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수선 충당금에 대하여.
장기수선 계획과 장기수선 충당금 관련 사안은 복잡다단하고 다양한 공동주택 관리분야 중에서도 가장 골치 아픈 문제의 하나로 꼽힌다. 현재 살고 있는 입주민은 미래에 발생할 지출용도에 대비해 돈을 비축해 놓는 것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다. 당장 필요지 않는 돈을 미리 내는 것도 불만이거나 언제 다른 집으로 이사 갈지 모른다는 막연함 그리고 기대심리가 적립에 대한 거부감을 더욱 부추긴다.
장기수선 충당금 제도는 주택관리사에 의한 전문적인 관리와 함께 아파트를 아파트답게 만들어 주는 가장 핵심적인 제도이다. 같은 공동주택에 속하지만 일정 규모 이하의 아파트와 빌라, 다세대주택 등은 주택관리사 및 전문적인 관리업체가 이뤄지지 않고 장기수선 충당금 역시 의무적으로 적립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옥상에 비가 새고, 외벽 페인트가 벗겨지고, 공용 시설의 파손, 공동 오배수관, 중앙집중 방식 보일러 등에 문제가 생겨도 장기수선 충당금이 없기에 제때 수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저축해 둔 돈이 없으니 보험을 들어 놓은 것이 없으니 당장 목돈을 지출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곧바로 건물의 노후화와 수명 단축 그리고 집값의 하락으로 연결된다. 시간이 지나도 아파트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오르는 경우는 땅 값의 영향과 장기수선충당금 적립의 영향도 크지 않다.
공동주택에서 장기수선 충당금 장점에 불구하고 이를 둘러싼 문제점 또한 적지 않다. 장기수선계획을 수립하고 3년마다 조정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장기수선 계획은 단지의 관리주체가 다시 만들고 조정을 하기도 하며 외부 자문기관에 용역을 주기도 하며 보통은 단지의 관리주체 주택관리사인 관리소장이 조정을 한다. 그러나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돈 문제 역시 만만치 않다. 단지의 장기수선 충당금은 장기수선계획에 의거 사용을 하는데 꼭 장기수선 계획에 잡혀 있다고 해서 할 필요는 없다. 그러다보면 장기수선 충당금이 쌓이게 된다. 쌓이고 쌓이다 보면 상당한 액수가 된다.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큰 사고가 터질 위험이 아주 높다.
얼마 전 서울 노원구 어느 아파트 경리 주임과 관리소장의 자살 뉴스가 보도된 적이 있다. 결국 돈이었다. 장기수선 충당금의 통장에는 도장이 2개 들어간다.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도장이 날인 되어야만 출금이 가능하다. 즉, 장기수선충당금의 책임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들은 도장을 본인이 관리를 하지 않고 관리사무소에 놓고 다닌다. 그러다보니 위험에 노출이 되어 있으며 크나큰 사고가 발생한다. 결국 직원을 너무 믿고 방심한 대가로 날벼락을 맞는 셈이다.
또다른 아파트에서는 장기수선 충당금을 장기수선 계획에 의거 외벽 페인트 공사를 집행을 하는데 있어 입주자대표회의와 회장의 비리가 밝혀졌다.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은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안건을 가지고 회의를 할 때 관리소장에게 공동주택관리법에 의거 합법인지? 저촉이 되는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단지의 입주자대표회의는 사업에 대한 의결을 할 때 주택관리사인 관리소장을 배제하고 회의에 입실을 하지 못하게 했다. 결국 이 단지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구성원은 단합하여 미리 선정한 업체가 낙찰을 받을 수 있게 하였고 금액도 부풀렸다.
장기수선 충당금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도 문제가 있다. 요즘은 그나마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들 있지만 여전히 관리비 고지서를 비교하면서 장기수선 충당금을 많이 걷는 아파트 단지에 대해 마치 불필요한 돈을 징수하는 것처럼 왜곡 보도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인근 단지보다 10원이라도 더 걷으면 비리로 둔갑시켜 버린다.
이로 인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관리사무소에서는 입주민에게 해명하고 이해시키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아니 입주민들의 항의 전화에 하루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아직도 장기수선 충당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무조건 적게 걷는 것이 입주민을 위한 것인 양 착각하곤 한다.
사람도 늙는다. 그래서 생명보험, 화재보험, 암보험, 실비, 손해보험 등에 가입을 한다. 보험에 가입을 하는 이유는 한가지다. 미래에 내가 어떻게 될지? 어떤 질병에 걸릴지? 등 가족을 위해서이다. 아파트도 병들고 늙는다. 아파트의 보험은 장기수선 충당금이다. 단지의 관리규약에 장기수선충당금이 적립되어 있다면 그 아파트는 1차적으로 훌륭한 보험에 가입이 되어 있는 것이다. 장기수선 충당금이 잘 관리되는 아파트는 입주민을 위해 준비가 되어 있는 아파트이다.
-박홍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