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동 착한동네 카페
나눔, ‘미리내’ 운동 전도사
“생활 속 기부로 착한 마을공동체 만든다”
착한 아저씨 박훈서 목사
글 /
이복 회장 & 대기자
군산 지곡동에 위치한 착한동네 카페가 생활 속 기부인 ‘미리내’ 운동으로 수년째 기부에 대한 인식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착한동네 카페는 미리내 가게로 커피나 음식 등을 누군가를 위해 미리 지불해 주거나 거스름돈을 기부하는 등의 생활 속에서 나눔의 실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군산 지곡동에 가면 ‘착한동네 카페’가 있다. 장난감 같은 예쁜 건물에 카페, 책들로 빼곡히 쌓여있는 어린이도서관, 미술관이 있다. 카페에 들어가면 인상 좋은 착한 아저씨 박훈서 대표(군산행복한교회 목사)님이 맞아준다.
카페라고 하기엔 일반적인 카페와는 다른 분위기다. 카페 안쪽엔 책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어 도서관 같은 분위기다.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놀 수 있는 도서관이기도 하다. 카페와 도서관이 분리되어 있어 엄마들이 커피를 마시며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이 착한동네 카페는 박훈서 목사가 운영하는 곳이다. 옆에 목회를 하고 있는 교회가 있는데 굳이 건물을 하나 더 세워서 이러한 일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대단한 교회는 아니다. 소위 이야기하는 개척교회이다. 그런데 뜻한 바가 있어서 조립식이지만 아기자기한 건물을 하나 더 만든 것이다.
2015년 비영리단체로 등록한 착한동네 카페는 2013년 12월 ‘미리내 가게’를 전라북도 최초이자 군산 1호점으로 시작해 현재까지 많은 시민들에게 나눔을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카페의 특징은 '미리내' 카페라는 것이다. ‘미리내’는 누군가를 위해서 ‘미리 낸다’는 착한 행동을 뜻하는 것으로, 이곳에서 음료를 마시는 사람이 잔돈을 남을 위해서 남긴다. 또는 기부금 형식으로 작은 돈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음료가 돌아갈 수 있도록 내는 것이다. 그야말로 미리 내는 것이다. 그런데 나를 위해 미리 내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 미리 내는 것으로 생활 속에서 작은 나눔의 습관을 갖자는 사회운동이기도 하다.
이같이 거스름돈으로 모인 기부금은 독거노인과 미혼모가정, 조손가정 등 소외계층을 위한 효도세탁, 난방비, 미용, 반찬 등 다양한 봉사활동에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미리내 기부는 현재까지 수백여 명이 참여하며 유쾌하고 따뜻한 에피소드 등을 만들어 가고 있다며 박훈서 대표는 이러한 일화에 대해 짤막히 이야기한다.
“미리내 쿠폰으로 환경미화원 등과 같이 건강한 사회를 위해 힘써 주시는 분들께 기부한 따뜻한 사연, 쿠폰으로 좋아하는 여자아이에게 풋풋한 사랑을 고백한 사연 등 많은 사연들로 가게 안을 꽉 채우고 있어 가게를 찾아오시는 분들도 그 사연들로 따뜻함을 한가득 안고가 다시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이처럼 나눔을 자연스레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하며 ‘우리’라는 공동체적 가치를 향상시키고 있다.
'미리내'의 정신은 돈으로 끝나지 않는다. 박훈서 목사는 착한동네 카페의 아저씨로, 지역에 있는 어르신들의 빨래를 책임지고 있다. 그런데 자신이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세탁소에 맡긴다. 그는 세탁소를 찾아가 어르신들이 힘이 없어서 못하는 묵은 빨래를 '미리내'로 좀 해달라고 세탁소 주인을 설득한 것이다. 그 선한 마음에 감동을 받은 세탁소 주인이 이 선행에 동참을 한 것이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미장원을 찾아간다. 한 달에 몇 번은 청소년 아이들의 머리를 좀 봐줄 수 없겠느냐고 설득했고 미장원 주인 역시 기꺼이 이 선행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그는 동네에 ‘미리내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동네 곳곳에서 선행이 일어나는 아름다운 마을을 만든 것이다!
또한 착한동네 카페는 이러한 재능기부와 후원 등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는 시민들의 인식변화와 생활 속에서 이웃을 향한 작은 관심 한번이 나눔이 된다는 의미로 재능 기부 등에 대해 ‘생활 기부’라 부르며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눔을 도모하고 착한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같이 착한동네 카페는 미리내 이외에도 생활 속에서 재능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배워서 남 주냐?’가 아니라 ‘배워서 남 주자’ 라는 취지로 '책 놀이터', 한지공예, 근현대 한국사, 인문학 강좌, 드론, 소품공예 등의 다양한 나눔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이 찾아오면 동화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미술전이 열리기도 하고, 동네 사진전이 열리기도 한다. 동네바자회도 열리고, 놀이마당이 펼쳐지기도 한다. 때론 음악가들을 초대하여 동네문화공연을 열기도 한다. 청중은 동네사람이고, 착한동네 카페는 콘서트홀로 변한다. 평생 음악회에 가보지 못한 이들이 아이를 데리고 찾아와서 부담 없이 문화공연을 즐기는 것이다.
이는 착한동네 카페가 위치한 지곡동의 특성상 원룸 촌이 밀집해 있고 이웃 간의 왕래가 적은 것을 안타깝게 여겨 동네 이웃들의 착한 행동을 서로 격려하고 관심을 갖자는 취지로 진행했다고 한다.
여기에 동네 곳곳의 범죄와 사고가 우려되는 곳이나 오염된 환경을 찾아 친근하고 안전한 환경이 되도록 동네환경개선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같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며 지역 내에 따뜻함을 전했기 때문인지 자영업을 하시는 많은 분들이 미리내 가게에 대해 문의하며 착한네트워크 형성에 동참했다고 한다.
박훈서 대표는 “많은 군산 사람들이 군산을 떠나야 성공하는 걸로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 ‘나눔’이라는 매개체로 지역에 대한 낮은 자긍심을 변화시키고 떠나가는 동네가 아닌 나눔으로 지역공동체의 가치를 향상시켜 다시 찾아오는 동네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한다.
박훈서 대표는 서울 태생으로 해외선교 활동만 했지 군산과는 전혀 연고가 없던 분이다. 교회 개척을 하고자 2009년 군산에 내려온 것이 군산과의 인연이다.
교회 개척 5년 만인 2015년 12월 지곡동 주민을 위한 비영리단체 ‘착한 동네’를 세웠다. 거창한 설립정신을 내세우기보다는 ‘이웃과 이웃이 만나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만남 터를 만들자’는 소망을 주민들에게 알렸다. 기부 용도로 상품 값을 미리 지불하는 ‘미리내 운동’에 호기심을 갖고 이웃을 돌아보게 된 게 출발점이었다.
우리가 사는 군산을 착하게 만들고자 미리내 운동을 시작한지 8년을 넘어서고 있다. ‘착한 동네’라는 이름부터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 준다. 은하수를 뜻하는 순 우리말, 미리내도 마찬가지다.
박훈서 대표의 말처럼 별 하나 하나가 모여 커다란 은하수를 이루듯이, 작은 나눔들이 모여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에게 큰 도움을 주고, 그 자리를 만들어 나가는 박훈서 대표의 용기와 실천, 많은 분들의 작은 정성과 동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기부문화 운동 확산에 어려움이 있지만 나눔의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데 많은 분들의 동참과 우리가 살고 있는 군산시 전체가 ‘착한 동네’가 되어 가길 기대해 본다.
비영리단체 ‘착한동네’
대표 박훈서(군산행복한교회 목사)
전북 군산시 상지곡1길 6
063)464-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