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사장이 내놓는 ‘한방 맛, 불 맛’
- 도도랑 족발·보쌈 군산본점, 박준규 청년
- 조미료와 MSG를 쓰지 않는 건강한 족발과 보쌈
청춘(靑春)!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鼓動)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汽罐)과 같이 힘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다. 이성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은 얼음이 있을 뿐이다.
-민태원의 수필 ‘청춘예찬’ 중에서-
마음씨가 아름다운 청년 박준규(26). 청년상인의 정직한 마음처럼 수송동 아이파크 서문 앞의 수송동 828-4번지에 자리 잡은 ‘도도랑 족발·보쌈 군산본점’이 ‘한방 맛, 불 맛’으로 소문을 내고 있다.
기본기가 튼튼한 한방 족발과 보쌈의 경우 담백한 특징에 반해 육질이 쫄깃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기를 다루는데 선수급인 청년 사장의 마음이 담겨서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가장 중요한 고기와 족발을 삶을 때는 색깔을 위해서 몇 가지의 한약제와 함께 부드러운 맛을 내려고 야채를 넣거든요. 꼭 지키는 건 조미료와 MSG를 쓰지 않는 일이에요.”
건강한 음식 만들기를 기본으로 땀 흘려왔던 한 청년의 열정이 녹아들고 있는 음식 조리 현장이다.
보쌈 김치의 맛은 족발·보쌈집의 성패를 가늠할 정도로 중요하다. 이 집의 무말랭이 무침은 양념과 적당히 석여 숙성된 식감이 압권이다. 또 배추김치의 알싸한 맛과 어우러져 족발과 보쌈의 맛을 한층 끌어올려준다. 함께 내놓는 뚝배기 김칫국도 얼큰하고 좋다.
이 집의 기본기가 담긴 불족발의 경우 고기를 살짝 구어 내면서 나는 ‘불맛’이 은은하게 배어들었으며, 달면서 약간 매운 소스 맛으로 입안을 간지럽힌다. 달달하면서도 톡 쏘는 듯하고, 매운가 하면 그립던 불 냄새가 은은히 배어나는 게 꼭 어릴 때 삐치기 잘하던 여자 친구를 닮은 느낌이다.
도도랑의 메뉴는 여느 족발·보쌈 전문점과 다르지 않다. 일반적인 한방족발 또는 보쌈이(앞발) 35,000원(대), 30,000원(중)이며, 불족발의 경우 대(750g) 32,000원, 소(500g) 25,000원이다.
모듬스페셜(족발/불족발+보쌈)이 48,000원, 반반 족발(한방+불족)이 36,000원이다. ‘혼술’ 손님들을 위하여 반족/반보쌈 20,000원, 반불족 20,000원 메뉴를 내놓았다. 식사로 쟁반국수와 주먹밥, 알밥이 있다. 포장 판매도 하는 데 약간의 돈을 빼준다.
‘도도랑 족발·보쌈 군산본점’은 특별하지는 않지만 깔끔한 내부 인테리어에 60여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 규모를 갖췄다. 가족들과 함께 건강한 상차림을 만들어 내려는 20대 청춘의 땀과 열정이 하나씩 하나씩 배어들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해병대 제대 후 서울에서 전문대학을 다니면서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리려고 소 부산물 배달 알바를 시작했던 청년 박준규. 나름 의리파인 그는 엄마도 모르는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청년이었다. 소 내장과 부산물을 수도권 일대의 거래처에 배달하는 일을 도운 게 오늘의 그를 만들어 낸 인연이다.
“몇 해 전,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눈이 내린 날이었어요. 도로가 빙판 져서 차가 휙휙 돌 정도로 위험했는데, 아들이 수원의 거래처에 물건을 가져다주어야 한다면서 탑 차를 몰고 나가는 거예요. 무척 위험한 일이라 가지 말라고 막았지만 한편으론 대견하더라고요.”
박 군의 평생 후원자인 엄마 김소율씨는 그 때부터 아들이 하는 말은 모두 믿기로 했다. 청춘의 아름다운 선택과 위험 속에서도 책임을 다하려는 아들에게서 맑게 갠 하늘을 보았다.
“부산물을 배달하던 사장님께 발골(소나 돼지의 뼈를 바르고 살을 부위별로 잘라내는 직업)을 배우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거든요. 사장님이 ‘정말 어려운 과정이 될거다. 포기하지 않고 한 번 가보겠느냐.’고 물었어요. 저는 한다고 했죠.”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먼저였던 갗 스물이 지난 청년 앞에 육고기 업계에서 가장 난이도 높은 ‘발골’이라는 과제가 놓여졌다. 스무살 청년이 육가공 기술에 도전하려는 생각을 했다는 자체가 어쩌면 특이한 일이었다.
지곡동 쌍용예가 아파트 들어가는 축산물직거래장터 ‘동아유통’에서 3년을 일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일이 손에 잡혔다. 몇 년이 지나면 이 업계에서 손꼽는 장인의 반열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
청년의 도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유통에 이어 스스로 창업하는 꿈을 키웠으며, 3년의 세월을 견딘 믿음이 두 달 전 프랜차이즈 음식업에 도전하도록 이끌어 주었다.
“가까운 친척이 이 프랜차이즈 음식업을 소개해 줬어요. 물론 외식업이 어려운 시기이지만 고기를 다루는 일이니까 제가 그 동안 배워왔던 일들을 잘 응용할 수도 있고요. 또 하나는 원칙을 지키면서 일할 자신이 있으니까 한 번 해보고 싶었거든요.”
‘도도랑’은 전북권을 기반으로 하는 체인점이다. 전주에 8개의 매장, 익산과 군산에 1개씩 매장을 오픈했다. 청년상인 박준규의 외식업 도전이 시작되었다.
가게에는 아빠 박정엽씨가 늘 함께 한다. 아들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음식을 만들어 서비스를 하는 일은 무엇보다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한데 그 중심을 가족들이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청년 상인은 음식을 만들면서 건강한 밥상과 술상을 지키려고 했다. 고기를 발라내는 일을 해왔던 그이기에 족발과 보쌈 고기를 최고급으로 만들어 내는 건 기본이다.
청년상인 박준규, 그의 주변에는 중학 동창 여자 친구들이 넘쳐난다. 왜냐하면 주변에서 인정해주는 인기 있는 ‘의리남’이어서다. 갈등하고 번민해야 할 20대 청춘의 꿈. 두 형제의 맏이로 나름 책임감이 몸에 밴 그였다.
방황하던 그가 프랜차이즈 족발 보쌈 음식 장사에 뛰어 든 건 이처럼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청년의 열정이 시나브로 배어 든 수송 아이파크 서쪽 문 앞 족발, 보쌈집. 스물 갓 넘은 혈기 방장한 청춘이지만 끈기와 열정으로 뭉친 가족들의 ‘의리 경영’과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가족 경영’의 뜻이 함께 자라고 있다.
가슴이 허전하거나 달달한 느낌의 위안이 필요할 땐 ‘도도랑 족발·보쌈집’에 가보자.
군산시 수송동 828-4
‘도도랑 족발·보쌈 군산본점’
예약 010-9326-7637