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게 뭐야? 2~3세 된 아이가 자주 묻는 말이다. 자신의 생식기나 동생 및 다른 사람들의 생식기를 가리키며 물을 때 우리는 뭐라고 대답할까? 성에 대한 첫 질문은 바로 생식기 명칭에 대한 것인데 어떤 명칭이 올바른 것일까? 또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할까? 3세 이전을 영아기라 하고 3세에서 7세까지를 유아기라고 할 때 이 시기의 성교육은 참 중요하다고 하겠다. 영어, 수학을 잘 하려면 기초가 중요하듯이 성에 있어서도 기초가 중요한데 그 기초가 잡히는 시기가 바로 영유아기라 할 수 있다.
영유아 시기에는 신체의 발달과 더불어 지적, 성격적, 사회적인 모든 면에서 발달을 가져온다. 유아기 때 성의 기초를 이루는 내용은 복잡한 성 지식이 아니라 성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이다. 성에 대해 은밀하게 대하는지 장난스럽게 대하는지 또는 더럽다고 느끼는지 밝고 건강하게 느끼는지가 이 유아기 때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성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은 나중에 알면 된다. 그러나 성에 대한 태도나 자세는 어떠한 형태든 이 시기에 남게 된다. 아이의 질문에 대답할 때, 성적인 놀이에 대응할 때, 자위행위를 할 때, 성폭력을 당했을 때 부모나 교사등 주변의 자세나 태도가 중요하다. 인생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유아기의 올바른 성교육을 위해서 먼저 부모와 교사부터 건강한 성에 대한 개념 정립과 진지하고 자연스런 자세와 태도를 갖추어야 하고 아이의 성에대한 궁금증을 자연스럽고 진지한 태도로 풀어줘야 한다.
그렇다면 유아들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줘야 할까? 흔히들 고추? 고치? 또는 잠지? 찌찌? 등으로 말하는 것 같다. 유아적인 용어라고 할 수 있는데 크게 잘못 된 것은 아니지만 정확한 용어라고 할 수는 없다. 어떤 할머니는 먹는 고추와 혼동하도록 손자에게 자꾸 고추를 따달라고 하거나 그것을 먹는 장난하는 모습도 흔히 보았을 것이다. 맵다고 하면서 또, 또를 연발한다. 이것은 남자아이에게는 생식기를 장난스럽거나 함부로 대하게 만들 수 있고 여자아이에게는 남자의 생식기를 부러워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문화와 정서를 생각해 볼 때 가장 무난한 것은 음경, 고환, 음순, 질, 자궁 등으로 부르는 게 좋겠다. 아주 어린 경우는 그렇다 치더라도 6.7세가 되면 올바른 명칭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나의 경우 아들이 4세였을 때 음경이라 가르쳐 주었는데 아이는 몇 번의 반복 후에 자연스럽게 그 명칭을 사용했다. 올바른 명칭 사용도 중요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더 중요한 것은 그 명칭을 말할 때의 자세와 태도이다. 장난스럽거나 더러워하거나 부끄럽게 느끼지 않도록 진지하고도 자연스런 태도를 취해야 한다. 역시 만 4세 된 내 아들이 음경을 만지고 있을 때 처음으로 성교육을 했는데 이렇게 말했다.
너 이게 뭔지 아니? 음경이야. 따라 해봐, 그래 음경. 또 여기는 고환이라는 곳이야, 고환. 여기서 아기씨를 만드는데 이 아기가 되는 씨는 음경을 통해 걸어 다녀. 아기씨가 걸어 다니는 길이 음경이기 때문에 너무 많이 만지거나 더러운 손으로 만지면 이 길이 아프게 돼. 그러니까 함부로 아무에게나 보여줘서도 안 되고 특별한 경우에만 만져야하고 만질 때는 손을 씻고 조심스럽게 만져야 해. 아주 소중하고 귀중한 곳이거든. 잘 보살펴야 해. 뭔가 진지하면서도 자연스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또 자주하는 질문으로 “엄마 나 어디로 나왔어?”, “아기는 어디로 나와?” , “아기는 어떻게 생겨?” 3세부터 이후 7세까지 자주 묻는 것 중에 하나가 또 출생에 대한 질문이다. 옛날 어른들은 이런 질문에 대해 아이에게 머리를 쥐어박으며 조그만 게 별걸 다 묻는다면서 이다음에 크면 알게 된다고 야단을 쳤지만 요즈음의 부모들은 그렇지는 않다. 당연히 대답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바쁘게 살다보면 어느새 준비되어 있지 않아 아이가 불쑥 이런 질문을 할 때 무척 당황하게 된다. 얼떨결에 ‘배꼽’, ‘똥꼬’ 하기가 일쑤다.
옆에 앉아 있던 아빠는 아주 장난스런 얼굴로 아이에게 말한다. “야, 낳기는 어디로 낳아? 그냥 다리 밑에서 주워 왔지. OO는 다리 밑에서 주워 왔대요.” 아이는 엄마의 당황하거나 놀라는 모습을 보고 ‘아, 이거 함부로 묻는 게 아닌가?’ 하든지 ‘아 이거 참 재미있네? 엄마가 놀래네?’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아빠의 장난스런 표정을 보고는 자신의 진지함에 혼란이 올 수 있다. 즉 부모를 통해 크게 남는 것은 ‘은밀한 성’ 이나 ‘장난스런 성’ ‘애매 모호한 성’ 느낌이다. 어떤 대답이 좋을까?
내가 6세 된 아들에게 했던 말은 이렇다.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 궁금하구나? 아기는 엄마의 몸속에 있는 ‘질’ 이라는 곳으로 나와. 질은 엄마의 다리 사이에 있는 길인데 소중하기 때문에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아. 아빠가 엄마에게 아기씨를 주는데 그 아기씨를 처음 만나는 곳이 엄마의 질이라는 곳이야. 나중에 아기가 엄마 자궁이라는 곳에서 다 자라서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그 때 아기가 나오는 길도 바로 질이야. 아기에게 있어서는 아주 중요한 곳이지. 남자의 음경도 중요하지만 여자의 질도 참 중요한 거야.”
아이와 함께 큰 전지에 누워 자신의 몸을 그려보면서 가르쳐 주는 것도 효과적이겠고 유아성교육용 그림책을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연령에 따라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이해도는 다를 것이고 많이 이해했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번 반복되는 속에 점차 터득될 것이고 아무튼 뭔가 귀중하고 소중한 것임을 느끼는 정도라면 올바른 교육이 될 것이다.
김은정
군산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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