였으나 군산시립도서관을 다니며 시낭송 공연과 독서문화 동아리에 참여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이 등단까지 하게 됐다고 말한다.
문화빈 시인은 대학원에서 지역문화콘텐츠학을 공부하면서 시립도서관 시낭송 공연 기획과 연출을 맡아 몇 차례 시낭송공연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시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꾸준히 작품을 써오기 시작했다.
올해 7월 미네르바에 작품을 응모해 그중 <뒤란>, <잘가요, 반딧불>, <빙하> 세 편의 詩가 선정돼 가을 호에 게재됐다.
<잘가요, 반딧불이>
그 밤 별빛이 멈추지 않고 쏟아졌다.
데네브에서 편지가 도착했다고 생각했다.
사랑과 적멸의 시간이 왔다.
지상에 부질없는 답신들이 날았다.
가볍게 날아오른 한 별이 잠깐
무겁게 날아오른 한 별이 잠깐
어두위서 찬란했던 그 때
허공의 팔을 베고 있다는 것도 잊고
맹목의 정열을 태웠다.
감당할 수 없는 가벼움에 멀미를 앓다가
고통의 두꺼운 막을 찢으며 추락했지만
떨어지는 빈 허공에서 기울기를 맞추는 일은 쉽지 않았다.
비틀거리고 구겨질 때
종소리 같은 것이 들려오고
그 소리에 떠밀려 아침은 오고야 말았다.
그들은 찰나로 만나 적막한 홍수 속으로 시라진다.
잊고 있었던 유년의 꿈
시작은 두 아이들의 독서 지도가 목적이었지만, 고교시절 국어담당 선생님께서 “시에 재능이 있는 것 같으니 한번 써보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 권유로 시작된 시에 대한 관심이 그녀를 시인으로 등단하게 한 계기이기도 하다.
“고교시절 선생님께서 시를 써보라고 권했던 것이 당시 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만들었고, 수업 후에는 매일 학교 도서관에 가서 시집을 찾아 읽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된 듯해요”
이러한 시에 대한 관심은 문화빈 시인을 대학 진학 역시 국문과에 진학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시에 대한 꿈은 건강이 좋지 않아 휴학을 하면서 멀어지게 됐다. 결혼 후에는 암에 걸린 남편의 병간호와 생활고에 대한 고민으로 유치원을 해야겠다는 결심에 유아교육학과에 재 진학하기도 해 문학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듯 했다.
차츰 남편의 병세가 호전되면서 건강을 찾자 다시 그녀를 시 창작세계로 끌어 올린 건 도서관이었다. 흐지부지 작가의 꿈을 접은 것이 못내 아쉬웠던 문화빈 시인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꿈을 향한 도전을 시작하게 됐다.
시낭송 공연 기획 연출가
시립도서관에서 풀꽃시낭송회, 독서모임 등을 꾸준히 활동하면서 우연한 기회에 문체부의 지원을 받아 '시 발성법 및 낭독법'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지난 2017년 2월 예술의전당에서 '생의 적막과 소란 속에서’라는 주제로 시낭송 공연을 했고, 지난해에는 동우아트홀에서 ‘시에 풍경 달다’ 라는 주제로 시낭송 공연을 갖는 등 두 차례 공연을 개최하기도 했다.
시낭송회 활동과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과 교류를 갖기 시작하면서 시를 본격적으로 써야겠다는 내면에 숨어 있던 그녀의 꿈이 강하게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군산 옥산에 내려와 후학 양성을 하고 계시는 문효치 시인을 만나 본격적으로 시를 공부하게 된다. 문효치 시인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을 역임하고 고향에 내려와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는 거장으로, 이때부터 문화빈 시인은 작품 활동에 몰두해 현재까지 20여 편의 작품을 쓰게 된 것이다.
이번 등단 역시 문효치 시인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문효치 시인의 지도에 대해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문화빈 시인의 꿈을 향한 도전
문화빈 시인은 개인시집 출간을 목표로 앞으로 좋은 작품을 쓰는 데 몰두하고 싶다고 한다. “인간 내면의 고통을 끄집어내어 이를 언어로 표현해 위안을 받고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고 말한다.
모두가 공감하는 내용의 시를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로 표현하고 싶다는 문 시인은 문효치 시인의 제자들과 함께 하는 ‘군산시학당’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한다.
그동안 해온 시낭송 공연 역시 그녀의 몫이다. 알차고 내용 있는 프로그램으로 시민들과 함께 시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한다.
여기에 지역아동센터에서 하고 있는 아이들 지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그녀의 일과다. 아이들에게 시를 읽게 하고, 쓰게 하고, 암송을 시키면서 아이들의 정서순화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문화빈 시인은 이제 갓 등단한 새내기 시인이지만 학창시절부터 키워온 시인에 대한 꿈을 펼치면서 군산지역 인문학 발전에 작은 기여와 한 차원 높아지도록 물꼬를 뜨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기대에 걸맞게 문화빈 시인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문화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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