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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꿈이 피어나는 '공방 꽃향기', 권순영 작가
글 : 이진우 /
2020.08.01 16:13:23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향기로운 꿈이 피어나는 '공방 꽃향기'

스물넷 권순영 작가의 보금자리

천연염색을 이용한 작품 만들며 창의적 활동 매진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은 복잡하고 길다.

 

공예 작가가 공예품을 만든다는 것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물건을 제작해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작업이다. 마음만 먹으면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제품들을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시대 속, 이들이 만든 공예품의 가치도 올라가고 있다.

 

우체통거리에 위치한 공방 꽃향기는 스물넷 권순영 천연염색·규방공예 작가의 보금자리다. 조그만 천 쪼가리, 버려질 뻔한 소품 하나도 권 작가의 손을 거치면 스카프, 가방, 목베개, 가림막, 인형, 액세서리 등의 제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저는 색칠하는 것을 좋아해요. 종이에 그리다가 옷감에 천연염색으로 여러 가지 색을 입히고, 그 천들을 담아서 수 많은 작품들을 만들고 있어요.”

 

지난달 13일 공방에서 만난 권순영 작가는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조심스레 다가가 무엇을 만드느냐고 물어보니 안경집이라고 답했다.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권 작가는 손끝으로 자신의 세상을 만들고 있다.

 

안경집 속에는 안경, 선글라스를 넣을 수 있어요. 안경집에 똑딱이를 만들거나, 단추구멍을 만들 거에요.”

 

권 작가는 사람들을 직접 관찰하고 그 사람에게 맞는 디자인을 생각해 세상 하나뿐인 팔찌 만들기를 좋아한다. 팔찌의 색깔과 디자인 어느 하나 똑같은 게 없다.

 

공방 천장에 매달린 가림막은 직접 염색한 천을 바탕으로 한땀 한땀 바느질해 만들었고, 옷걸이에 걸린 스카프는 꽃, , 나뭇잎 모양 등을 독창적인 무늬를 추가했다.

 

공산품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권 작가가 만든 제품들은 빛을 발하고 있다. 공방 곳곳에 그녀가 만든 제품들이 가을의 밀알처럼 넉넉하다.

 

 

발달장애 2급인 권순영 작가는 2004년 미국 뉴저지로 이민을 떠나 그 곳에서 미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201410월 귀국 후 강원도 삼척 삼무곡 자연예술학교에서 2016년까지 2년간 천연염색을 배웠고, 2017년 군산에 정착한 후 나주천연염색박물관에서 천연염색을 활용한 규방공예를 시작하게 된다. 또한 2019년에는 천연염색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권 작가는 미국에서 Housing Fair 1(2004)등 및 Duck Stamp 3(2006), 저지시티 주지사 특별상(2013), 한국일보 주최 한미청소년아트대회 특선 및 Duck Stamp 장려상(2014)을 수상하였고, 홍익대 가톨릭청년회관 CY시어터에서 미술전시회(2015)와 삼척시 문화창작예술장터 천연염색 작가로 참여(2016), 군산 개복동 거리예술제’ ‘군산 시민예술촌 아트테리토리 전시회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온 재원이다.

 

 

공방 꽃향기는 발달장애 사회적기업을 준비 중에 있다. 발달장애대안학교 산돌학교에서 재능 기부중인 권 작가 자신이 잘 하는 일을 가지고 장애를 가진 친구들과 연대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권 작가가 제품의 아이디어를 구상하면 친구들이 바느질을 하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기를 희망한다. 그들의 가장 순순한 꿈과 사랑이 향기가 되어 이 세상 속으로 퍼져나가기를 소망하면서.

 

사회적기업을 준비하기까지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작품활동을 하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작가 권순영의 자립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공방 꽃향기는 권 작가가 2년여의 장애인 일자리로 모은 돈과 주위의 많은 분들이 조금씩 후원해준 돈을 모아서 열게 되었다. 그만큼 주위에서 후원하고 응원해준 힘이 있기에 홀로서기할 수 있는 용끼를 얻을 수 있었다. 권순영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좋아하는 핑크색처럼 우체통거리에서 꽃 향기가 퍼져 나가는 꿈을 이루고 싶어요. 순영이의 꽃향기 속에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기도합니다.”

 

 

주인 없이 황량했던 우체통 거리의 빈 건물 속의 한 공간이 권순영 작가의 공간으로 재탄생됐고, 권 작가가 직접 만든 공예품들은 공방을 꽉 채우며 이곳의 이름처럼 꽃 향기 나는 세상을 이루고 있다.

 

공방의 문을 나서며 공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봤다. 우리 모두 공간에서 의미를 찾는다. 공간은 집이 되기도 하고, 놀이터, 일터가 되기도 한다. 우체통거리의 빈 건물 중 하나가 공방으로 다시 태어났고, 그 속에는 가족들과 이웃들의 사랑이 녹아 있다.

 

공방 꽃향기는 권순영 작가의 작업실이자 그녀가 일궈 가는 하나의 작은 세상의 의미이지 않을까 싶었다.

 

 


 

 

 

/김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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