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군산경제
코로나바이러스로 온 나라가 패닉에 빠져있는 동안 군산의 지역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수렁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에 이어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OCI 군산공장이 결국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러한 위기의 군산경제에 대해 어느 누구하나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다.
OCI 군산공장은 최근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그 규모가 약 1,100여명에 달해 가까스로 안정되던 지역 경제가 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협력업체에도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현재 OCI 군산공장의 협력사는 15곳 정도로 종사자는 350명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OCI 군산공장은 앞서 지난달 20일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하고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 공장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가동을 멈췄다.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로 태양광 폴리실리콘 국제가격이 급락해 적자 폭이 커진 데 따른 조처다.
앞서 군산에선 2년 전 한국지엠 공장이 폐쇄되고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3년째 휴업 중에 있다. 이로 인해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고 7만여 명에 이르던 연관 가족들이 IMF 때보다 더 큰 시련을 겪고 있다. 또 연간 생산액이 2011년 6조2000억 원 수준으로 군산 총 생산액의 68%를 차지하던 두 회사가 멈추면서 지역 경제에도 한파가 몰아쳤다.
다행히 2018년 4월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 지정에 이어 ‘전북 군산형 일자리 상생 협약’, 발행액 4,800억 원에 이르는 군산사랑상품권 등의 덕분으로 지역경제가 조금씩 되살아나던 중이었다.
그러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에 이어 도내 4번째로 큰 기업인 OCI 군산공장의 위기로 군산경제가 다시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OCI 군산공장 외에도 타타대우자동차마저 내수시장의 판매부진 등으로 머지않아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들려온다. 여기에 기아특수강마저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는 등 군산지역 산업을 이끄는 주요 산업군이 경영위기로 악화일로에 있다.
이러한 산업위기는 실업화와 인구유출, 소비감소 등을 불러왔다. 군산인구는 지난해 대비 2,000여명 가량이 감소해 아파트, 원룸 등 가격이 폭락하고 소규모 점포들의 공실률이 증가하고 있다.
이렇듯 군산지역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이 흔들리고 있음에도 어느 누구하나 이에 대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라고 하는 국가적 재앙사태 속에 이를 예방하고 대처하느라 바쁜 와중이라 하지만 군산 지역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기업들의 위기에 대해 어느 누구도 소리 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이후 군산시의회가 지난 2월과 3월 두 차례 임시회를 가졌지만 시의회에서 이 문제를 거론한 시의원은 단 한명도 없다.
전북도의회 역시 지난달 20일 건의문을 통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에 대한 정부 차원의 마스터플랜 마련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단 한차례 냈을 뿐이다.
4월 총선정국으로 들어서면서 국회의원 후보들조차 이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한 후보는 없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대응 상황 속에서 산업고용위기 상황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셈이다. 사상 유례없는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지역 정치권과 지방정부가 힘을 합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시장 직속의 산업위기 극복을 위한 전담팀을 만들어 대안책 마련에 나서야 하며, 항시 기업동향 분석과 실직자들의 생계 및 재취업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 등 지방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대응전략 마련 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