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역중심국립대학 육성의 필요성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이슈와 함께 ‘지역거점국립대 통합 네트워크’와 관련된 여러 가지 논의가 정부와 지역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지역거점국립대 통합 네트워크’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는 대학 서열화를 해소하는 한편, 지역의 인재들이 역외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거점국립대 간에 네트워크를 형성해 교육과정, 학점, 교원 등을 교류, 신입생 공동 선발, 공동학위 발급 등을 골자로 하는 일종의 연합대학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정부는 지역의 국립대를 수도권의 상위권 사립대학 수준으로 끌어올림과 동시에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지역거점국립대를 가칭 ‘한국대학교’ 통합하여 대학의 서열화를 타파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에서 지역중심 국립대학들은 소외되고 있다. 사실 ‘지역거점국립대 통합 네트워크’의 대상이 되는 지역거점국립대는 대부분 대도시에 위치 하고 있어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한다는 측면에서는 효과가 있겠지만, 지역소멸이 우려되는 중소도시와 이들 중소도시에 주로 위치한 지역중심 국립대학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일례로 2005년 전남대학교와 통합된 여수대학교의 사례를 보면 그 문제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작년 말 ‘전남대 여수캠퍼스 위상회복 추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갖고 "전남대학교와 여수대학교의 통합에 따른 불균형 해소를 위해 범시민대책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일이 있다.
이 기자회견에서 추진위는 "2005년 양 대학 통합 후 양 캠퍼스 간 불균형 심화에 따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라며, '전남대 여수캠퍼스에 관한 여수시민 설문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 결과, 통합의 효과가 여수시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으며, 대학 통합정책은 실패한 정책이고, 그 이유로는 지역 대학의 존재감 상실 등이었다고 발표하였다.
통합 이후 전남대 여수캠퍼스는 불균형적 예산 배정, 학과 재배치, 학생 정원 조정 등으로 여수캠퍼스의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었으며, 이에 따라 여수지역에서는 통합 철회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수의 사례뿐만 아니라 서남대학교 폐교 이후 남원의 지역경제 붕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지역의 대학이 축소되거나 폐교되는 경우, 중소도시일수록 지역경제에 더욱 큰 부정적 파급효과를 미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사례가 현재 ‘지역거점국립대 통합 네트워크’와 완전히 동일한 사안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대도시에 이러한 연합대학이 설치되면 주변 중소도시의 공동화를 촉진하게 되는 부작용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국정과제로 이러한 ‘지역거점국립대 통합 네트워크’를 추진하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이러한 국정과제를 추진할 때, 수도권 과밀화 해소 방안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지방 중소도시의 활성화도 함께 생각해야 할 것이다. 국가 균형발전은 지역 거점도시의 발전이 아닌 지방 중소도시의 발전을 출발점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군산대학교 윤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