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 건강해야 양질의 꿀을 얻을 수 있죠”
30년 경력 나포리 양봉장
김남진 대표
글 오성렬(主幹)
군산의 양봉 농가는 어림잡아 100여 곳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대부분 100군(벌통)미만의 영세농으로서 그 이상의 규모는 10여 농가로 파악되고 있는데, 군산시 양봉회장으로서 나포리 양봉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남진 대표는 300군(농장내부200군/외부100군)내외의 중농 규모로 어느덧 30년 경력에 이르고 있다. 김 대표는 일찍이 교직에 몸담아 충남 지역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가 35년 전 처가가 있는 군산으로 이주 정착했는데, 교직 당시 동료 교사한테서 양봉을 전수받아 취미삼아 소규모로 시작했다가 양봉의 매력에 빠져 아예 전업농을 하고자 2001년도에 명예퇴직을 신청, 교단을 떠났다.
나포에 소재한 김 대표의 양봉장은 약 500여 평으로서 자택 면적까지 합하면 800평 규모다. 양봉장 안에는 약 200여 벌통이 언덕진 지형에 가지런히 놓여 있고 벌통 주변을 바지런히 날아다니는 꿀벌들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정겨움을 더해준다. 차 한 잔을 나누며 김 대표가 들려주는 꿀벌들의 이야기는 자못 흥미롭다.
꿀벌의 종류와 생태
꿀벌은 재래토종벌과 서양벌을 통칭한 것으로 한봉(韓蜂)과 양봉(洋蜂)으로 대별된다. 한봉은 양봉에 비해 성질이 온순하고 몸 크기가 다소 작은 반면 날개는 조금 더 큰 편으로서 몸통에는 검정 바탕에 흰 줄이 있고, 양봉은 노랑 바탕에 검은색 줄이 있는데 추위에 견디는 능력은 한봉이 더 뛰어나다고 한다.
한봉(韓蜂)
토봉(土蜂), 재래종 등과 아울러 동양벌로 분류되는 한봉은 덩치가 작아서 작은 야생화의 깊은 곳까지 침투해서 꿀을 채취한다. 한곳에서만 머물면서 한 가지 꽃에서만 꿀을 모으기 때문에 각각 특징 있는 꿀을 모을 수 있다. 대체로 통나무집에서 서식하며 꿀은 일 년에 한번만 채취가 가능한데 대신 여름 동안 밖에서 날갯짓으로 꿀을 숙성시키므로 꿀이 농축되어 있다. 따로 로열젤리나 프로폴리스를 채취할 수 없으며 채집한 꿀에 이것들이 다 섞여 있어 비교적 고품질의 꿀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전통적인 집을 만들어 놓으면 따로 관리를 할 필요가 없이 양질의 꿀을 얻을 수 있으나 생산량이 적다는 한계가 있다.
양봉(洋蜂)
덩치가 좀 더 크고 호전적인 서양벌은 동양벌과는 달리 한곳에서 채취하지 않고 꽃을 따라다니며 일 년에 여러 번 채취가 가능하며 여러 꽃에서 꿀을 모음으로써 특징 있는 꿀보다는 서로 섞인 꿀을 얻을 수 있다. 토종 한봉과 달리 집을 지을 것을 내뱉지 않기 때문에 사람이 인위적으로 집을 만들어 줘야 하고 밀랍으로 된 안에 애벌레집이나 꿀을 저장하는 곳을 따로 만들어 넣어 주는데 꿀을 먹이지 않고 설탕물을 먹을 경우 면역력이 약해지는 관계로 주변을 항상 청결히 소독해 주어야 한다. 단 로얄젤리와 프로폴리스를 따로 만들어내기 때문에 각각의 채취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생태계 유지의 절대적 존재, 꿀벌
세계적으로 모든 현화식물의 80%가 곤충에 의해 수분이 이루어지는데, 이들 중 약 85%가 꿀벌의 도움을 받는다. 특히 과일나무의 경우 약 90%의 꽃이 꿀벌의 손길을 필요로 하며
꿀벌이 수분을 돕는 현화식물은 약 17만종으로서 이 중 꿀벌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즉 꿀벌의 방문 없이는 생존 자체가 힘든 현화식물만 해도 4만여 종으로 추산될 정도로 꿀벌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꿀벌의 능력과 집단 내 역할
꽃의 생산물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꿀벌의 능력은 신비로울 정도다. 꽃을 식별하는 능력과 다양한 꽃을 구별하는 능력, 꽃의 상태를 파악하는 능력, 다리와 입으로 꽃을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 능력, 특정 지역에 분포하는 꽃의 위치를 파악하는 능력, 꽃꿀이 많이 생산되는 시간대를 파악하는 능력, 동료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의사소통의 능력 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꿀벌의 집단 내 구성원은 여왕벌과 수벌, 일벌로 나뉜다. 보통의 경우 분봉(分蜂)은 대략 4월에서 9월 사이에 이루어지는데 한 군락에 속한 벌의 수가 최대에 달하고 벌 떼가 빠져나가도 그 손실을 보충할 만큼 충분한 유충이 있으면 새로운 여왕벌이 태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군(群)에 여왕벌은 오직 하나다. 여왕벌은 다른 벌보다 배 부분이 2배 이상 길어 구별이 쉬우며 매일 약 2,000개의 알을 낳음으로써 여름 한철 동안만 해도 무려 20만개에 이를 정도다.
꿀벌의 번식
꿀벌의 종족 번식에 있어 자연계의 다른 종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도 놀랍다. 우화한지 한 주가 지난 후에 성적으로 성숙한 단계에 접어든 수벌들은 매년 정확히 동일한 장소에 집결하여 커다란 무리를 이룬 채 윙윙거리며 교미를 위해 여왕벌의 도착을 기다린다. 처녀 여왕벌은 부화 후 7일 정도 되면 약 4~7일 동안 혼인 비행을 위해 벌집 밖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수벌 한 마리는 회당 1,100만 개의 정자를 공급할 수 있는데, 혼인 비행을 마친 후 여왕벌은 모든 수벌들이 사정한 정자 가운데 약 10%에 해당하는 최대 600만 개의 정자를 보유하게 되며 이 정자들은 여왕벌의 체내 저정낭(貯精囊)안에서 여왕벌이 생존하는 몇 해 동안 신선하게 유지됨으로써 이를 이용, 매일 산란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일벌은 수정된 알에서 태어나지만 수벌은 수정되지 않은 알에서 태어난다.
일벌은 벌집을 짓는 일에서부터 벌집을 청소하는 일, 벌집을 지키는 일, 유충을 돌보는 일 등 여러 일을 거친 뒤에 나이가 들어서 마지막 단계로 꿀 채집에 나선다. 일벌은 여왕벌에게 일생 동안 로열젤리를 공급해 주기도 하는데, 벌의 수명이 하절기에는 불과 1달, 10월 탄생 벌은 5개월 남짓인데 반해 여왕벌의 경우 5년 정도로 긴 것은 로열젤리 영향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산란력은 최초 1년이 지나면서 감퇴하기 때문에 1년에 한번 인위적으로 여왕벌의 교체를 해주는 게 일반적이다.
벌의 생산물
<로열젤리>
꿀벌은 유충에게 로열젤리를 먹이는데, 이는 유모벌의 머리 부분에 위치한 인두선에서 만들어지는 분비물이다. 이런 맞춤 먹이는 유충의 발달 과정을 조종하며 새로운 여왕벌을 키우는 것도 맞춤 먹이의 기능 중 하나다. 성장한 유충도 로열젤리를 공급받기는 하지만 점차 꽃가루와 꿀이 섞인다. 그리고 유충기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로열젤리를 전혀 공급받지 못하는데 그 단계까지 로열젤리를 먹으면 여왕벌이 된다.
<프로폴리스>
꿀벌이 생존과 번식을 위해 여러 식물에서 뽑아낸 수지(樹脂/나무의 진)와 같은 물질에 자신의 침과 효소 등을 섞어 만든 물질인 프로폴리스는 유기물과 비타민이 많아 세포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항암, 항염, 항산화, 면역력 증강 등의 효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진다. 꿀벌은 벌집의 틈에 바로 이 플로폴리스를 발라 병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말벌이나 쥐 따위 적의 침입을 막으며 특히 여왕벌 산란 시 일벌이 산란장소를 소독할 때 사용함으로써 청결 상태를 유지한다.
<화분(花粉)>
화분의 작은 입자 속에는 탄수화물, 환원당, 비타민, 무기질 등, 생명 유지와 성장에 필요한 모든 영양소들이 골고루 함유되어 영양을 보급하고 신진대사기능을 촉진하며 빈혈, 전립선 질환의 개선 등의 효능과 미용, 강장, 노화예방 등 장수식품으로 애용되기도 한다.
꿀의 채취와 판별
양봉을 두고 혹자는 벌이 애써 모은 꿀을 인간이 착취한다는 얘기도 하지만 사실 벌과 인간은 서로 공존의 관계로 얽혀 있다, 인간이 돌보지 않으면 폐사하기 때문이다. 꽃이 없는 겨울을 넘기며 5월 아카시 꿀을 딸 때까지는 먹이를 주며 항상 관심과 애정으로 돌봄으로써 벌을 건강하게 기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로 농약이나 말벌의 습격 등으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농약이 사용된 곳은 얼씬도 하지 말아야 하고, 말벌의 경우 벌통에 침입하면 일벌 수천마리가 말벌을 에워싸고 고열을 발생시켜 죽이기도 하는데 이 때 많은 일벌이 말벌에게 물리거나 쏘여 목숨을 잃기도 한다. 말벌 퇴치에 대한 또 하나의 방법은 말벌을 잡아 농약을 묻혀 돌려보내면 집에 돌아가 동족을 죽게 만든다는 것이 밝혀짐으로써 생포 즉시 농약을 묻혀 놓아주는 것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전체 200군 벌통 중 실제 꿀 채취는 70~80군에서 이뤄지며 1군(벌통 1상자)에서 7~8병의 수확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중 아카시꿀이 70%, 밤꿀이 30%로서 최근엔 헛개나무꿀도 조금씩 생산이 늘고 있는 추세다. 꿀이 형성되면 3일 숙성 기간을 거쳐 5일마다 따게 되는데 이틀 만에 딴 꿀은 미숙성으로 질이 떨어진다고 한다. 가장 저질 꿀은 설탕물을 먹인 꿀로서 2만 원 대에 판매되기도 하는데 설탕물을 주게 되면 벌이 구태여 꽃꿀을 채취해오지 않기 때문에 운동량 부족으로 벌이 약해지고 그만큼 꿀의 질도 낮아져 진짜 꿀로 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질 좋은 꿀을 택하는 방법은 값이 싼 꿀이 아니라 제값(5만원 정도)을 주고 정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항산화꿀 개발로 농진청 공모사업 당첨
김 대표는 15년 전 필리핀에서 생산되는 마누카꿀에 항산화물질이 풍부한 것에 착안, 아카시 꿀에 복분자즙과 오디 등을 섞은 한국형 마누카꿀 개발 아이디어로 농진청 연구사업 공모에 당첨됨으로써 3천만 원의 지원금을 받아 항산화꿀 개발에 성공했는데 이는 모 대학 연구팀에서도 효과가 입증됨으로써 우수 등급으로 판정된 바 있다. 하지만 특허권 취득 과정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특허 꿀에다가 약간의 첨가만 해서 또 다른 특허 신청을 하면 막을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어이없고 불합리하다는 생각에 포기했으며 이후 서울에서도 사업 제안이 왔었지만 무슨 이유때문인지 흐지부지되고 말아 아쉬움으로 남고 있다.
김 대표에게 양봉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부분, 특별히 신경 쓸 부분에 대해서 묻자 로열젤리를 구입해간 지인으로부터 일정 기간 섭취 후 몸에 활력이 생기고 특히 성기능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며 웃음을 보여준다. 또한 양봉에 있어 가장 신경을 써야 되는 부분은 뭐니 뭐니 해도 밀집된 벌을 강하게 기르는 요령을 습득하는 것, 좋은 종자의 벌을 반입하는 것으로서 자신의 경우 강원도에까지 가서 종자를 구입해왔다는 말과 함께 벌통을 항상 청결하게 하고 질병과 위생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것을 드는데 이상 세 가지 중 한 가지라도 소홀 경우 망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들려준다.
꿀벌에게서 배우는 인생
벌들의 세계는 경이로울 정도로 사회성이 뛰어나고 민주적이다. 계급 체계에 따라 철저한 역할 분담으로 소임을 다하기 때문이다. 갓 태어난 어린 벌들은 집짓기나 일벌들이 물어온 꿀을 날갯짓으로 저장하는 일을 하고 조금 더 자라면 꿀 채집을 위해 바깥 작업을 나간다든지 이후 20일쯤 지나 늙게 되면 집 청소나 어린 벌들을 돕는 일을 하다가 죽게 되는데, 제 몫을 못하는 벌은 조직에서 추방되고 외부의 침입이 있을 경우 목숨을 걸고 결사적으로 대드는 습성이 있다.
길어봤자 1개월에서 5개월 내외의 짧은 생이지만 각각의 주어진 역할에 따라 바지런히 최선을 다하며 인간에게 양질의 꿀을 제공해주는 벌들의 모습을 관찰하다보면 너무도 신비하고 흥미로워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 모를 정도다. 이렇게 벌에 흠뻑 빠진 김 대표를 보며 아내인 정미진 씨는 남편이 자기보다 벌에 더 정신이 팔려있는 것 같다며 투덜댈 때도 있다는데, 어쩌면 여왕벌과 일벌의 관계만큼이나 극진한 부부애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살짝 든다.
로열젤리와 프로폴리스, 화분이 혼합된 최상 등급의 꿀 생산 및 체험프로그램 구상
나포리 농장에서는 정품 꿀(5만원대)과 함께 로열젤리와 프로폴리스, 화분이 섞인 최상등급의 꿀도 판매하고 있는데 이는 생산량이 적은 관계로 한 병에 수십만 원을 호가하나 건강상 효능이 뛰어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특별 주문 상담이 늘고 있다 한다. 김 대표에 따르면 또한 전국적으로 도시 양봉 체험농장이 확산되는 추세임에도 군산은 아직 시행이 되지 않고 있다며 시에서 관심을 가지고 비용의 지원이 따를 경우 가족 단위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일정 개수의 벌통을 체험자와 계약하여 체험자가 분봉에서부터 꿀의 채취가 이뤄지는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함으로써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자연 생태계 공부와 함께 보람을 갖게 하고 싶다면서 시 차원에서 그러한 정책을 빨리 앞당겨 주기를 기대한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나포리양봉농장
군산시 나포면 수철길 1-6
주문 및 상담
김남진 대표 010-8668-37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