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깊게 내린 날, 한 바람의 빗줄기라도 내리는 날, 커피보단 깊은 향의 차 한 잔이 생각나면 옛 시청 주차장 앞길에 있는 차 전문점 ‘사가와’에 가보면 어떨까? 이성당 즐비한 줄을 선 사람들 곁을 지나 맞은편 직진의 20미터쯤에 숨어있는 듯, 그러나 고요히 호젓하고 단정하게 자리 잡은 차 전문집 ‘사가와’. 주인은 단정한 웃음을 가진 유희주(57)씨다. 일본 인테리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이 집을 고치고 티 하우스를 연 것은 불과 3개월 전. 지금도 손님이 들어와서 차를 주문 할 때마다 가슴이 떨린단다.
사가와. 군산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일제 강점기의 번성했던 전당포 ‘사가와 금고’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찻집이 정원으로 쓰고 있는 곳이 사가와 금고의 정원이다. 일본식 주택에 일본 정원의 특징이 그대로 남아있는 이 집은 히로쓰 가옥 등과 함께 군산에 남아있는 일제 강점기의 대표적인 건축물로도 유명하다. 유희주사장의 선친은 1968년 이집을 샀다. 유 사장은 서울외국어대 중문학과에 진학하기 전까지 이집에서 살았던 추억을 가지고 있다. 남편 고대곤 교수가 군산대학교 일문학과 교수로 부임하면서 다시 군산에서 터를 내렸으나 이 집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다.
어느 날 방치하다시피 하던 이집을 다시 찬찬히 살펴본 것은 선친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선친의 유지를 받들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유 사장은 살던 아파트를 팔아 집을 수리하였다. 자신의 집이었지만 또 이 지역의 일제 강점기 대표 건축물이기도 하다는 생각에 되도록 원형대로 혹은 일본식대로 수리하였다. 시간과 비용은 많이 들었지만 서울의 유명한 건축가나 사진작가가 찾아와 사진을 찍거나 일본관광객 그리고 외지 사람들이 찾아와 감탄하는 것을 볼 때마다 새삼 잘했다고 자위한다.
유 사장은 이 집 정원의 풍경을 나누고 싶었다. 자신의 추억이 담겨서일까. 5층 석탑과 작은 연못, 손을 씻고 들어가는 수수발, 잡귀를 쫒는다는 나무 ‘남천’ 그리고 소나무 등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아름다웠다. 그래서 주변의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정원과 통하는 문이 있는 찻집을 만들었다.
일제 강점기 전당포의 이름 ‘사가와’라는 이름 그대로의 사용 하는 차 전문점
그러나 아직은 손님이 없다. 일본식 그대로의 이름을 찻집이름으로 사용해서일까? 익숙지 않은 자신의 탓일까. 유 사장은 그래서 간혹 오는 손님을 맞이할 때마다 떨라고 설렌다 했다. 차를 시키니 내 집에 초대한 손님에게 내듯 정성가득한 차를 내왔다. 그리고 조심스레 반응을 살핀다. 소녀처럼 걱정 반 미소 반이다.
유 사장은 “ 손님은 많지 않아요. 그러나 몇 분의 찾아 주는 분들이 있어 쉽게 문을 닫거나 하지 못합니다. 오래된 정원의 풍경을 나누고 싶고 같이 군산의 역사를 말하고 싶고 또 차를 마시며 인생의 대화를 나누고 싶기 때문입니다” 유 사장의 집에는 아직도 사가와 금고가 있다. 열리지 않은 채이다. 아직 열지 않은 사가와 금고의 비밀처럼 차 전문점 ‘사가와’도 비밀스럽게 그러나 오랫동안 군산의 대표적인 찻집으로 자리 할 것이다. 쉿, 당신에게도 당신만의 시크릿 가든이 필요하십니까? 찻집 ‘사가와’로 가보시죠.
차전문점 사가와 / 군산시 구영7길 105-2 / (063)442-80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