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서 무엇을 배우나 -남대진-
15년 전에 돌아가신 선친은 문맹이셨다. 어린 나이에 만주로 이민을 갔고 해방 후 빈손으로 귀향을 한 그 분이 할 수 있는 일은 남의 집에서 품을 파는 것과 막노동 외에는 없었다.
주로 시내에서 손수레로 남의 짐을 운반해 주던 아버지가 돌아올 때는 늘 수레에 무엇인가 실려 있었다. 대개는 남들에게 별 소용이 없는 목재토막이나 대나무 고철 등이었다. 남들이 버린 것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아버지는 시간이 날 때마다 그것들로 무엇인가를 만들어서 어머니의 필요를 채웠다.
책상과 걸상을 만들고 마당에 평상도 만들고 부엌에 시렁도 만들었다.
어린 나이에 그것들을 보고 자라면서 가끔은 나도 아버지의 흉내를 내며 아버지가 소중하게 모아 둔 재료들을 소비하며 연장에 흠도 내면서 혼도 났지만 제법 그럴싸하게 만들어 진 것들을 보며 어머니가 흡족해 하시곤 했다. 가난한 집에서 자라며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은 단 한 푼도 없었지만 보고 배운 것들과 강한 생활력을 배운 덕에 늘 고학과 독학을 하면서 어떤 상황에도 잘 적응해 나가며 성장을 했다. 때로는 연탄지게를 지며 야채 과일 생선 노점상도 하면서 스스로 배우며 살아왔다.
남들이 7년이면 마치는 과정을 14년 만에 마치고 처음 교회 개척을 하면서 30평짜리 상가를 임대했으나 내부 공사를 할 돈이 없어서 아버지가 하던 그대로 고물을 모으고 버려진 토막자재들을 모아서 강단도 만들고 사무실도 만들었다. 돈만 주면 다 만들어 지는 것들이지만 창문 선팅도 십자가 네온탑도 자재상에 가서 직접 주문하고 가져다가 혼자서 설치를 했다. 내게 있어서의 배움은 그렇게 눈으로 보고 배우는 것이었다.
13년간의 목회를 마치고 바로 다음날 인력시장에 뛰어든 것도, 그 2년 후 건축업을 시작한 것도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손재주를 보며 자랐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그 무엇인가를 보며 자란다. 어른들이 하는 많은 일들 중에서 자신에게 관심 있는 분야는 더 쉽게 배우고 따라할 것이다. 그래서 어른들의 삶의 모습은 중요 한 것이다.
이기적이고 군림하며 음해하고 속이고 남을 짓이기며 살아가는 어른들을 보며 우리의 자녀들은 무엇을 배울지 모르겠다.
이렇게 쓰는 나 자신은 또 자녀와 후손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주는 어떤 어른인지 모른다.
과연 나는 무엇을 보여주는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