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시대, 4계급 사회
미국 캘리포니아대(버클리) 공공정책대학원 "로버트 라이시"교수가 코로나 19로 인해 미국 사회에 새로운 4개의 계급이 출현했다며, 계급간 불평등 해소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다.
첫 번째 계급은 ‘원격 근무가 가능한 노동자’(The Remotes)들이다. 노동자의 35%에 해당하는 이들은 전문·관리·기술 인력으로 노트북으로 장시간 업무를 해낼 수 있고, 화상회의를 하거나 전자 문서를 다룰 수 있는 이들을 말한다. 이들은 코로나19 이전과 거의 동일한 임금을 받으며, “이 계급은 위기를 잘 건널 수 있는 계급”이라고 했다.
두 번째 계급은 ‘필수적 일을 해내는 노동자’(The Essentials)이다. 전체 노동자의 약 30%로 의사·간호사, 재택 간호·육아 노동자, 농장 노동자, 음식 배달(공급) 자, 트럭 운전기사, 창고·운수 노동자, 약국 직원, 위생 관련 노동자, 경찰관·소방관·군인 등이다. 위기 상황에서 꼭 필요한 일을 해내는 이들로, 일자리는 잃지 않았지만 코로나19 감염 위험 부담이 뒤따른다. 라이시 교수는“수많은 필수 노동자들이 보호장비 부족에 시달린다. 그들은 보호장비는 물론 위험수당을 보장받아야 한다”라고 했다.
세 번째 계급은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The Unpaid)들이다. 소매점·식당 등에서 일하거나 제조업체 직원들로 코로나19 위기로 무급휴가를 떠났거나, 직장을 잃은 사람들을 가리킨다. 라이시 교수는 “이 계급은 대부분 가족을 부양하고 집세를 내기 위해 현금이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정부의 정책은 실패했다”라고 지적했다.
네 번째 계급은 ‘잊혀진 노동자’(The Forgotten)들이다. 이들은 미국인 대부분이 볼 수 없는 곳, 이를테면 감옥이나 이민자 수용소, 이주민 농장 노동자 캠프, 노숙인 시설 등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물리적 거리 두기가 불가능한 공간에서 머무르기 때문에 코로나 19 감염 위험이 가장 높다.
라이시 교수는 "원격 근무가 가능한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3개 계급은 가난하고, 흑인이고 라틴계이며, 불균형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지적하며 “우리 사이의 격차를 걱정해야 한다.”, “필수적 노동자들이 충분히 보호받지 못한다면, 임금 미지급 노동자들이 건강보다 경제활동을 우선시해 일터로 돌아간다면, 잊혀진 사람들이 그대로 잊힌다면, 어느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라고 했다.
코로나 위기로 전 세계 경제가 마비되고 생산은 축소되고 교역은 급감 하고 있다. 세계 대 공황시절보다도 어렵다고 논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위기 극복을 위해 세계 각국은 최소 생계비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처럼 앞 다투며 생계비를 지원하지만, 하루 벌어 하루를 연명하는 라이시 교수의 표현대로 “잊혀질 수 있는 계급(The Forgotten)”은 우리나라에도 많이 있다. 먼저 일 할 수 있는 능력이 많이 약해진 도시빈민층과 노령연령층 그리고 농촌과 어촌 그리고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기피하는 건설현장과 3D업종의 다양한 영역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그들에 의지해 생계를 꾸려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라이시’교수의 지적처럼 이런 “잊혀질 계급(The Forgotten)”의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붕괴는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The Unpaid)의 연쇄붕괴로 이어지며 나아가 우리사회 모두가 붕괴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고, 우리사회 계층간의 불평등을 최소화 하고 보다 많은 지원을 통한 ‘함께 살기 프로그램’을 적극 시행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더 큰 재앙으로부터 국가가 견디어 내야할 고민들을 미리 경험하게 한 것이 오늘 코로나 사태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