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택 작가가 보여주는
전각(篆刻)·서각(書刻)의 예술세계
군산에서 태어나 중앙고를 졸업하고 서울로 유학을 떠났던 전승택. 치기 어린 홍안의 소년이었던 그가 37년 만에 전각(篆刻)·서각(書刻)분야의 독보적 경지를 일군 대작가가 되어 고향을 찾아 개인전을 갖는다. 필자의 과문함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간 군산에서는 해당 분야의 전문작가나 전시회가 없어 이번의 개인전이 최초가 아닌가 하는데, 도록을 통해서 본 그의 작품들은 기존 작가들과는 사뭇 다른 자유분방함과 독창성이 도드라져 보인다. 이 점에 대해 전 작가는 답습을 기피하고자 특정인을 사사하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혼으로 천착했다고 들려주는데 그간 수많은 국내 전시를 통해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적잖은 인맥을 쌓은 것으로도 알려지는 그를 시내 모처에서 만나 전시 관련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작가님, 반갑습니다. 군산 최초 전각, 서각 개인전을 갖는 것으로 아는데 내용에 관해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네, 이번 전시는 그동안의 작품들과 어청도를 비롯하여 새롭게 작업한 작품 약 70여점을 선보이는 것으로 8월4일부터 9월6일까지 ‘우두(牛頭)머리’라는 제하에 근대역사박물관 장미갤러리에서 갖게 되었습니다. 백두산의 우리말 이름은 소머리산으로서 우리 한민족은 이를 우두(牛頭)머리라 칭해 왔지요.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우두머리의 DNA가 면면히 흐르고 있어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세계를 선도하는 문명국의 리더로 우뚝 서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또한 우두머리들에게는 또 하나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제목을 정했는데, 우두(牛頭)머리, 청빈락도(淸貧樂道), 미재생명(美在生命), 웃음, 삶 등의 다섯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전각. 서각은 언제부터 공부하신 건가요.
사실 제 전공은 영문학으로서 단국대 대학원 영문과를 졸업했습니다(91년도). 영문학을 하면서 희곡과 영미 현대연극학 공부에 심취했고 89년도부터 92년도까지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총무를 맡기도 했습니다. 이후 테니스 윌리암스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고요. 2014년도 전주서예비엔날레에서는 총연출을 맡은 적도 있습니다.
전각과 서각은 20년 전 무대연출가로 활동하면서 큰 관심을 갖게 되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전각은 전서체(篆書體)로 글자를 새기는 예술장르로서 동양예술의 극치랄 수 있는데 무엇보다 공간에 대한 인지력이 요구되는 분야입니다. 또한 서각은 나무나 뿔 등에 글자를 새기는 예술을 일컫는데 한·중·일 3국 중 한국의 전, 서각이 단연 독보적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응노 화백의 경우 전, 서각을 회화에 접목시킴으로서 프랑스에서 작위를 받은 것에서도 입증될 정도니까요.
그간 전시 경력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일일이 다 열거할 수는 없고 대표적인 전시회만 꼽는다면 최북미술관 초대전, 롯데호텔 갤러리 초대전, 경복궁 메트로갤러리 초대전을 비롯하여 3.1운동 100주년 독립기념관 초대전,
중국 상해임시정부 100주년 초대전, 국회대강당에서의 봉오동전투 99주년 기념전시 등을 들 수 있고, 상설전시는 우당 이회영 기념관, 여천 홍범도 장군 기념사업회, 바오밥식물원 등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모 기업이 운영하는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바오밥식물원의 서각작품 간판은 그 글자체도 제가 창안한 것으로 붓이 지나간 획이 드러나게 써 글자가 갖고 있는 의미를 연상케 함으로써 예술적 가치는 물론 그 크기 면에서도 세계적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월등하며, 5톤 나무에 새긴 고래와 호랑이는 저의 출세작으로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37년만의 고향 전시를 앞두고 감회가 남다를 법도 한데요.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저도 타지에서 살면서도 늘 회향(回鄕)을 꿈꿔왔습니다. 이제 고향을 떠난 지 37년 만에 그 꿈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고향이 그리운 마음에 바쁜 일상에서도 작가로서 작품을 통해 고향사람들과 만나고 싶었던 마음이 마치 큰 숙제처럼 응어리져 있던 차 마침 고향 선후배, 친우들의 관심과 격려에 힘입어 개인전을 갖게 된 것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전, 서각의 예술세계를 알리고 더 나아가 군산의 역사와 자연, 인물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작품에 담아 군산을 널리 알리는데 미력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또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전시 이후에 한두 곳 정도 전시계획을 협의 중에 있다는 말씀과 함께 이번의 전시에 여러모로 격려와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군산 출신 한국 화단의 거장인 최예태 화백께서도 축하 메시지를 전해왔다고 들었습니다.
네, 감사하게도 아래와 같은 친필 메시지를 보내 주셨더라고요.
“전승택 전각화전을 축하드리며”
유난히 미술문화를 사랑하는 유서 깊은 예향 군산의 근대역사박물관 장미갤러리에서 영광의 개인전을 갖게 된 현대 전각·서각 미술의 기수 군산출신의 전승택 귀향 보고 전시회에 진심을 다하여 환영의 박수를 보내며 큰 성황을 이루기를 바랍니다.
2020. 7. 29. (사)한국미술협회 상임고문위원장 최예태
생각지도 못했던 일인데 어떻게 아셨는지 이런 메시지를 보내주셔서 제 개인적으로는 너무도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 화백님께 거듭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고향에서의 첫 전시회니만치 기대 반, 설렘 반 심경이시겠군요. 아무튼 이번 전시가 시민들에게 전각과 서각의 예술세계를 소개함으로써 견문의 폭을 넓혀 군산의 문화예술 수준을 더욱 탄탄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전시 축하드리고 꼭 성황을 이루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최근 전시 준비로 고향을 찾아 새롭게 느낀 것은 스치듯 지나가듯 잠깐 동안 외출한 기분으로 찾아왔을 때와는 무언가 다름을 절감했다는 것입니다. 고향땅의 냄새와 하늘의 품이 이토록 아름답고 강렬함을 이제야 느껴봅니다. 고향에서의 첫 개인전이니만큼 실망시켜드리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작가 연락처 / 010-4373-3057
글 오성렬(主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