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여기에 이런 게 있었나?”
매일 같이 바쁜 걸음으로 다녔던 길을 일 그만둔 후에도 간혹 걸을 때가 있다. 오래된 간판들과 식당, 그리고 골목이 보인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골목을 향하게 되곤 한다.
짧은 시간 내 스토리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개연성을 연출해야 하는 영화 속에서 골목길은 자주 사용되곤 한다. 골목길에서는 갑자기 등장하는 고양이, 짝사랑, 심지어는 살인사건까지도 연출되더라도 관객들은 골목길에서 갑작스럽고 우연히 발생하는 요소들을 납득하기 때문이다.
골목길은 누구와의 만남이 있을지,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지 모르는 궁금한 공간이기도 하다. 이렇게 말하면 되게 멋져 보이긴 하지만 사실 ‘시간이 남아돌아서’ ‘시간 때우기 좋아서’라는 이유가 9할이라는 게... 후두둑 떨어지는 장맛비가 어쩜 내 마음 같은지... 나는 개인적으로 비를 좋아한다. 간혹 사람들이 비를 눈물과 슬픔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는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니 오해 마셨으면 한다.. 허허허
아무튼 골목에 접어들면 단골 손님인 고양이가 보이고, 대문 뒤에서 큰소리로 짓는 강아지 소리, 모닥불 피우고 있는 아저씨, 고무대야와 스티로폼, 욕조 안에 심어진 농작물들, 두 손 꼬옥 잡고 걸어가는 학생, 폐지가 가득 담긴 손수레를 끌고 가는 할아버지를 마주하곤 한다. 개 짖는 소리에 쫄아서 살짝살짝 걸어가기도 하고, 아저씨와 같이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불멍 때리기도 하고, 풋풋한 첫사랑이 떠오르기도 하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생각도 나고 등등
군산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반복된 다양한 일상과 우연, 삶이 담겨있는 군산의 골목 덕분에 나는 과거를 추억하고 감사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현재를 살아가는 데 힘을 받곤 한다. 오늘 하루 10분만 잠깐 동네 골목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이준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