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의 역사와 문화를 무용으로 승화 시켜 온 그녀를 만났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한국무용협회 군산지부장인 한국무용가 김정숙(52세)씨다. 군산에서 태어난 그녀는 6살에 무용을 시작하여 46년을 무용과 울고 웃으며 동고동락해왔다. 긴 세월동안 서울이 고향인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렸지만 군산을 등지고 서울로 갈 수 없었다는 그녀, 왜 그랬을까? 그 해답은 무용이야기를 하며 해맑게 웃는 그녀의 미소에서 찾을 수 있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이기도 한 그녀는 군산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아름다움에 관한 내용을 무용으로 표현하면서 군산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더욱 커져 무용수로써 자긍심을 느끼게 된다며 수줍어했다. 군산과 관련된 그녀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군산 8경을 찾아서’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작품이 있다. ‘군산 8경을 찾아서’는 창작무용대공연으로 군산 8경을 소재로 2007년을 시작으로 매년 공연을 해오고 있으며 ‘Ⅰ거목이 되기까지, Ⅱ달빛에 머무는 은파호, 물빛다리, Ⅲ천의 비상, 갈매기의 꿈, Ⅳ월명산의 사계’ 라는 주제로 군산의 아름다움을 무용으로 전하고 있다.
다른 작품인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군산의 대표적인 농민의 저항운동이었던 옥구 농민의 항쟁을 창작 무용극으로 꾸며 군산 역사의 한 부분을 무용으로 소개한 작품이다. 그녀는 이 작품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공연 시간이 1시간 10여분 되는데도 어린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모두 눈을 떼지 않고 작품관람에 몰두하여 감상하는 모습과 일부 어르신들이 작품이 끝날 즈음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 뿌듯한 공연 이였다고 회상 하였다.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어 다음해인 2009년에는 앙코르 공연도 열었다.
공연문화가 빈약한 군산에서 다양한 무용공연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다. 군산에서 무용수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물음에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이렇게 심경을 털어 놓았다. “전주·익산·정읍·남원에도 있는 ‘시립무용단’이 없고, 무용수가 설만한 마땅한 공연문화가 없는 군산의 열약한 환경은 무용수에게는 있고 싶어도 떠날 수밖에 없는 원인”이라 말하면서 “제자들도 군산에 무용학과가 없어 서울과 같은 곳으로 진출하는 게 대부분이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또 공연을 올릴만한 시설의 공연장이 없어 열심히 준비한 작품이 큰 빛을 발휘하지 못할 때도 매우 안타까웠는데, 2012년에 군산문화예술화관이 준공되면 이런 걱정은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녀는 앞으로의 활동을 군산시민들의 공연문화의식과 눈높이가 올라간 만큼, 다른 지역의 훌륭한 작품도 더불어 관람 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들고 싶으며 군산의 아름다움과 역사를 예술로 승화 시켜 군산시민에게 지속적으로 한발 한발 다가가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하였다. 군산의 명소로 자리 잡은 은파의 세바위길(중바위·애기바위·개바위)에 내려오는 이야기를 토대로 현재 준비 중인 ‘군산 8경을 찾아서’의 5경에 해당되는 이 작품에 심혈을 기울여 멋진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하였다. 더 나아가 ‘전국무용제’를 유치하여 군산의 자라나는 무용 인재들에게 기회의 장을 마련해 주고, 시민들에게는 보다 높은 수준의 공연문화를 제공하고 싶다는 포부를 당당히 밝혔다. 그녀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군산시민이 무용문화에 더욱 관심을 갖고, 시에서는 꿈나무 인재양성을 위해 무용대회와 장학금을 지속적이고 확대 지원하는 정책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